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 주일 설교에서 소회 밝혀
예장 통합 제104회 총회의 명성교회 수습안 통과와 관련, 교단 내 대표적 교회 목회자들이 비판에 나섰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국내 최초로 설립해 ‘어머니 교회’라 불리는 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는 지난 9월 29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사회는 교회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우리가 교회 건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것도 최초의 조직 교회이고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잘못 하면 한국교회 전체가 욕을 먹고 잘 하면 간접적으로 유익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법: 사랑과 정의 사이에서(마 5:20)’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그는 “이같은 마음으로 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새문안교회는 일찍 입장을 정했다”며 “먼저 교회 세습은 비성경적이다. 교회를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것은 교회가 가진 공적 성격에 위배된다. 교회는 사유화해선 안 되고, 사유화의 모양이라도 취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목회 대물림은 어떤 이유를 달더라도 성경적 교회의 본질과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다. 그래서 우리 새문안교회는 일찍부터 신학적 원칙을 정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상학 목사는 “목회직 대물림은 오늘 이 시대 하나님의 뜻에도 맞지 않는다. 목회직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은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처럼 비춰서, 진정성 여부와 관계 없이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게 된다”며 “그래서 전도의 문이 막히고 선교의 문이 좁아지며 교회를 분리 집단으로 만들어 버려서 하나님 영광을 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이런 이유로 우리 교단이 2013년 세습방지법을 만들 때 전임 이수영 목사님을 중심으로 새문안교회와 서울노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런데 지난 3년간 서울 M교회가 개교회 특수성을 이해해달라며 목회직을 대물림하면서 한국교회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게 됐다”고 했다.
그는 수습안에 대해 “7개 조항이 있지만, 간단히 말해 세습방지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서울 M교회에 국한해 목회 대물림의 길을 터준다는 것이었다”며 “이 결정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깨어 있는 성도들,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됐다. 총회 헌법도 고치지 않고 이런 엉터리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장자 교단 수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비판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상학 목사는 “호사가들은 이런 결정을 한 920명의 총대들은 욕망과 탐욕에 의해 한국교회를 자멸의 길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며 “총대로서 현장에 있었던 저는 다르게 말씀드리고 싶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76%는 조금도 놀랄만한 결과가 아니었다. 심지어 박수로 가결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적어도 그 자리에 있었던 총대 1,500여명 중 이해당사자를 뺀 사람들은 돈에 의한 욕망이나 탐욕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총대들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며 “총대들은 돈이나 욕망에 눈 멀어서 악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이 결정이 신앙적으로 옳다고 믿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더 아프고 신학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총대들 자신이 새문안교회처럼 목회직 세습이 옳지 않다는 것을 여전히 알고 있으면서도, M교회에 대해서는 이런 결정을 해 줬다”며 “결정적으로 중요한, 한국교회 사활이 걸린 이 상황에서 영적 분별에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이상학 목사는 “다시 말해 104회 총회는 목회직 대물림에 대해, 지금 주님이 무엇을 한국교회에 원하시는가에 대해 잘못 읽었다”며 “총대들 중 악한 의도에서 결정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M교회의 대물림이 하나님 뜻이라고 생각하고 시대적 상황을 분별하는데 실패해서 치명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목사는 “그 근거는 첫째, 작년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올해는 찬성한 것이다. 현장 분위기가 결정적이었다”며 “이번까지 총대로 6번 참여했는데, 이번처럼 총회 분위기가 은혜로웠던 적이 없었다. 예배 말씀도 그랬고, 회의 분위기도 너무 화기애애했다. 너무 은혜로웠기 때문에 문제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은혜가 집단적 지성과 진리에 대한 판단을 마비시켰다. 은혜를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는 흐름이 있었던 것”이라며 “영적 분별에서는 은혜를 받은 후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원수가 역사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총대들 마음이 은혜로 말랑말랑해져 있었다. 그때 M교회 목사님이 잘못했다, 너무 많이 맞았으니 이제는 용서해 달라고 했다”며 “저렇게까지 하는데 용서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은혜롭지만 일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섣부른 온정주의와 설익은 용서의 신앙이 총회 장소 전체를 이끌었다”고 했다.
이상학 목사는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해서 중재안을 찾았다고 생각했고, 100% 만족스럽지 않지만 차선책으로 결정했는데, 성도들은 부끄럽다고 낙심했다고 말할까”라며 “당시에는 어떤 결정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일까를 찾는 열망과 내적 자유함이 있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한 정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의를 희생한 온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처럼 정이 많은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오류”라며 “M교회의 대물림 가능성을 인정한 이 결정은 이런 정서에서 나왔다. 그래서 작년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올해 찬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이 결정이 이대로 가서 시정되지 않은 채 마무리된다면,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총회의 결정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1938년 27차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한 것보다도 더욱 더 치욕스런 결정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 때는 순사들의 압력에 의한 결정이고, 지금은 스스로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에 있어서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며 “이미 30-40대 젊은이들, 신앙의 경계선에 있는 성도들은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교회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작은 교회들에게는 치명적인 결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학 목사는 “총대의 한 사람으로 나갔던 저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깨어있지 못했던 것에 대해, 판세를 낙관적으로 읽었던 자신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성도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그러나 우리 하나님이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실지 다시 한 번 성찰하자. 낙심하고 포기하고 좌절하며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주님께 새 길을 구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