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싫어하던 집회, 코로나가 구실 돼”
이억주 목사 “막무가내로 할 수도 없어”
심하보 목사 “중국인 안 막더니 우리만”
서경석 목사 “우리도 취소, 어쩔 수 없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를 이유로 ‘광화문 광장’ 사용을 금지하면서 매주 토요일 열리고 있는 ‘광화문 집회’ 개최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교계 인사들은 대체로 우려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는 “정부에서 그렇지 않아도 집회를 원하지 않았는데 코로나가 구실이 된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한다고 하는 것도 억지 같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세상 사람들이 순리라고 하는데, 하나님 뜻대로 해야 할 것”이라며 “법이 그렇다면, 강행할 경우 법을 어기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그것이 기독교를 박해하는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했던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는 “광화문은 노천인데 감염 우려가 있느냐”며 “중국 사람들은 그대로 들어오게 하면서, 왜 우리나라 사람들만 꼼짝 못하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심하보 목사는 “광화문 광장 사용을 금지하려면, 시장이든 대중교통이든 모두 못 가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바깥에 나가고 안 나가고는 개인의 자유인데, 그럼 박 시장도 바깥에 안 나올 것인가”라고도 했다.
심 목사는 집회 개최 여부에 대해 “아직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다. 저는 스탭이 아니라 가끔 설교만 하는 사람”이라며 “내일도 집회가 열리면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경석 목사(선진화국민행동)는 “현재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저쪽 입장에서는 코로나19를 통해 광화문 집회를 중단시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서 목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신천지 교회가 완전히 작살이 났는데, 지금 (광화문 집회 측은) 이번뿐 아니라 오는 29일과 3.1일 집회도 있는데 최대한 많이 모이자고 한다”며 “확진자가 몇 명 껴서 온상이 될 위험성이 충분히 있다. 어쩔 수 없(이 취소해야 하)지 않나”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태가 판데믹(pandemic, 대유행)으로 갈 수도 있으니,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중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내일 (청계광장) 집회를 취소했다”며 “행정명령을 내렸는데도 강행한다면, 우파가 사람들에게 욕을 많이 먹을 것이다. 전 목사도 아쉽지만 중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인천에서도 오는 27일 3.1절 기념행사가 자유공원에서 예정돼 있었는데, 구청에서 불허 통보가 왔다고 한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는 행정당국이 불허하는 것이 불만이더라도 저항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박원순 시장이 그렇게 했다 해서 (박 시장을) 비난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부터 ‘문재인 하야’를 외치며 청와대 앞에 광야교회 텐트를 설치하고 매주 토요일 ‘광화문 집회’를 인도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앞 텐트는 서울 종로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