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진심으로 환호할 수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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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영화 ‘기생충’에 대한 문학적 시선 (1)

오랜 해외 체류를 끝내고 돌아온 송영옥 박사님이 다시 기독문학세계를 연재해 주십니다. -편집자 주

첫 번째 에피소드: 막연한 불안, 그 우울과 공포의 실체는 무엇일까

▲안테나를 찾는 기우와 기정.

▲안테나를 찾는 기우와 기정.

영화 <기생충> 개봉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그 영화를 관람하였다. 휴일 아침에 비가 내리고 있었고 라운딩이 취소되어서 골프장에서 바로 영화관으로 갔던 것이다.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언론의 극찬, 즉 ‘한국의 블랙코미디’, ‘상징과 메타포’에 대한 찬사 때문이었다. 이 문학적 찬사가 아니었다면,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선입견 때문에 굳이 그 날 그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내 선입견은 영화를 관람한 후 확인이 되고 말았다. 내 감상은 한 마디로 매우 부정적 감정이었다. 막연한 불안이었다.

감독은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키려고 부단히 애를 쓴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많이 우울하고 공포스럽고 냉소적인 감정이 몰려왔던 것이다.

심지어는 코미디의 일반적 특징인 씁쓸한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카타르시스조차 느낄 수 없었다.

다음 날 한 동료가 물었다. <기생충>이 어떤 영화냐고. 나는 주저 없이 말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갈등을 다룬 영화이다. 그런데 전자를 욕망하는 후자가 그 욕망의 성취를 위해 신분을 위장, 거짓과 위선으로 접근하려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욕망이 분노로, 분노는 폭력으로 이어지고, 결국 폭력으로 모두 파멸한다.

물론 유머와 해학의 옷을 입혔다. 그러나 예술이기보다, 나는 잘 포장된 상품으로 느꼈다. 더 큰 우려는 인간성의 타락과 문명의 미래에 대한 공포였다.”

▲기우와 함께 사기극에 적극 가담하는 제2의 주모자, 기정(박소담 분)

▲기우와 함께 사기극에 적극 가담하는 제2의 주모자, 기정(박소담 분)

그 후 친구도 영화를 보았고, 같은 공감대에서 우리는 꽤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얼마가 지나서 영화 <기생충>은 의기양양한 고공 행진을 시작했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문화계를 진동시키고 있다. 아카데미상 네 개 부문을 거머쥐고 전 세계의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자리까지 온 것이다.

이 현상이 나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시상식을 지켜보면서도 유럽 매체들의 논평을 접했을 때도, 다시 관람 날의 감정에 휩싸였다. 한참 후에야 ‘뒷북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혼란…, 왜일까?

내가 기생충의 명예로운 순간에 진심으로 환호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뒤떨어진 의식을 갖고 있어서일까 . 친구도 나도 흔히 말하는 ‘꼰대 세대’여서인가. 아니면 봉준호 감독이 좌편향 감독이기 때문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갔고, 나는 감정을 숙고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모든 언론은 다투어 찬사를 쏟아냈다. 이 현상은 아마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이 작품을 메타포로 평가하겠다면서 “기생충이야말로 다윗이 물맷돌 하나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며 우리 민족의 쾌거이다”라고 하였다.

다른 패널들도 ‘멋진 평’이라 감탄하면서, 그의 재치를 경탄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나는 왜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을까.

이러저러한 개인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보편적 감정의 합리적 근거를 찾아야 했고, 스스로에게 이 폭소의 의미를 설명해야 했다. 이것이 글을 쓰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택의 집 근처.

▲김기택의 집 근처.

찬사는 영화 <기생충>을 “걸작이며 한국의 블랙코미디”라고 한다. 나 역시 형식 면에서는 동의한다. 코미디란 원래 ‘교수대 농담’ 이다 라는 유머가 있다. 삶에 대한 애착을 모두 버린 상태에서 나오는 자조 섞인 웃음이라는 뜻이다.

블랙코미디란 위험을 눈앞에 두고 하는 풍자 유머의 초기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기 개념이라고 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긴 하지만, 승화되지 않으면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우울이나 공포 냉소적 유머에 머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관객은 인물들이 처한 환경이 극심한 갈등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상황인 때문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한다. 이것이 찬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학적 시선은 이러하다. 만약 인물들이 환경에 침몰되지 않고 객관적이 된다면, 그 상황은 비극이 아니고 희극이 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코미디 작품이란 인생의 밝은 면에 감동함으로 표출되는 관객의 재미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밝고 유쾌한 웃음은 코미디 작품의 격과 맞물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생충>에서 느낀 부정적 감정들은 바로 대부분의 인물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매몰된 것에 기인한 것 같다. 그 결과 자신의 욕망을 가면 뒤에 숨기고 욕망을 미화하는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때문에 <기생충>은 코미디 영화의 본질보다는 위선을 미덕으로 강조하려는 인상을 더 많이 줬다. 옳은 것과 그른 것에 상관 없이, 오직 욕망의 성취를 위해 가능한 방법을 다 쓰는 것이 위선 미화의 한 예이다.

일찌기 영극의 극작가로 뛰어난 코미디언 영화 감독자였던 찰리 채플린( Sr. Charles Spencer Charlie Chaplin) 은 이렇게 말한다. <계속>

송영옥 박사(영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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