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회 분열이 고신 때문? 자학적 사관 탈피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2회 고신포럼 ‘전환기의 한국교회와 고신의 역할’

신사참배 거부운동 선봉장, 주기철 아닌 한상동
교권주의자들, 입지 흔들릴까 출옥성도 제거해
우상숭배에 면죄부, 고신교회 구성원들에 상처

▲최덕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덕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2회 고신포럼(대표회장 김현규 목사)이 ‘왜 고신인가? 전환기의 한국교회와 고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1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됐다.

포럼에서는 ‘고신교회의 계승과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가 강의했다.

최덕성 박사는 “고신교회의 정체성은 이 교회를 풍요롭게 이끈 역동적 흐름을 순교신앙과 생활순결, 투쟁정신과 저항기질, 세상권세와 가치의 중심을 거부하는 비타협적 주변성, 세상-역사-문화에 대한 개혁주의, 율법주의적 보수성과 동일시된다”며 “순교정신과 투쟁정신, 생활순결은 고신교회의 고귀한 유산이나, 이는 종종 변종 바이러스처럼 그리스도의 교회에 피해를 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고신교회는 콘스탄티노플 신경이 말하는 교회의 4대 속성, 단일성·거룩성·보편성·사도성에 충실하다. 전환기 고신교회의 돌파구(breakthrough)는 세 가지”라며 “첫째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질과 속성들에 충실하려는 노력, 둘째 문화 기독교, 윤리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등의 이미지를 넘어 예수 구원의 복음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교회 본질 회복, 셋째 예수의 사도들이 보여준 사도적 직무의 회복”이라고 전했다.

최덕성 박사는 고신 교단에 대한 한국 교계와 일부 교회사학자·신학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그는 “하기오그래피(hagiography)는 성인열전을 기술하는 영웅주의 사관으로, 역사를 아전인수, 견강부회 식으로 해석하고 구성한다. 부끄러운 역사는 감추고, 자랑스러운 역사만 영웅적으로 확대 기술 평가한다”며 “반면 자학(自虐) 사관은 역(逆)하기오그래피이다. 자신들의 역사를 필요 이상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역사왜곡, 사실호도가 가장 심각한 한국교회사 대목은 고신 교단 출범에 관한 기술이다. 예장 제1차 분열에 대한 대부분의 기술은 사실을 완전히 호도한다”며 “고신교회를 설립한 출옥성도들이 자기의 의를 과시하면서 독선적으로 교회를 분열시켜 독자적 교회를 설립했고, 고신파가 교회의 외형적 단일성을 파괴하고 교회분열의 죄를 범한 것으로 기술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려한 친일 전력을 가진 인사들이 광복 후 예장 총회(1946) 재조직을 주도했다. 신사참배 반대운동의 선봉장 한상동 목사와 경남 출옥성도들도 총회와 경남노회 재조직에 참여했다”며 “고신교회 초기 지도자들이 우상숭배 전력자들과 함께 교회 재건에 동참한 것은 심대한 교회론적 함의(implication)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또 “친일파 인사들은 출옥성도들과 고려신학교의 등장이 자신들의 입지가 난감해지자 그들의 노회를 총회에서 제거했다. 친일파 교권주의자들은 장로회 규칙과 질서를 위반하고 교회 분열을 책동한 것”이라며 “고신교회는 독립적 교회 조직 의사가 없었지만, 총회의 교권적 횡포와 부당한 결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독자적인 길을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덕성 박사는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선봉장은 주기철 목사가 아니라 한상동 목사였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를 거부했지만, 거부운동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선봉장 한상동 목사의 운동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했다”며 “한상동 목사는 이를 공개적 ‘정치운동’으로 전개하면서 ‘지하교회’ 형태로 전환해 신사참배를 행하는 한국교회와 대결 구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민경배 박사는 주기철을 정통교회론자로, 한상동을 분리주의자로 비난한다”며 “이는 교회 역사를 신학적·교리적·교회론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힘의 논리, 교회교(Churchanity), 비고신적 당파 시각으로 파악한 역하기오그래피 사관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이만열 박사는 고신교회 설립이 부당하고 한국 장로교회 제1차 분열의 책임이 고신교회에 있다고 주장한다. 고신파가 분열을 선택했다는 것”이라며 “이만열 박사는 민족주의 역사가임에도, 친일 반민족 행각과 교회를 분열시킨 범죄자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과소평가한다. 그는 왜 배교자, 민족 배신자들의 자성과 통절한 참회고백을 촉구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만열 박사의 고신교회 출범과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한국교회의 과거사에 대한 참회고백과 참회권징의 의무와 책임소재를 흐려놓는다”며 “우상숭배와 배교, 백귀난행에는 면죄부를 주고, 준엄한 역사적 비판을 받아야 할 사안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만들며, 고신교회 구성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상규·전호진·이성구·양낙흥 박사 등의 비슷한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또 “고신교회에 속한 일부 지식인들의 역사 평가가 왜 자학적일까. 먼저 고신교회는 학문의 자유의 공기가 넉넉한 곳으로, 무례한 자학적 평론과 응석을 방임하기 때문”이라며 “또 역사의 본질에 무지해 학문성이 결여돼 있고, 규범 공동체인 교회 역사를 개혁교회론과 진리성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며, 고신교회의 투쟁정신을 자신의 부정적 반골기질과 결합시켜 고신교회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비판정신을 가진 학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신교회의 도전과제에 대해서는 먼저 ‘하나님의 칭의가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다는 진리에 대한 확실성’이라고 제언했다.

최덕성 박사는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 또는 이신행칭의 교리에 호감을 가진 일부 구성원들이 있었다.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은 로마가톨릭 교회 의화론(義和論)의 짝퉁”이라며 “고신 총회가 2018년 ‘칭의론에 대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입장’을 채택한 것은 구원 교리를 위협하는 고신 공동체 안의 일련의 움직임과 시도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박사는 “하나님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자들에게 은혜의 선물을 그냥 주셨지, 조건적으로 주시지 않았다. 고신교회 구성원들은 예수의 십자가 대속사역을 통해, 예수께서 의로운 만큼 의로워졌다”며 “선물로 받은 의에 대한 기독인의 확신은 맹렬하게 죄를 멀리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게 한다. 이를 통해 고신교회가 전통으로 유지해 온 생활의 순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전했다.

두번째 도전과제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의 혜택을 받은 자들의 회중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자긍심 강화’라며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초점은 거부와 반대와 저항이 아니라, 우리 주 왕 중 왕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 신의, 고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신교회 설교자는 기독교 메시지 핵심을 그리스도를 본받음과 윤리실천 강화에 고착시켜선 안 된다”며 “고신교회가 제시하는 복음의 초점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으면 죄 용서를 받으며 영원한 생명을 얻고 영생 복락을 누린다는 기쁜 소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번째 과제인 ‘복음진리를 전파하는 사도적 직무의 수행’에 대해선 “고신교회 강단과 신학교 강의실을 차지하고 있는 ‘윤리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문화 기독교, 하나님의 선교’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영혼 선점과 복음전도로 채우라”며 “전환기의 고신교회는 정통신학에 충실한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새로운 시대적 감각, 구조, 틀 안에서 지경을 전 세계로 넓힐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후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와 박정곤 목사(고현교회)가 논찬을 전했다.

고신포럼은 한국교회 안팎의 여러 도전에 대응하고, 바른 신학에 근거한 교회 건설을 위해 2018년 12월 3일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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