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개로 나뉜 장로교… 명분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제1회 한국교회 목회자 컨퍼런스, ‘공공성’ 주제로 열려

▲제1회 한국교회 목회자 컨퍼런스가 ‘한국교회여,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회복하자’라는 주제로 열렸다. ⓒ김진영 기자

▲제1회 한국교회 목회자 컨퍼런스가 ‘한국교회여,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회복하자’라는 주제로 열렸다. ⓒ김진영 기자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소장 정일웅 박사)와 (사)한국기독언론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수읍 목사)가 주관한 제1회 한국교회 목회자 컨퍼런스가 '한국교회여,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회복하자'라는 주제로 14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진행됐다.

개회예배에선 한장총 대표회장 김수읍 목사가 설교했고, 이어 한장총 부흥사협의회의 인도로 △한국 장로교의 연합과 일치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의 영적 각성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본격적 발표가 시작돼, 정일웅·김영한·박노진·장성익 박사가 차례로 강연했다.

"성도의 교제 단절해야 했던 이유 되물어야"

먼저 '한국교회의 위기극복: 새로운 교회연합 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정일웅 박사는 "현재 한국교회 연합에 가장 큰 걸림돌은 목회자들의 개교회주의와 개교파주의"라며 이 같은 인식의 원인을 '자전 자치 자립'으로 요약되는 '네비우스 선교정책'의 남용에서 찾았다.

정 박사는 이 선교정책에 대해 "복음이 보여준 그리스도의 자유에 기초한 것이 분명하다(갈 5:1)"면서도 한국교회가 그것을 남용함으로 인해 "경쟁의식과 소유욕에 사로잡혀, 개교회와 개교파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며, 이웃교회와 타교파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형제교회라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즉 복음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인 이웃의 자유를 위한 공간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문제인 것"이라며 "그것은 협동과 섬김, 양보와 절제, 용서와 화해를 통한 연합정신을 상실한 인간성(하나님의 형상) 위기의 문제"라고 했다.

정 박사는 "상대가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분명히 경험하면서도 성도의 교제를 단절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묻고, 이제부터는 서로의 공통점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며 "그러한 일은 먼저 지금 심각하게 분열한 보수교회의 군소교단들 사이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8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약 200개 이상의 교파들로 분열했는데, 분명한 분리 명분이 없으면 다시 원래의 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일웅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정일웅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연합해 힘써야 할 과제로 △복음 전파 △이웃과 사회를 위한 봉사 △이단 문제 해결 △대립 되는 신앙교리를 일치시키는 작업 △대사회·대정부·대국제·대북한 입장 대변을 꼽았다.

"포스트모던 시대, 교리적 외면 넓힐 필요 있어"

이어 '한국교회 개교회주의 극복과 교회 공동체성 함양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명예교수)는 "장로교회만 1980년대 이후 300여 개 이상의 군소교파로 나뉜 것은 대부분 정치적 주도권 쟁탈이나 개인주의적 소유욕에 휩쓸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교파를 뛰어넘어 신앙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서로 뭉쳐 복음 전파에 힘쓰지 않는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세속화 물결이 더욱 거세게 밀려오는 이 시대에 복음 전파의 사명 감당은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한국교회는 더욱 위축되는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 방안 중 하나로 김 박사는 '보수와 진보의 상호 이해 및 협력'을 꼽았다. 그는 "구원론에 있어 진보교회는 개인 구원의 중요성에 대한 진지한 신학적 성찰이 요구된다. 보수교회는 사회 구원의 필요성과 일치된 통전적 기독교 구원론의 새로운 시각으로 이 시대의 복음 전파를 교회연합 차원에서 실현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교회연합은 종교개혁의 신앙과 전통을 이어온 교파들이 하나의 교파로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라며 "기존 교파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이 시대의 복음 전파를 위해 서로 연대하고 힘을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올해는 도르트 신조 4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당시는 교리 정립 시기였으나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에 세속주의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 기독교 진리를 사수하기 위해 교리적 외면을 넓힐 필요가 있다"면서 "감리교 뿐 아니라 같은 신앙고백을 가진 장로교단들이 목회와 선교를 위해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찾아 서로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영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김영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대형교회, 경제적으로 미자립교회 지원해야"
"말씀에 모든 위기의 해법과 방안 들어 있어"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노진 박사(대구온세상교회)는 '한국교회 공동체성 위기, 교회 연합과 미자립교회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박사는 "한국의 전체 교회 숫자는 정확한 통계를 알지 못하지만 약 3만5천여 개쯤 되며, 이 가운데 70~80%가 미자립교회"라며 "이런 교회는 주로 성도 수가 적고, 농어촌에 위치해 있거나 도시 빈민가 주변의 개척교회들"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갱신협의회의 2017년 보고에 따르면 60%에 가까운 목회자들이 100만 원 이하의 사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실제는 80만 원 이하로 생활하는 목회자들이 태반"이라며 "2019년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약 46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미자립교회 목회자 가정의 생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박 박사는 이런 미자립교회 지원방안으로 △자립교회 등의 생활비 지원 △이중직 활성화 △인적·물적 지원 △협동조합 등 미자립교회들 사이의 연대 △목회자 동역자 의식 강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이웃 동역자들의 고난과 아픔에 동참하고 협력해야 할 책임이 기존 자립교회에 있으며, 특별히 대형교회들은 미자립교회들의 경제적 지원에 책임이 있음을 감지하고 많은 자립교회들과의 연합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한국교회의 공공성 위기: 극복 대안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실천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장승익 박사(함께하는 교회 예수마을)는 "교회는 근본적으로 공적이다. 하나님의 백성된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 자체가 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 곧 삼위 하나님"이라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 자체가 공적이요 삼위이기에 공동체적"이라고 했다.

그는 "공공선과 관련된 교회, 그리스도인들과 목회자들의 위기의 근원을 말할 때 결론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성경으로 돌아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왜냐하면 우리 시대가 경험하고 있는 교회의 공동체성과 공공성의 위기를 이미 이스라엘이 경험했고 그 해법과 대안을 하나님께서 이미 성경에서 다 말씀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의 근본 원인은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법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안에 오늘날 교회와 사회, 피조 세계가 직면한 모든 위기의 해법과 방안이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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