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홍정길 목사에 “현 정권이 사회주의? 해명해 달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말씀과 순명’ 기도회 첫 설교 관련 공개서신

‘체제 선택하는 선거’라는 설교 마지막 부분
사죄의 은총 강조한 설교 흐름과 맞지 않아
나라 걱정하는 마음 넘쳐 발생한 실수일 것

▲기윤실 홈페이지.
▲기윤실 홈페이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백종국 교수, 공동대표 배종석·정병오·정현구, 이하 기윤실)에서 ‘홍정길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 서신’을 발표했다. 제목은 “목사님, 지금 한국 사회와 교회에는 ‘이념을 초월한 복음’의 능력이 필요합니다”이다.

홍정길 목사는 기윤실 직전 이사장이며, 기윤실 홈페이지상으로는 지금도 이사에 이름이 올라 있다.

기윤실은 “지금은 대부분의 직책에서 물러나 계시지만 그동안 홍 목사님께서 목회자이자 기독운동가로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끼쳤던 선한 영향력들은 든든한 자산으로 남아 있고, 지금도 많은 성도들이 목사님을 존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개교회 안에 갇혀 있을 때 목사님은 많은 해외 선교단체들과 학생 선교단체들, 선교한국과 KOSTA를 비롯한 연합 운동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물질적 지원과 중심을 잡아주셨다”며 “한국교회가 북한에 대한 미움과 증오에 빠져 있을 때도 목사님이 앞장서서 한국교회가 북한 동포들을 사랑으로 품을 수 있도록 대북지원에 앞장서셨고, 밀알학교를 통한 장애인 사역 등에도 앞장서 오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이사와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섬겨주셨음에 감사드린다”며 “목사님의 귀한 섬김이 있었기에 기윤실이 복음에 합당한 윤리적 삶, 신뢰받는 교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흔들림없이 감당해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기윤실은 “그러나 우리는 최근 한국 사회가 극단적 이념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이념 대립을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복음으로 상대화하며 사랑과 화해의 중보자 역할을 해야 할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이름으로 특정 이념을 합리화할 뿐 아니라 극단적 이념의 선두에 서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기윤실이 2020년 표어를 ‘이념을 초월한 복음, 사랑으로 실현하는 정의’로 세우고 노력하는 것도 목사님의 가르침과 삶의 모범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난 2월 12일 ‘말씀과 순명’ 첫 기도회에서 목사님이 전한 설교 내용으로 인해 많은 성도들이 크게 놀라고 걱정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다”고 주장했다.

또 “물론 한국 역사 가운데 임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와 그 은혜에 합당한 삶을 사는데 실패했던 아픔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공감했다”며 “그러나 설교의 마지막 부분에 집권 민주당이 사회주의 정책과 체제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것인가 사회주의 체제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은 많은 성도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말했다.

▲홍정길 목사가 12일 기도모임에서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홍정길 목사가 12일 기도모임에서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들은 “이 내용은 사죄의 은총을 강조하신 전체 설교의 흐름과도 잘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 관계에 있어서도 논쟁이 필요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선거 개입의 요소가 농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윤실은 “집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에 불만과 비판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사람을 공직자로 임명하는 일들이 많았고,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수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양극화나 일자리 문제, 입시고통의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들을 해소하는 일에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일평생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목회자로서 목사님이 현 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염려 또한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사회주의 체제나 전체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많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군다나 “이번에 목사님께서 첫 설교를 맡은 ‘말씀과 순명’ 기도회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극한 이념 대립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와 이념으로 나뉘어 하나가 되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말씀의 능력으로 극복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모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성도들이 특정 이념을 신앙의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성도들을 정치적 집회로 선동하며, 본인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거짓된 지도자들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는 현실에, 건강한 복음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기대를 했다”며 “홍 목사님도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셨기에 초청인이 되어 주셨고, 또 첫 설교를 잘 이끌어주셨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이에 벗어나 더욱 아쉽다”고 했다.

끝으로 “많은 성도들이 충격을 받았던 목사님 설교의 마지막 부분은 목사님의 일관한 생각이 아니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넘쳐서 발생한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니 목사님의 설교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후배 성도들을 위해, 그리고 ‘말씀과 순명’ 기도회가 원래 취지대로 한국교회를 이념의 수렁에서 이끌어내 막힌 담을 헐고 둘로 하나되게 하신 복음의 능력을 나타내는 모임으로 쓰임받도록 하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더불어 “그리하여 나라를 사랑하는 목사님의 마음이 전체 한국교회가 이 나라를 위해 진정으로 기도하고 올바르게 섬기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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