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시인인 줄도 몰랐던’ 이용도 목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용도 목사 문학 작품 선집, 신앙예술 세계 조명

기형도 시인 “이용도는 자신이 뛰어난 시인인 줄 몰랐다”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적 기도 독창적으로 개척한 시인”
시와 노래, 동서양 악기 모두 뛰어나… 극본 쓰고 주연도

믿음의 문학
이용도 | 정재헌 편집 | 주의 것 | 572쪽 | 28,000원

정재헌 소장(이용도믿음학연구소)이 이용도 목사(1901-1933)의 기독교 문학 작품들을 모은 선집 <믿음의 문학>을 펴냈다.

이 <믿음의 문학>은 ‘주의 것’ 출판사가 펴내고 있는 <이용도 목사 전집> 세 번째 편이다. 해당 도서에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인 이용도 목사의 문학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이용도 목사는 1927년부터 <아이생활>, <기독신보>, <종교교육>, <신앙생활> 등에 기고하면서 작품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30년대부터 최근까지 10년마다 <서간집>, <일기>, <저술집> 등 글모음 단행본들이 꾸준히 출판돼 왔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믿음의 문학>은 이용도 목사에 대해 역사학적으로 접근하던 기존 시도들과 달리, 그의 글을 문학적·미학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믿음의 문학>에는 이용도 목사의 시 105편, 찬송 가사 1곡, 수필 17편, 희곡 5편, 아동문학 13편, 번역문학 1편, 르포르타주 2편,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부록에는 용도 시학, 용도 문인론 등이 소개됐다.

이용도 목사의 문학성은 기형도 시인의 다음 평가에 잘 나타나 있다. “이용도는 자신이 뛰어난 시인이라는 사실을 끝내 모른 채 기도시편을 편지나 일기 속에 남기고 죽었으며, 그 때문에 그의 시들은 오늘날까지 망각 속에 버려져 있었다.”

이는 기형도 시인이 지난 1988년 4월 13일 중앙일보에 썼던 글이다.

같은 달 <현대시학>은 이용도의 시 세계를 소개하면서, 성결대 전 부총장인 신규호 박사의 평가를 게재했다. 그는 ‘시인 이용도론’을 통해, 이용도 목사의 문학적 재능에 대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국적인 기도를 독창적으로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했다.

또 “그는 스스로 시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가운데 그의 신앙일기와 서간문 속에 주옥 같은 기도시를 남김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 기독교 시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 시인”이라며 “이용도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적인 기도시를 독창적으로 개척한 시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다음 해인 1989년, 신규호 박사는 다시 이용도의 단독 시집 <샤론의 들꽃>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시인으로서의 시무언 이용도 목사를 조명하는 다양한 시도를 전개했다.

▲이용도 목사. ⓒ출판사 제공

▲이용도 목사. ⓒ출판사 제공

이용도 목사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등장해 “조선 기독교의 재출발”을 혁명적으로 외치며 예수를 전하던 인물로, 193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부흥사였다. 당시 교권의 박해를 받았으며, 예수처럼 33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이용도 목사는 “기도는 곧 시(詩)”, “신앙이 깊으면 그의 모든 말이 다 시(詩)”라고 설교하면서 신앙과 예술의 합일 가운데 살았던 인물이다.

이 목사는 개성 한영서원(송도고등보통학교의 전신)에서 수학하던 15, 16세 시절, 말재주가 비상하여 이상재, 윤치호 등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1919년부터 4년간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가, 협성신학교(현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목회보다는 시, 노래, 연극 연구에 몰두하며 문학성을 활용한 아동교육을 꾀했다고 한다.

이는 1920년대 활발히 일어났던 아동문학 운동은 민족운동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이용도의 독립활동의 연속성을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용도 목사는 그 시절 가야금을 뜯으며 찬송을 부르거나, 풍금으로 찬송가 4부를 연주하고 고장난 풍금을 고치는 등 동서양 악기를 모두 능숙하게 이해하고 사용했다고 한다.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는 이용도 목사. ⓒ출판사 제공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는 이용도 목사. ⓒ출판사 제공

이용도 목사는 이처럼 문장과 노래, 악기에 모두 뛰어났지만, 가장 힘을 쏟았던 분야는 종합예술인 연극이었다. 그를 아는 이들은 “희곡의 창작뿐 아니라, 연출, 연기까지 탁월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목사가 가장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비극 작품의 주연이었다고 한다. 원 자료가 전해지지 않지만, 성탄극 ‘십자가를 지는 이들’은 이용도가 쓰고 주연까지 맡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신학교 졸업 후 이용도는 부흥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교회들은 북간도에서부터 경상남도까지 교파를 초월해 그를 초청했다. 이에 그는 부흥사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 1주일씩 이어졌던 그의 부흥회에는 예술적 요소들이 풍부했다는 증언들이 많다.

찬송가 ‘부름받아 나선 이 몸’의 작사가 이호운 선생은 이용도 목사의 부흥회에 대해 “이용도 목사의 성경강해는 사람들을 얼빠지게 했다. 그는 놀라운 웅변가였고, 보기 드문 문학가적 소질을 구비했다”며 “그리스도와 신자의 아가페적 사랑의 교제를 풍부한 문학적 감정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영적 경험을 신비하게 설명할 때는 모두 무엇에 홀린 사람들처럼 얼이 빠졌다”고 회고한다.

서울에서 이용도 목사와 반 년 가량 함께 살았던 美 남감리회 선교사 피도수는 “이용도가 단테, 톨스토이, 괴테, 어느 인도 시인(타고르로 추정)의 일본어판을 구입해 동지들 앞에서 조선말로 번역, 낭독했는데, 신비함이 가득했다”고 증언했다.

피도수 선교사에 따르면, 이용도 목사는 대나무로 된 한국 전통 악기를 그를 위해 연주하고, 함께 밝은 달 아래 기도하던 장면을 부친에게 편지로 보내기도 했다.

▲이용도 전집 1-2권 &lt;서간집&gt;과 &lt;일기&gt;.

▲이용도 전집 1-2권 <서간집>과 <일기>.

<믿음의 문학> 편집자이자 이용도믿음학연구소(Yongdo Institute of Faithology) 소장인 정재헌 씨(38)는 이용도 목사의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 생산, 전파하며 총 15권의 이용도 목사 전집을 기획해 발간하고 있다.

이용도 목사 전집은 <이용도 목사 전집 1: 서간집>, <이용도 목사 전집 2: 일기>가 출간됐다. 이 외에 단행본 <이용도 목사 평전: 기독교의 재출발>, <이용도 목사 시편: 주님이 들어오시는 문>,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진리를 드소서> 등을 발간했다.

문의: yesupeople@naver.com, www.yesu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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