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그리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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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보고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중 한 장면.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중 한 장면.

아들의 휴가를 마치고, 필자에게 스스로 상을 주기 위하여 반 고흐의 영화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를 보았다.

반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의 준데르트에서 3대째 개혁파 목사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동기는 가난하고 못 배우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세상의 의무를 일깨워주기 위한 사명감으로부터이다.

영화는 고흐 시점에서 촬영해 그런지, 카메라가 멀미가 났나 싶을 정도로 흔들리고 블러 처리가 되기도 하여 색다른 기법을 느낄 수가 있는데, 자못 흥미롭다.

감독인 쥴리언 슈나벨 역시 화가로서, 고흐가 말년에 어떠한 마음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는지 그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친구 고갱과 고흐의 동생 테오와의 대사를 기본으로 하여, 실제로 고흐가 창작 활동을 왕성하게 한 프랑스 오를 지역을 중심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그는 운명을 다하는 그날까지 외롭고 인간관계에 서툰 고독한 천재화가로 삶을 살아냈다. 그는 “신이 자연이고 자연이 아름다움이라고 느낀다(I feel GOD is nature and nature is Beauty)”고 말했다.

“평범하고 편평한 자연을 마주할 때, 나는 영원을 볼 뿐이다.” 자연에 대한 그의 식견과 자세를 잘 드러내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신에 대한 경이로움 그리고 자연 속에서 그가 얻은 위안과 힐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사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들판에서 하늘거리는 해바라기(1887년)….

파리에서부터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는데,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부터 열두 송이 해바라기까지 있다. 해바라기 그림에서도 선보다는 색채를 중시하고, 두꺼운 붓터치를 사용한 질감 표현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색채를 두껍게 칠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아마 자신의 영감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림에서 그의 고독과 좌절, 동시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 그리고 소명을 본다(라영환 저 <반 고흐 삶을 그리다> 참고).

필자 또한 큰 일을 당하고 나서 몇 년간을 산으로 들판으로 다니면서,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건너올 수 있었다.

그의 기행에 대해 말을 해 보자. 그는 내성적인 성향의 소유자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미숙하고 서툴렀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불편해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시대의 부적응아로서, 자연만 바라보고 하늘을 우러러 순수 예술을 지향한 화가였다, 반면 그의 친구 고갱은 시대와 현실에 재빠르게 적응하여 자신만의 살 길을 찾아 떠나가게 된다.

필자의 추측으로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것은, 떠나가는 고갱을 붙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결행한 시도가 아닌가 한다. 여기에 관련된 여러 루머와 말들이 있지만, 나는 친구인 고갱을 옆에 두고자 했던 마음의 표현이라 믿고 싶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뉴욕 현대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뉴욕 현대미술관

고흐는 사제와의 대화 중에서 “나는 이 시대에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신이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저를 화가로 만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님도 당시에는 멸시와 조롱을 받으면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흘러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다. 이 말에 사제는 깜작 놀라면서 말꼬리를 흐리는 반응을 보인다.

이 말은 외로움과 지독한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창작물을 생산해내야 하는 직종 종사자들에게, 가난과 배고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옵션이다. 배가 고프고 가난하면 신을 향한 구도의 길에 매진하게 되고, 창작 열정이 용솟음치게 된다.

이는 성직을 업으로 하는 자에게는 더욱 더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배가 부르면 반드시 딴 생각을 하게 되고, 곁눈질하면 다시는 이 길로 돌아오지 말아야 이 판의 물이 정화되고 깨끗해질 것이다. 그러나 ‘방귀 뀐 놈들’이 더 큰 소리를 지르는 세상이 되었으니, 더러운 시절을 만난 것을 탓해야만 하나….

“그림은 이미 자연 안에 있기에 내가 꺼내 주기만 하면 돼!” 자연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자연미를 포착하여 고흐 특유의 묵직하고 두꺼운 화법으로 ‘별이 빛나는 밤’이나(여기서 별은 영원성을 상징), ‘한 짝의 구두’에서 닳아버린 구두는 그가 얼마나 진실하게 삶을 탐구했는지를 보여준다.

고독하게 외로이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지만, 그 흔적은 후대에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그는 늘 누군가와 함께 걷고자 했지만, 세상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 것뿐이다! 이 맥락으로 그림으로 유명해지거나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단지 사람이 그리워 소통하고자 그림을 그린 것이다.

훗날 하이데거는 구두 가죽에는 대지의 습기와 풍요로움이 스며들어 있고, 구두창 아래에는 해가 떨어질 무렵 발길을 걸어가는 외로움이 펼쳐져 있으며, 이 신발에는 대지의 소리 없는 외침이 진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반 고흐는 살아서 우리에게 도전하고 있다. 순수한 삶을 살고 신앙고백처럼 삶도 일치하도록 부단히 노력을 경주하라고….

이것은 일평생 그가 견지했던 삶의 철학이었다. 작금의 교회와 크리스천을 보면서, 우리는 고흐가 가졌던 순수한 열정과 순전한 섬김과 나눔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시야 53장을 삶의 목표로 삼고 실천하기 위해 달음박질을 쳤다. 말씀대로 살기위해 노력한 빈센트 반 고흐였다.

끊임없이 하늘의 뜻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외로운 삶을 살아낸 고흐가 만난 세상을 알기 원한다면, 그를 만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이 계속 나의 뇌리를 강타하고 있다.

“슬픔 속에서, 기쁨을 느껴요!”

박대혁 목사
선한이웃교회 담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참고도서
반 고흐, 삶을 그리다, 가이드포스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신성림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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