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 분립 개척, 프랜차이즈와 다른 이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로드맵 발표 토대로 과거 대형교회 유사 사례들과 비교

분립개척 교회들 ‘우리’ 명칭 사용하지 않아
완전한 독립교회로, 절반 외부 목회자 청빙
기존 분당우리교회 5천명 이하 달성이 관건

▲이찬수 목사가 2월 23일 설교에서 ‘일만 성도 파송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회

▲이찬수 목사가 2월 23일 설교에서 ‘일만 성도 파송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회

분당우리교회(담임 이찬수 목사)가 ‘30개 교회’로의 분립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그것이 과거 대형교회들의 ‘분립’ 사례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 2월 23일 설교에서, 2012년 총 10년 계획으로 시작한 ‘일만 성도 파송 운동’ 7년차를 맞아, 향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성도들에게 알렸다.

분당우리교회는 등록 성도 수가 2만명을 넘어선 2012년, 만 10년에 걸쳐 1만-1만 5천명을 작은교회로 파송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해 초 매입한 서현 드림센터도 같은 기간인 10년 후 한국 사회와 교회를 위해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드림센터 매각 건은 그해 12월 공동의회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97%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교회는 현재 20개 교구를 연말까지 30개 교구로 개편하고, 1년간 과도기 및 준비를 거쳐 내년 말까지 30개 교구를 자연스럽게 30개 교회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분립하는 30개 교회 담임목사들의 경우, 절반인 15개 교회는 기존 부교역자들이 담임을 맡기로 했으며, 나머지 절반인 15개 교회는 외부에서 ‘인격과 영성을 갖춘 교역자’를 추천받아 맡기기로 했다.

더불어 분립하지 않고 남는 성도를 5천명 이하로 반드시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찬수 목사는 분립 개척이 시작되면 1년간 ‘강제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안식년에서 복귀한 뒤 1년 내에 장년 예배인원이 5천명 미만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이찬수 목사가 분당우리교회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모든 운동은 자발성에 의해 진행될 것이다. 모든 선택권은 성도들에게 있다. 성도들은 30개 교회로 이동할 수도 있고, 아예 지역의 작은 교회로 이동할 수도 있다. 분당우리교회에 남을 수도 있다”며 “남은 만 2년의 시간 동안 하나님의 뜻과 인도를 구하면, 상황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뜻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하는 드림센터는 독립적인 재단을 세워 운영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으로 ①목회자 다음세대 ②크리스천 다음세대 ③비크리스천 다음세대 ④장애인 다음세대 등 4가지 대상을 위해 사역하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 대형교회들의 분립개척 사례

한국 대형교회들 중 대표적 분립 사례는 김동호 목사가 시무하던 ‘높은뜻숭의교회’가 있다. 숭의여대 대강당에서 예배드리던 높은뜻숭의교회는 예배 장소 문제가 복잡해지자, 2009년 ‘높은뜻’ 이름을 앞에 붙인 4개 교회로 분립됐다. 높은뜻정의교회, 높은뜻광성교회, 높은뜻푸른교회, 높은뜻하늘교회 등이다.

이후 높은뜻연합선교회를 중심으로 높은뜻씨앗이되어교회, 높은뜻섬기는교회, 일본 높은뜻오차노미즈교회 등이 개척됐고, 높은뜻덕소교회, 높은뜻파주교회 등 10곳 이상 분립개척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높은뜻정의교회는 담임 오대식 목사가 덕소 지역 성도들과 높은뜻덕소교회를 개척했고, 높은뜻덕소교회는 1년만에 높은뜻파주교회를 개척하기도 했다.

‘높은뜻’처럼 명칭을 공유하는 경우는 통상 ‘지교회’나 미국에서 활발한 ‘멀티사이트(multi-site) 교회’로 분류된다. 소위 ‘본점-지점’ 형태의 프랜차이즈처럼, 모(母)교회가 여러 지역에 교회(Branch)를 세우는 것이다. 이는 물론 긍정적 의미는 아니다. 소위 기존 지역 교회들에서의 ‘수평이동’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런 교회들 중 대표적인 곳은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다. 온누리교회는 서빙고와 양재 캠퍼스를 중심으로 국내 8곳의 캠퍼스 교회와 미국 동·서부 각각 5곳, 북부 3곳, 일본과 중국 등 전 세계에 비전교회들이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서울 각 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인 지교회를 보유하고 있다. 조용기 목사의 ‘제자 교회’ 20곳을 비롯해 직할 성전도 여러 곳이며, 모두 ‘여의도순복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홍정길 목사도 남서울교회에서 나와 교회를 개척하면서 ‘남서울은혜교회’라는 이름을 붙였고, 박은조 목사는 서울영동교회에서 분당샘물교회를 개척할 때 명칭을 따로 사용하지 않았으나, 다시 분립개척할 때는 ‘샘물’이라는 이름을 붙여 ‘은혜샘물교회’라고 했다. 최근 은퇴한 정성진 목사도 ‘광성교회’라는 이름을 붙여 일산 지역에서 개척했다.

▲김동호 목사와 오대식 목사(왼쪽부터). ⓒ크리스천투데이 DB

▲김동호 목사와 오대식 목사(왼쪽부터).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름이 곧 ‘브랜드’일 수 있지만, ‘정신’을 뜻한다는 항변도 있다. 오대식 목사는 높은뜻정의교회에서 높은뜻덕소교회로 분립하고, 높은뜻파주교회를 분립시켰다. 당시 오 목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높은뜻 간판을 걸고 목회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뜻연합선교회 정관 9조는 ‘65세 정년, 원로 제도 폐지, 은퇴시 법정 퇴직금만 수령(위로금·전별금 없음). 6년마다 재신임 투표 및 안식년’ 등을 규정하고 있다. “65세까지 살얼음판을 걸으며 조심조심 목회해야 하고, 은퇴해도 교회로부터 얻는 것은 전혀 없다.”

김동호 목사도 “‘높은뜻’이 브랜드화되고 그것을 이용해 세력화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건 아주 위험한 일이고, 높은뜻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높은뜻 정신의 확장까지 ‘다운사이징’하려 해서는 안 된다. 사람 대신 하나님만이 주인 되시는 건강한 교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목사는 분립 당시 “잘못 생각하면 대형교회가 지교회를 세우는 것과 같지 않나 오해하실 수 있는데,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그것은 우리 교회는 본교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립개척 대신 담임목사를 4명으로 늘려 ‘공동 목회’를 하는 곳도 있다. 조기은퇴한 이재철 목사가 시무하던 100주년기념교회가 대표적이다. 영성·목회·교회학교·대외 등 4개 분야로 나눠 각자의 역할을 맡으면서 담임목사 한 사람이 ‘제왕적 목회’를 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든 것이다.

◈분당우리교회의 차이점

분당우리교회는 일단 ‘우리’라는 고유 명칭을 분립 개척하는 30개 교회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분립개척이 아니라도 유명 교회 이름을 붙이는 교회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이러한 여러 선례들에 따른 이 목사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높은뜻연합선교회에는 ‘모교회’가 없어졌지만, 분당우리교회는 이찬수 목사가 시무하는 5천명 규모의 교회가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물론 이 목사는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게 아니라, 완전한 독립 교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분당우리교회 출신 분립개척 교회임을 다 알 수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분당우리교회는 ‘기존 성도’들의 등록을 받지 않는 것으로 ‘수평이동’ 차단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분립개척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이고, 이 조치 자체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 목사는 지난 2월 23일 설교에서 “분당우리교회가 지금까지 6번의 분립개척을 진행했지만, 성도들이 분립개척된 교회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그럼에도 ‘일만 성도 파송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몸부림이 한국교회를 웃게 만드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4개 교회가 아닌 30개로 잘게 쪼개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현실적으로 우리 교회 크기에서 3-4개 교회로 나눈다는 것은, 또 다른 대형교회의 확산이 될 뿐”이라며 “원래 40개로 나누려 했다가 30개로 줄인 것이다. 제 마음에는 앞으로 이 30개 교회가 각 지역을 섬기는 선물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다”고 전했다.

▲분당우리교회 ‘특새’ 모습. ⓒ교회

▲분당우리교회 ‘특새’ 모습. ⓒ교회

분당우리교회 측이 당초 1만-1만 5천명 정도의 파송을 예상했으므로, 분립개척하는 교회들의 성도 수는 500-1,0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 분립개척하는 교회 30곳 담임목사의 절반을 외부에서 청빙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김동호 목사 등이 언급한 ‘정신’의 공유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성도님들을 정말 사랑하고 영혼으로 목회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주의 종의 모습을 갖춘 교역자들을 모시기 위해 올 한 해 온 힘을 다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결국 분당우리교회의 ‘일만 성도 파송 운동’의 성패(成敗)는 분당우리교회의 성도 5천명 이하 달성과, 외부 교역자들의 순조로운 선발, 분립개척하는 30개 교회의 이후 행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찬수 목사는 성도들에게 “믿어주셔야 하는 건,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혼란과 공포의 길로 몰고 가지 않으실 것”이라며 “염려와 두려움, 억지로 지는 십자가가 아니라, 꿈과 가슴 벅찬 사명으로 ‘일만 성도 파송 운동’을 해야 한다. 반드시 하나님께서 은혜 가운데 축제처럼 완성시켜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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