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가 종교집회 금지? 가장 기본적 권리 침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국회 결의와 이재명 지사 발언에 대한 신학자들의 입장

▲사랑의교회가 지난주에 이어 8일도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렸다. 각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도들. ⓒ사랑의교회 제공
▲사랑의교회가 지난주에 이어 8일도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렸다. 각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도들. ⓒ사랑의교회 제공

국회의 ‘종교집회 자제 촉구 결의안’ 채택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에 대해, 신학자들은 대체로 강한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김영한 박사. ⓒ크투 DB
▲김영한 박사. ⓒ크투 DB

자진해서 온라인 예배 전환, 국가에 협력
공권력 발동, 교회의 권리에 대한 침해해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온라인 예배 전환 조치를 이미 자진해서 실시하고 있다”며 “교회는 지금 국가 정책에 유례 없을 만큼 협력적이고,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미 실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 박사는 “사회에서는 줄서기와 대중교통 탑승 등 그래도 일상생활을 그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는 시간도 인원도 줄여서 예배드리고 있는데, 이재명 지사가 그런 식으로 소위 공권력을 발동한다면 교회의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천지처럼 교회 모임에서 대감염이 일어났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한다면 종교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고, 이것이야말로 정교분리 위반”이라며 “정부와 교회가 상의하면서 해야 할 문제를 정부가 월권적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명수 박사. ⓒ크투 DB
▲박명수 박사. ⓒ크투 DB

‘종교의 자유’, 쉽게 논하는 자체 안타깝다
서구에서 오랜 역사적 투쟁으로 확보된 것

박명수 박사(서울신대)는 “인간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에 대해, 국가 공권력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매우 안타깝다”며 “종교의 자유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박사는 “종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는 서구에서 오랫동안 역사적인 투쟁을 통해 확보된 것”며 “이런 기본권을 권력자가 마음대로 침해 또는 제약한다면, 사회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전염병 예방에 힘써야겠지만, 교회를 표적 삼아 집회를 금지시킨다면 두고 두고 말이 나올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국가에 협조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하려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전했다.

▲김재성 박사. ⓒ크투 DB
▲김재성 박사. ⓒ크투 DB

현 정부, 국가와 교회의 관계에 있어 지나쳐
이재명 지사 언급, 저항과 불만과 분노 생겨

김재성 박사(국제신대)도 “이는 국가 시책과 성도들의 건강 안전을 도모하는 교회의 자체 판단과 균형 잡힌 안목으로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며 “자꾸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일종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국가와 교회의 관계에 있어, 현 정부는 너무 지나치게 나오고 있다. 저는 그것이 우려된다”며 “우리도 생각 없는 사람들이 아닌데, 왜 자기들이 나서서 강대강 대립으로 몰고 가는가? 바람직하지도 못하고 원하는 바도 아닌,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언급에 대해 “교회로부터 저항과 불만과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다. 방역으로 풀어야지, 정치로 풀어선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라며 “마찬가지로 신앙으로 풀어야지, 행정으로 하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국민들에게 방역 당국의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건전한 시민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교회는 자체적으로 ‘예배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다. ‘모이기를 힘쓰라’는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적 발언은 교회를 향한 폭언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병훈 박사. ⓒ크투 DB
▲김병훈 박사. ⓒ크투 DB

종교의 자유 아닌, 사회와의 관계 측면 문제
정부, 종교의 자유 침해하려는 의도 아닐 것
교회, 정부 믿고 방역 당국 지침 준수해 예배

김병훈 박사(합동신대)는 “종교집회 금지 검토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로, ‘오버’하는 것”이라며 “방역 당국은 교회에 기준을 제시하고, 교회는 이를 잘 반영해 종교활동을 하면 된다. 그 이상의 어떤 것도 불필요하고,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각 총회 차원에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자발적으로 충실히 따르겠다는 발표할 필요는 있다”며 “이번 사태는 교회가 사회와의 관계와 이웃 사랑의 측면의 일이지, 정부와 교회 간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의 자유 문제로까지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지고, 그 정도의 이슈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와 교회의 관계로까지 논의를 끌어가면, ‘교회와 신천지가 다를 게 있는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딱 오해받기 좋을 것”이라며 “교회가 이번 일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의지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발표해야 하고, 교회는 이를 믿어줘야 한다. 그리고 교회가 방역 지침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하면, 정부는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며 “종교집회의 ‘금지나 폐쇄’ 같은 말은 과격하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른 집회 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교회 카타콤처럼 순교적 각오로 예배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카타콤 예배는 이웃 사랑이나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가 아니었다. 지금은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사회적으로 파생되는 악영향이 큰 상황”이라며 “신앙 자체를 핍박하는 경우라면 숨어서라도 예배를 드려야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서 현실적으로 예배드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순교적 각오로 예배드려야 한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정말 심각해져서 휴교령이 내려지고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거리가 봉쇄되는 가운데서도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논리”라며 “이런 경우라면 목회자가 가정에서 영상을 내보내거나 문서 형태로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등 방법을 제시해야지, 현장을 고수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이번 문제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교회의 위치에 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배덕만 박사. ⓒ크투 DB
▲배덕만 박사. ⓒ크투 DB

국회 결의안·행정명령 검토, 반발 예상했을 것
정부, 제2, 제3의 신천지 사태 막기 위한 조치
모든 교회가 자발적 협조 못한 것은 반성해야

배덕만 박사(느헤미야)는 “타종교와 달리 기독교는 예배나 미사가 신앙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교분리 등과 연결돼 첨예한 문제이기도 하다”며 “정부나 정치인들이 반발을 예상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총선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 박사는 “그만큼 코로나19 사태가 굉장히 어렵고,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확산의 결정적 계기가 ‘신천지 대구 집회’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제2, 제3의 신천지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정부의 권면으로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예배를 중단했지만, 그럼에도 절반 정도의 교회들이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그래서 반발이 예상됨에도 예배 중단 요청 말고는 선택지가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물론 어떤 면에서든 바람직하지 않은 조치이다. 방역의 문제이지만 종교계의 고유한 권한을 정부 결정이나 요청에 의해 중지시키는 것이 서로 좋지 않고, 교회로서도 예배가 중단되는 것은 초유의 사태”라며 “불행한 일이지만,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 모든 교회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아 정부가 그런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성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안민석 의원과 이재명 지사.

▲안민석 의원과 이재명 지사.

배덕만 박사는 “기독교 자체를 악마화·불법화해서 탄압하는 게 아니라, 국가적 비상사태 가운데 교회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며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교회가 이를 또 정치화시켜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시적인 조치이고, 지나고 나면 원상복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 사업체나 백화점, 공항 등은 놔두고 교회에만 요청하는가’라는 반발 대해선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이 모든 것을 지금 셧다운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집단 감염이 일어난 주된 장소가 (신천지를 포함해) 예배 장소였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종교인들은 이익에 의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시국에 이권을 초월해 내려놓고 협력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으리라는 차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박사는 “정부도, 교회도 경험해본 적 없는 특별한 상황을 맞았다. 국가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일어난 새로운 현상이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수도 있다”며 “향후 일상이 흔들리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번 사태가 전거가 될 수 있고, 이런 형태로도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예배드릴 가능성이 열렸다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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