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몸 던져, 분열된 교계 하나될 수만 있다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대담] 사랑의교회 중재 나섰던 ‘화해자’ 소강석 목사 (上)

소강석 목사는 최근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예장 합동 부총회장 당선 후 총회장을 보조하는 일에 주력하는 듯 하더니, 지난 연말 사랑의교회 양측이 7년 만에 전격 합의하는 데 있어 반 년 가까이 물밑에서 중재자로 나섰던 것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본지는 2020년 설 명절, 음력 새해를 맞아 소강석 목사에게 교계와 교단의 주요 이슈, 그리고 가짜뉴스 논란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전날도 ‘야간 산행’을 했다는 소강석 목사는 “고요 속에서 이뤄지는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뿌리 깊은 영성에서 설교가 우러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전날도 ‘야간 산행’을 했다는 소강석 목사는 “고요 속에서 이뤄지는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뿌리 깊은 영성에서 설교가 우러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연합기관 통합, 사심 버리고 공익 생각해야
상대방 배려, 섬기고 신뢰하는 진정성 필수
소통, 상처 보듬고 그들 이야기 먼저 들어야

-부총회장으로 사역하다 9월이면 총회장이 되십니다. 올해 각오를 말씀해 주신다면.

“일단 지금은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각오도 돼 있다는 말씀입니다. 교단적으로는 큰 틀을 파악하고 있지만, 자칫 놓칠 수 있는 세세한 부분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총회장이 모든 부분에서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맡길 부분은 과감하게 맡길 것입니다.

그리고 종로5가, 교계 연합기관을 하나로 연합시키는 일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그 체력이란 희생과 헌신입니다. 이 한 몸 던져서, 분열된 교계를 하나되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근 사랑의교회를 비롯해 교계에서 화해자 역할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현재 사분오열된 교계 통합과 연합의 키(key)를 제시하신다면.

“지금은 부총회장이라 무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총회장이 된다면 확실한 목소리를 내고 결단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라고 원수 같은 사람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없는 척하면서 소통하고, 하나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끝까지 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mind)’입니다. 공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공익을 생각하고, 사심, 사적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정말 사랑하고,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신념도 있어야 합니다.

또 아무리 공익을 위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섬기고 신뢰하는 진정성이 보여야 할 것입니다. 상대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하나의 과정으로 봐선 안 됩니다. 누구나 아픔이 있습니다. 내면의 상처를 일단 보듬어주고, 그들의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됩니다. 그 이후 저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공익적 마인드를 확실하게 내세우면, 소통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을 끝까지 섬기고 희생하면서, 양측 사이에 다리를 놓아줌으로써, 성을 무너뜨리고 길을 내줄 때 사람들은 감동받고 마음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교회에서도 그렇게 했고, 말씀하신 어느 교회도 100% 해결됐다고 할 순 없지만 제가 할 역할은 어느 정도 했다고 봅니다. 비록 그가 나의 원수라도, 원수마저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그것이 하나님 나라와 한국교회 공익을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맨 앞)와 함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왼쪽), 갱신위 측 권영준 장로가 기도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소강석 목사(맨 앞)와 함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왼쪽), 갱신위 측 권영준 장로가 기도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대통령, 포용하고 설득하고 소통하는 모습 필요
야당, 따뜻함과 희망으로 국민 편에서 호소해야
기독교는 첨예한 사회 갈등 조정자·중재자 역할

-교계도 그렇지만, 사회적으로도 ‘초갈등’ 상태입니다. 해법이 있을까요.

“일단 가장 대통령과 정치권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도 대통령에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공약과 신념, 자신의 철학대로 밀고 나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포용하고 들어주고 해명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종 못할 사람이라 여겨도 설득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더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신뢰할 것입니다.

물론 야당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뜻함과 희망을 주면서 ‘지금 왜 이렇게 가고 있는가? 저희는 국민 편이 되겠다’고 해야 할텐데, 편 가르기를 하며 투쟁적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국민들은 진영이든 정파든, 편 가르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종교의 역할이 이 지점에 있다고 봅니다. 종교의 역할은 미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미미함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가, 교회가 왜 존재합니까? 먼저 영혼 구원과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를 통합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사회가 잘못 가면 견책하고 꾸짖는 선지자적 기능도 있지만, 동시에 사회에서 교회를 비판할 때는 이를 귀담아 듣고 ‘이러면 안 되겠다, 더 투명하고 도덕적으로 해야겠다’ 하고 반응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기독교는 첨예한 사회 갈등의 조정자,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와 맞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갈등 없는 사회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초갈등, 극초갈등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초갈등 상태를 적어도 갈등 관계, 경쟁 관계로 바꾸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회가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면, 사회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하나의 정파가 돼 버린다면,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기 힘들어집니다. 종교로서의 존재와 역할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차라리 기독교 가치관을 내세운 정당을 만드는 게 낫습니다. 교회 간판을 달고 정치 세력을 규합하는 데 순기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역기능이 많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에게 혐오 세력으로 몰리게 되면, 선교적 순기능은 많이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잇따른 가짜뉴스, 성찰하고 통합 위한 계기로
가짜뉴스 발생 원인, 오해와 무지, 욕망과 미움
교회, 지나치게 극단적 언어 사용은 지양해야

-교계를 대표해 동성애 차별금지법과 NAP 반대, 종교인 과세 문제 등을 해결하는 일에 앞장섰지만, 최근에는 주사파라는 비난까지 받으셨지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은 국민과 기독교인들에게 가짜뉴스 분별법’을 가르쳐 주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당장 제게도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는 더 많은 능력을 선물해 줬습니다(웃음). 이런 가짜뉴스들은 저 자신을 새롭게 하고, 기독교계 통합의 의지를 더 다지는 계기가 됩니다. 가짜뉴스는 문화적·사회적 병리현상을 일으킵니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이 갖다주는 패악 못지 않게, 국민들의 마음을 병들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 속 정상 세포는 주기적으로 죽고 새로운 세포가 다시 생깁니다. 선순환입니다. 그러나 암세포는 밖에서 보면 생동감 있어 보이나, 안에서 썩어갑니다. 가짜뉴스는 혹세무민하여 당장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죽입니다. 영혼을 파괴하고, 사회를 파괴합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에 있습니다. 먼저는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기독당 박두식 대표가 장로인지 목사인지도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박두식 대표와 손을 잡고 기독민주당을 만들겠습니까? 이런 가짜뉴스가 더 큰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근거나 있으면 ‘오해’라도 하는데, 이번 가짜뉴스는 오히려 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아 이건 아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무지’도 문제입니다. 저는 차별금지법과 NAP 반대에 앞장섰고, 종교인 과세 문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NAP와 종교인 과세는 박근혜 정부 때, 차별금지법은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일입니다. 저는 당초 종교소득 과세였던 것을, 종교인 과세로 물줄기를 틀게 했습니다. 둑을 쌓은 것입니다. 종교인 과세는 어차피 시행하게 돼 있었기에, 세무조사까지 가능한 악법을 막아서서, 그야말로 순수한 ‘종교인 과세’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박수는 못 쳐줄망정, ‘아 그랬구나’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NAP에 대해서도 ‘결국 통과되지 않았느냐’고들 하시지만, 원래 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까지 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것까지는 안 된다며 막아낸 것입니다. 이처럼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가짜뉴스는, ‘소설’을 넘어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소강석 목사는 “기독교는 각종 사회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소강석 목사는 “기독교는 각종 사회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둘째로는 욕망과 미움 때문입니다. 저도 대통령이 마음에 안들 때는 욕하고 싶고, 이 정부가 한미동맹은 소홀히한 채 사회주의와 친북 쪽으로만 가면 심도 있게 비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목회자 아닙니까. 정치인이 아닙니다. 때로는 목회자의 자존심과 정체성과 품격, 체통을 지켜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합니다. 앞장서서 반대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분들이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대신 하고 계시기에 고마운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도 ‘과유불급’입니다. 선은 넘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가 지나치게 극단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민들의 표로 정권을 심판하는 것입니다. 심판을 원한다면, 더 많은 국민들에게 실정을 알리고 여론을 이끌어야겠지요. 우리끼리 모여서 욕하는 것은, 부정적인 극단의 왕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스스로 ‘용기가 없는 사람인가?’ 생각해 봤지만, 아직 이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기독교가 세운 보수 정권, 정작 기독교 외면
현 기독교는 지나치게 반정부 쪽으로 향해
기독 정당 운동보단 기독 의원 양성이 필요

-한국교회와 국민들에게도 4.15 총선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투표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진영 논리와 지역 논리, 정파 논리에 매몰되거나 편승해선 안 됩니다. 적어도 기독교적 가치관을 갖고, 기도하면서 골라야 합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시대의 요구를 바라보면서 신앙 양심으로 투표해야 합니다.

과거 기독교에서 보수 정권을 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보수 정권은 기독교계를 외면했습니다. 보수 정권은 동성애에 침묵하고, 종교인 과세를 만들었으며, NAP와 차별금지법, 할랄과 수쿠크법도 추진했습니다. 그럴 때는 기독자유당으로 뭉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지나치게 반정부로 가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엇갈리고 있어, 우려가 많습니다.

김진홍 목사님이 말씀을 잘 하셨습니다. 더 많은 기독 의원들을 국회로 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뒤에서 그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국적으로 기독 정치인들을 길러야 합니다. 당장 당선되지 않는 이들과도 유대관계를 맺고, 그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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