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금 목사 “광화문 집회, 정치권도 안 하는데 교회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 말씀과 순명’ 두 번째 기도회

한국교회, 교회 중심 삼다 하나님 나라 잃어버려
교회는 극우나 극좌 어느 곳이든 치우쳐선 안 돼
성도들 교회에 가둬놓는 신자로 키운 것 아닌가

▲기도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도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 말씀과 순명’ 두 번째 기도회가 19일 오전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도회는 유기성 목사 인도로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원로)가 ‘진정한 순종(요 18:37-40)’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날 기도회에 지난 주 설교했던 홍정길 목사는 해외 체류 중이라 불참했다.

전병금 목사는 “지금 우리나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 있다. 좌와 우로 나뉘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해방 정국보다는 덜하다. 그때는 암살을 해 가면서 정권을 잡으려고 암투를 벌였다”며 “초갈등 사회가 됐다고 한다. 이렇게 되는데 한국교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목사는 “한국교회는 하나님 축복으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교회가 엄청나게 성장했다. 하나님의 축복인데, 몸집은 커졌지만 그에 걸맞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지금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사회 발전에서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한국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하나님 나라이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인 세상을 구원할 책임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고 진단했다.

둘째로는 “한국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이기주의적 종교집단으로 전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래서 세상에서 기대를 하지 않고, 비판을 받는데도 대응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했다.

이후 “최근 한국교회 일부 신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대형 집회를 통해 정권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며 “정치계에서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권세가 타락하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 형상을 깔아뭉개고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자행하고 평화를 깨고 전쟁으로 나라를 이끈다면, 교인이든 신자든 생명을 걸고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오늘 여러분들이 보는 운동은…”이라고 했다.

▲전병금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전병금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전병금 목사는 “교회는 극우나 극좌 어느 곳에서 치우쳐선 안 된다. 교회가 세상에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한국교회에서 사라진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하나님 나라의 모습도 없으면서 정권 퇴진 운동을 해서 사회에 엄청난 갈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극좌가 있으면 극우가 생기고, 극우가 있으면 극좌가 생긴다. 교회는 화해의 사명을 갖고 있지, 나라를 갈라놓고 투쟁 일변도로 나아가는 건 안 된다”며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 그대로 교회가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교회 중심으로 교회를 잘 섬기고 세상에서 진실되게 살고 교회 봉사 잘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며 “그러나 예수님은 그보다 하나님 나라 운동,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하나님 형상으로서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면서 빛과 소금 되도록 해서 전 세계를 하나님 나라로 확대하고자 하셨다”고 강조했다.

노예무역을 폐지한 영국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에 대해 장시간 설명한 전 목사는 “20대 국회에 119명이 기독교인이라고 하는데, 정치계에 이렇게 갈등이 많은 것은 그들에게서 기독교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회에서는 훌륭한 신자들인데, 정치계에 가면 당리당략과 자기 이익에 의해 끌려다니고 있다. 빌라도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회자들이 성도들, 지도자들을 어떻게 키웠는가.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사람들을 키웠는가, 아니면 교회에 가둬놓는 신자로 키웠는가”라며 “윌버포스를 키운 멘토 그룹 크레팜 공동체는 믿음의 공동체였다. 우리 목회자들이 믿음의 공동체에서 사람들을 정의와 평화의 사도로 키워, 정치·경제·사회·문화계에서 파괴된 이 나라를 하나님 나라로 확장하고 세계를 복음화하는 일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설교 앞부분에서 그는 “1998년 옥한흠·손인웅 목사님과 30-60대 목회자들을 모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를 출범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는데, 하루는 옥 목사님이 화를 내면서 ‘어떻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무조건 퍼주느냐. 북한에서 하는대로 상호주의를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소개했다.

전병금 목사는 그 말을 듣고 “목사님, 한 교회 목회자라면 그런 말씀 해도 괜찮지만, 한국교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존경하는데 상호주의는 정치가들이나 하는 소리 아닌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는지 생각하셔야 한다. 예수님은 상호주의가 아니라 북한 굶주린 민중들에게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고 하시고, 북한에 가서 직접 그들을 만나 인도주의적으로 식량을 퍼주시지 않겠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제 말에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좀 언짢아 보이셨다”며 “그런데 그 이후 상호주의라는 말이 없어지고, 북한을 도와야 한다. 함께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며 “그 분이 한국 민족의 지도자감이라고 생각했다. 남의 말을 받아들이고, 후일 ‘교회 지도자들이 과거의 생각을 버리고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북한을 끌어안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설교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오늘 초청인들을 뵈니 한국교회를 이끌고 있는 분들”이라며 “여러분들이 어떤 입장으로 이 땅에서 발언하고 설교하고 접촉하는지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지형은, 이재훈, 주승중, 전병금 목사 등 목회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지형은, 이재훈, 주승중, 전병금 목사 등 목회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도회를 인도한 유기성 목사는 설교에 앞서 “나라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첫 모임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들었다. 그만큼 우리 때가 혼란스럽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어떤 주장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겸손히 듣고자 함이다. 어떤 성명서를 내고자 함도 아니고 철저히 무릎 꿇고 기도하자고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유 목사는 “그러므로 10번의 모임 동안, 어떻게 말씀으로 이끌지 기대하며 나아갈 뿐”이라며 “오늘도 주께서 우리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부르셨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를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부르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우와 극좌, 초갈등 사회로 치닫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 이때, 하나님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분명히 이 나라를 하나 되게 만드시는 사명을 주셨다”며 “갈라진 틈을 가로막아 서서 하나님 앞에 우리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정확하게 받는 목회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이렇게 모이게 했다”고 했다.

이날 목회자들은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며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 말씀을 들어, 한국교회가 하나님 뜻을 명확히 알도록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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