명성교회 수습을 위한 전권위원회 구성안이 전격 통과된 것은 서울동남노회 수습전권위원회(위원장 채영남 목사) 보고에서였다.
예장 통합 제104회 총회 둘째날인 24일 오후 회무가 마무리될 무렵, 위원장 채영남 목사는 수습 결과를 설명하면서 김삼환 원로목사의 인사를 제안했고, 김 목사의 사실상 사과 이후 토론과 표결이 진행됐다.
채영남 목사는 “위원장을 맡으면서 정한 것이 있다. ‘법은 지키고 교회는 살린다’는 것이다. 법은 지켜야 한다”며 “그런데 아들(김하나 목사)도 앞길이 창창한 분인데 큰 손실이다. 진정성 있게 말씀드렸고, 수습노회가 소집됐다”고 전했다.
채 목사는 “이후 재심이 진행됐다. 그런데 교회 측은 재재심을 이야기하고 비대위 측은 또 방어를 위한 이야기를 한다. 이걸 그냥 놔두면 총회가 얼마나 공전하겠는가”라며 “지난 주일 (김삼환) 원로목사님에게 들어보니 조그마한 사과 성명 내는 것도 혼자라면 문제가 없지만 주변의 반대가 많아서 어려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조그마한 사과 성명’은 총회 직전인 22일 발표된 김삼환 원로목사의 ‘사과문’을 말한다.
그는 “(명성교회 측을) 반대하시는 분들 중에 사랑하고 가까운 분들이 많다. 그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법을 만들었으면 지켜야 한다.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각자 최선을 다했다”고도 했다.
또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님은 그 동안 우리 총회의 자랑거리와 큰 힘이 아니었나.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못된 교회, 못된 목사님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청빙 과정의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든지 일리가 있고 동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정에서 계속 싸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채영남 목사는 “법으로 싸우는데도 계속 이겼다 졌다를 반복한다. 지금 진다고 그대로 포기하겠나. 얼마든지 다시 준비한다”며 “이렇게 싸우는 동안, 흑암의 권세가 ‘어부지리’를 얻더라. 이래선 안 된다. 이번 총회에서 꼭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총회 주제처럼 명성교회부터 말씀으로 새롭게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김삼환 원로목사의 인사를 총대들에게 요청했다.
김삼환 목사는 “귀한 자리를 통해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 동안 저희 교회로 인해 많은 기도와 어려움을 가지시고,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어렸을 때 목욕을 하다, 아버지가 ‘왜 일을 안 하고 목욕하느냐’서 저를 많이 때렸다. 맞다 보니 코와 입에 피가 났다”며 “그걸 본 아버지는 한 순간에 노를 멈추고 피를 닦아주셨다. 맞은 것보다, 그 고마움을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가슴에 안고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총회가 저에 대해, 저희 교회에 대해 하실 일이 좋은 일이고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인정한다”며 “한 방송만 때려도 엄청난 상처가 생기는데, 많은 이단까지 달려들어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많이 맞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희는 101회, 102회 총회와 지금까지 모든 총회의 뜻을 따른다고 해서 한 일인데, 일부의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를 빌겠다”고도 했다.
김삼환 목사는 “예장 합동 측에서는 없는 법도 만들어 사랑의교회를 살리고 목사님을 살려 주셨다”며 “저는 이번 총회에서 저희 교회가 그동안 여러가지 부족한 점들을 반성하고, 총대님들을 모두 형님같이, 부모님같이, 동생들같이 앞으로 잘 섬기면서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잘 품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어떤 분들은 ‘명성교회는 총회를 나가라’고 했다더라.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갈 데가 없더라”며 “그러니 잘 품어 주시고, 집에 돌아와서 총회와 여러분들 잘 섬길 수 있는 일에 긍휼을 베풀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 총대들은 “명성교회 수습안은 재심 판결을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가 온전히 수용하여 노회가 임시당회장을 파송한 뒤에 전권위 수습 방안을 청원해야 한다”, “재심 판결을 불복하려면 일반 사회법정으로 가져가야 한다”, “서울동남노회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은 비대위 측 선거가 확정됐다는 뜻으로, 수습전권위 구성이 잘못됐다” 등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반면 “김삼환 목사님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의의 분쟁을 해서 남은 결과가 무엇인가. 2년간 17만명이 줄어들었다. 의는 십자가를 지는 것이지, 돌 맞는 것이 아니다” 등 찬성 의견도 나왔다.
이후 한 총대가 해당 안건에 대한 비공개 제안을 했고, 과반수를 넘기면서 표결은 언론사 퇴장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표결 후 총회장 김태영 목사는 “찬반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 인사 7인을 세워 반대측의 의견도 담아내겠다”며 “저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정한 징계까지 포함해 수습안을 내 모든 총대들에게 인정을 받고, 더 이상 명성교회 문제로 인해 부정적인 사회 뉴스가 보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다”며 “이 문제가 사회를 흔들고 교회를 흔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숙고하고 세운 위원들로 하여금 양자를 만나 총대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