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수 목사 “‘예수 정신’은 ‘교단 키우기’가 아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2회 고신포럼 ‘고신교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기대와 역할’ 강연

나는 ‘고신 맨’… 고신 너무 사랑해서 총신 갔다
예수 정신 살아나려면, 우리 존재 더 초라해져야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 허덕이는, 한국교회 비극

▲이찬수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찬수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제2회 고신포럼에서 ‘고신교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기대와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17일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에 이어 강연한 그는 “최 교수님이 고신 교단이라는 큰 틀에서 정리해 주셨다면, 이 시간에는 목회자들 개개인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이찬수 목사는 “올해 목회자로서 30년차를 맞는다. 아버지가 고신 교단 목사님이셨던 것이 평생 제 정체성을 만들어줬다”며 “어린 시절 고신 교회에서 자라며 뭣도 모르고 SFC 강령을 기계적으로 외우기만 했는데, 요즘은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감사가 계속 증폭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한국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 필요에 따라 시민권을 얻지만, 누구도 미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처럼 제가 총신대에 입학하고 합동 교단에 있다 해서 ‘고신 맨’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종종 고신 교단 목사님들과 대화해 보면 긍지가 없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신은 답답하고 폭이 좁다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고신은 합동에 비해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기에, 이것이 약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 계시는 분들도 모두 그런 정체성을 갖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저는 고신을 너무 사랑해서 총신대로 갔다. 제 성향상 고신 신대원으로 간다면 굉장히 배타적으로 ‘고신’만 외칠 것 같았다”며 “그래서 29세 때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고신은 안 간다. 그리고 고신과 가장 색깔이 비슷한 데로 간다. 그곳이 총신이라고 해서 들어갔다. 합동 교단인지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찬수 목사는 “목회자들이 가져야 하는 진짜 ‘고신 정신’은 무엇일까. 바로 예수 정신이다. 예수 정신이 살아나게 하려면, 우리 존재는 더 초라해져야 한다”며 “예수 정신만 있으면 된다. 고신이 살려면, 고신이 죽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긍지는 다 죽고, 예수 정신만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어른들이 신사참배 거부하신 것이 대단한 게 아니고, 예수님 말고는 영광 받을 어떤 대상도 없다는 그 정신이 대단한 것 아닌가”라며 “그 정신이 살아야지, 신사참배 거부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그는 “사랑의교회 부목사로 있을 때, 동료 목사가 ‘당신에게는 고신의 피가 흐른다’고 하더라. 고신 교단 안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신이 중요하다”며 “예수 정신, 이것이 없으면 진짜 비참해진다. 이것 없으면 약장수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 목사는 “마가복음을 설교하고 있는데, 세례 요한이 먼저 나온다. 세례 요한이 자기 존재를 하찮게 여길수록, 전하는 메시지가 커졌다. 반면 우리가 존재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수록, 메시지가 죽어버릴 것”이라며 “존재를 남기려 시도하는 모든 교회들의 메시지가 다 죽고 있지 않는가. 예수 정신은 교단 키우기가 아니다. 교단 키우기가 아니라, 교단의 정신, 예수의 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인 목회자들에게 “고신 교단이 살아나려면, 내가 하찮아져야 한다”며 “총회장이라는, 대형교회라는, 엄청난 설교자라는 갑옷을 입고 있어도, 결국 주님 앞에서는 하찮은 존재임을 서글퍼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세례 요한처럼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하찮게 여긴다면 그 분이 전하는 메시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권면했다.

이찬수 목사는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너무 도전을 받는다. 1장 1절부터 거두절미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강력하게 선포한다. 마태복음처럼 계보 이런 것 없이, 직격탄을 쏜다”며 “그런데 복음이 선포된 뒤 바로 예수님이 나오시는 게 아니라, 세례 요한이 나온다. 이게 목사로서 어마어마하게 감동이 됐다. 이 엄청난 복음을 선포한 주님께서 세례 요한을 동역자로 불러주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목사는 “세례 요한이 ‘주의 길을 예비했다’고 했다. 주석을 보니 이는 다른 게 아니라 타락한 인간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정비시키는 일”이라며 “한편으로 나 자신을 하찮게 여기지만, 이런 하찮은 나를 동역자로 불러 주셔서 하나님께서 앞길을 형통케 하시는 역할을 맡겨 주신 것에 대한 상상을 초월한 감격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회가 사이즈나 인기, 유명세 등으로 자리매김을 하다 보니, 큰 교회 목사들이 사명자로서의 존재감보다 큰 교회로서의 긍지가 너무 많아져 버렸다. 반면 그렇지 않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존재감이 없다고 여긴다”며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허덕거리는 것이 한국교회의 비극”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고신 교단 목회자들에게 회복돼야 할 기쁨이 있다면, 요한복음 2장의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는 기적에서 ‘물 떠 온 하인들의 기쁨’”이라며 “큰 교회 목사 돼서 몇십 병 포도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억대 연봉을 즐긴다면, 그것은 탈선이다. 하지만 포도주를 한 방울도 못 마셨지만, 기적의 사건에 동역자로 불러 주셔서 심부름을 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시는 것이 바로 고신 교단의 예수 정신 아니겠는가”라고 역설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 성탄절에 주님께서 주신 메시지가 본회퍼의 ‘마구간에서 십자가로’였다. 그것이 복음이었다. 누울 자리가 없어 마구간에서 태어난 신을 본 적이 있는가. 무슨 신이 이런가”라며 “자리를 내주면 들어가고, 자리가 없어 마굿간에서 태어난 신, 그는 마구간에서 시작해 십자가로 끝났다. 그런데 우리는 궤도를 이탈해도 너무 많이 이탈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목사는 “마구간에서 시작해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고신 정신이다. 예수 그리스도라면 어떻게 살겠는가. 우리 존재가 너무 존귀해져서, 메시지가 죽어간다는 것을 기억하자”며 “우리 존재의 하찮음을 기억한다면,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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