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천로역정>, <하나님의 때>, <악한 분노, 선한 분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크리스천투데이 ‘2019 올해의 책 10’

▲2019년 올해의 책. 이 책들 외에도 많은 책들이 그리스도인들의 갈 길을 밝혔다. ⓒ이대웅 기자

▲2019년 올해의 책. 이 책들 외에도 많은 책들이 그리스도인들의 갈 길을 밝혔다. ⓒ이대웅 기자

크리스천투데이는 ‘책 읽는 그리스도인’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올해의 책 10選’을 선정하고 있다.

2019년 크리스천투데이 ‘올해의 책’은 2018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1월 30일까지 출간도서들 중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본지 출판팀과 기독 출판계 전문가·종사자들의 추천을 거쳤다.

올해도 국내 저자 6권, 해외 저자 4권의 도서가 각각 선정됐다. 여성 저자는 1권이다. 소설이 1권, 만화가 1권, 묵상집이 1권, 사전류가 1권으로, 갈수록 기독 출판계도 장르가 ‘다양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년 전인 2017년 선정됐던 국내 저자(김영봉·김진혁)들이 다시 선택을 받았으며, 나머지 국내 저자들은 첫 선정이다. 해외 저자들의 책들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거대 담론보다 그리스도인들의 구체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책들이 선택받았다. 어린이·청소년 부문 선정 도서와 기타 올해 주목할 만한 도서들은 별도로 소개할 예정이다. 대망의 2020년에도 계속해서 좋은 도서들이 출간되길.

크리스천투데이 2019 올해의 책 10권 선정작

천로역정의 변신, 독자에게 더 가까이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전 3권)
존 번연 원작 | 최철규 글, 그림 | 생명의말씀사 | 총 672쪽 | 세트 45,000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 문구가 붙는 책이 여럿이지만 가장 유력한 책인 <천로역정>. 지난 400여년간 수많은 출판사와 번역자, 학자, 작가들이 이 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그들의 재가공을 통해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천로역정>을 접하고 있다.

이 책은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가장 친근한 그림언어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복음의 진리와 성경의 중요 교리들을 오롯이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작품을 위해 6년간 공들인 작가의 회심기까지, <천로역정>과 안성맞춤이다.

하나님의 완벽한 때, 기다리십니까?

하나님의 때
햇살콩(김나단·김연선) | 규장 | 284쪽 | 15,000원

SNS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저자 부부의 ‘묵상집’이다. 신학교 출신의 남편이 메시지를, 아내가 그림을 맡은 이 책은 신앙생활 중 느꼈던 번민과 고뇌, 의심과 불안을 하나님께 토로했을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의 응답을 가감없이 기록했다.

그들이 ‘새로운 선교지’라 부르는 SNS 환경에 맞는 짧은 메시지, 따뜻한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피으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시편과 같은 기도문 형태의 글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으며, 신앙인으로 서 있는 그 자리를 점검하게 한다.

어려운 조직신학, 질문과 대답으로

질문하는 신학
김진혁 | 복있는사람 | 864쪽 | 37,000원

2017년 ‘질문으로 푸는 조직신학’ 첫 부분인 ‘하나님과 세계’ 편 <신학 공부>가 본지 선정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지 2년, 그리스도와 인간, 성령과 공동체까지 전체가 묶여 다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교과서적’인 조직신학 체계를 현 시대 한국교회 상황에 맞추면서도 2천년 기독교 전통에 어긋나지 않게 질문과 이야기로 풀어냈다. 2년 전 본지는 저자를 ‘한국의 맥그래스’로 불렀지만, 이제는 저자 이름 앞에 다른 수식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악한 분노, 선한 분노
데이비드 폴리슨 | 김태형·장혜원 역 | 토기장이 | 400쪽 | 19,000원

2019년 한국 사회는 ‘분노’가 지배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분노는 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이 책은 ‘선한 분노’가 있음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감춰진 분노’로서 ‘자신을 향한 분노’와 ‘하나님을 향한 분노’까지 정의와 해결책을 알려주고 있다.

‘성화’, ‘거룩’, ‘평안’이라는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삶에서 ‘분노’라는 감정과 직접 마주치는 그리스도인들의 현실을 감안해 마치 자기계발서처럼 실용적으로 쓰였다.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 회복하기

보이지 않는 세계
마이클 하이저 | 손현선 역 | 좋은씨앗 | 680쪽 | 28,000원

21세기 현대인들은 ‘초자연적 세계’를 상정하지 않는다. 이성과 논리를 넘어 개인과 감정을 중요시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이지만 신(神)에게만은 각박한 이 시대에, 저자는 고대 ‘초자연적 세계관’에서 쓰여진 성경의 독법을 원어 해석에 입각해 새로운 성서신학적 논증을 제시한다.

지난 몇 년간 나왔던 ‘중동의 눈으로 본…’ 류의 성경 읽기가 공간적 차이라면, 이 책의 도발적인(?) 주장들은 시대적 차이점 발견을 통해 우리의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킨다. 원서와 달리 책 디자인도 ‘올해의 표지’급 수준이다.

초기 아랍 기독교 변증가들의 역사

이슬람 세계 속 기독교
시드니 H. 그리피스 | 서원모 역 | 새물결플러스 | 360쪽 | 19,000원

최근 유럽·미국 등 기독교 문화권에 이슬람이 ‘침투 중’이라며 경계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지금은 또한 이슬람교 창시 이후 1천년 이상의 기간 가운데, 이슬람권 내에서 기독교회가 최고로 부흥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교회뿐 아니라 서구 기독교인들에게도 생소한 ‘아랍 기독교’의 1천년 역사를 다루고 있다. ‘모스크의 그늘 안에 있는 교회’라는 원제처럼, 이슬람 치하에서 수많은 제약과 차별을 이겨내고 교회를 지켜낸 이름 없는 성도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시대 교회가 전하는 부드러운 초대장

나는 왜 믿는가
김영봉 | 복있는사람 | 332쪽 | 14,000원

2천년 전 바울은 ‘로마서’에서 유대인과 이방인들 안의 ‘죄’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복음을 강력하게 선포했다. 이 책 저자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나는 왜 믿는가’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복음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왜 구원이 필요한가, 구원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구원의 삶을 살 것인가 등 3가지 이야기를 통해 칭의와 성화와 영화 등 ‘순전한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친근하게 대화하듯 안내해 준다.

종교개혁부터 현대까지, 복음주의 거성 400인

복음주의 인물사
티모시 라슨 편집 | 이재근·송훈 역 | CLC | 1,239쪽 | 45,000원

종교개혁 이후 500년 동안 복음주의 기독교에 기여한 전 세계 (주로 영어권) ‘복음주의자’ 400여명의 주요 일대기를 요약 정리했다. 인물은 ‘가나다 순’이며, 200여명이 나눠 집필했다. 1935년 이후 출생자는 미포함됐다.

존 위클리프(1330-1384)부터 시작되며, 마르틴 루터(1483-1546)와 존 칼빈(1509-1564), 존 웨슬리(1703-1791)를 거쳐 빈야드 운동가 존 윔버(1934-1997)까지 이어진다. 존 스토트는 ‘존 로버트…’, 빌리 그래함은 ‘윌리엄…’, 레슬리 뉴비긴은 ‘제임스…’에서 각각 찾으면 된다.

나는 날마다 숨을 선물 받습니다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김온유 | 생명의말씀사 | 264쪽 | 15,000원

투병기는 완치가 아닐 경우 침울한 분위기가 예상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초반 의료사고 이후 현 상태까지 이르는 과정은 숨막힐 정도로 답답하지만, 저자의 신앙고백들을 듣고 나면 숨이 탁 트인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라는데, 저자는 그것을 숨 쉬는 순간마다 체험하며 살아간다.

김온유 작가의 진지하지만 경쾌한 이 책 외에도, 올해는 남성 신학자 J. 토드 빌링스의 <슬픔 중에 기뻐하다>, 여성 신학자 케이트 보울러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이 각각 자신만의 신학으로 암과 싸우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독교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

밤의 양들(전 2권)
이정명 | 은행나무 | 총 536쪽 | 세트 23,000원

엄밀히 말하면 ‘기독교 도서’가 아니겠지만, 그 어떤 책들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형 전 마지막 1주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12년’이었다는 집필 기간이 이해될 정도로 당대 환경과 인물 묘사가 탄탄하다.

이 스타 소설가는 <밤의 양들>을 통해 한국 기독교 소설의 전범을 제시했다. 전작들처럼 ‘연쇄살인’을 해결하는 추리 기법을 사용해 책 넘기는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메시지도 복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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