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아니었다면, 대구 지역 그렇게 안 됐을지도
中서 이단 규정돼 온라인 전도, 코로나19 이후에도
신도들, 타인 건강 위협받는 급박한 사태에도 침묵
탐사보도 추적 프로그램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신천지 창립일인 3월 14일 오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슈퍼 전파자’가 된 신천지를 다뤘다.
먼저 문제의 31번 확진자와 청도 대남병원과의 관련성을 파헤쳤다. 31번 확진자의 첫 증상은 2월 7일, 청도 대남병원의 집단증상은 9일 뒤인 16일 발생했다. 방송 측은 “둘의 배경에는 ‘신천지’가 있다”며 “평균 잠복기 1주일을 생각하면 31번 환자는 1월 말 감염이 추정되는데, 그는 2월 9일과 16일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31번 확진자가 집회에 참석했던 대구 신천지 본부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한 번에 3,500명까지 함께 집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는 “한 명의 감염원이 모인 사람들을 집단 감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난방기에 의한 에어로졸을 통해 집단 감염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 김상중 씨는 ‘코호트 격리’된 대구 한마음아파트 집단 감염 확진자 38명이 31번 확진자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음을 거론하며 “신천지가 아니었다면, 대구 지역이 그렇게(대량 확진자 발생)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에 ‘신천지 교회’가 있었다는 영상도 공개됐다. 방송이 입수해 공개한 신천지 부산 야고보지파 총회 영상에 따르면, 중국 북경, 대련, 심양, 청도, 천진 등 5곳에는 이미 지부가 있고 내몽고와 우한에 새롭게 ‘교회’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중국에서 신천지를 추적해 왔다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된 12월까지 신천지 모임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 현지 소식통은 “교육생까지 합치면, 중국 내 신천지 신도는 3만명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2-3년 교회에 함께 다닌 교인들도 신천지에 포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불시 검문을 당하고 이단으로 규정된 신천지는 온라인 전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강의를 하면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해 대화하면서 청취한다”며 “온라인 전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당시 한국을 찾았던 신천지 신도의 제보를 토대로 “이러한 해외 포교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1월 이후 신천지 신도 2명이 중국에서 입국했는데, 그 중 1명이 우한에서 왔다”며 “신천지 우한 관리자 최모 씨가 1월 초 신천지 한국 총회에 참석했다가 우한이 봉쇄된 23일 이전 우한으로 돌아갔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최 씨는 올해 45세로 안경을 쓰고 마른 편이며 신천지 언어를 사용하고 자신이 ‘늙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며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한에서 집단 감염이 본격화된 1월 중순에 최 씨가 한국에 열흘 넘게 머무른 것이 된다”고 했다.
이단으로 규정된 신천지가 어떻게 중국에서 3만명 이상을 포섭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위장단체’의 존재를 꼽았다. 방송은 “신천지는 HWPL(하늘문화세게평화광복), IPWG(국제청년평화그룹), IWPG(국제여성평화그룹) 등 3가지 단체를 만들어 해외 선교를 하고 있다”며 “신천지라고 하지 않고, 이러한 위장단체의 이름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단 감염 이유에 대해서는 ‘모략’ 교리를 언급했다. 한 피해자는 “대기업 취업을 미끼로 100일만 함께 공부해 보자고 했다. 복음방이었는데, ‘잎사귀’라고 저를 전담 마크하는 분이 꺼낸 이야기”라며 “공부하러 가면 40-50명이 함께 앉아있는데, 2/3은 신천지 사람들이다. 거기서부터 세뇌 교육이 시작되니, 어느 순간 신천지라고 털어놓아도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도부의 이중적 행태는 신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도들이 타인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입을 닫는 것”이라며 “전도 대상자와 가족에게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익명성 속에 숨어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 국민들이 지역사회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일 교주 이만희 ‘기자회견’ 반응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한 신천지 탈퇴자는 “탈퇴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그러면 안 되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세상 앞에 무릎 꿇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마음 아파했을까”라며 “90세 할아버지가 절을 한 것인데, 저는 신천지를 나왔지만 그 장면은 마음이 짠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기자회견 다음 날 제작진과 만나 포교와 관련된 내부 정보를 주겠다고 약속했던 한 신천지 탈퇴자는, 기자회견 뒤 연락이 와서 “생각이 많아졌다”며 만남을 연기했고, 결국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또 “그들에게 전도는 곧 구원이고, ‘14만 4천’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14만 4천명이 넘게 되자 ‘14만 4천보다 더 구원을 받겠지만, 14만 4천명만 합당한 제사장으로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메시지가 미묘하게 바뀌었다”며 “14만 4천명을 넘어서면서 해외 선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상중 씨는 끝으로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이단 종파라도 믿는 것은 자유이고, 신천지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비난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들은 종교인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국가 재난의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인 그들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며 “신천지 조직을 보호하거나 자신의 정체를 감출 목적으로 숨어든다면 더 큰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람을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처럼, 새로운 이단 종파의 등장도 반복될 수 있다”며 “사람을 숙주로 퍼져 나가는 바이러스처럼,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이단 종파를 막지 못한다면 비극은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