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제국 전염병 창궐 당시, 기독교는 ‘답’을 제시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코로나 시대의 독서 2] 기독교의 발흥

비기독교인 사회학자가 분석한 기독교 급성장
역병, 이방 종교·헬라 철학 설명 범위 뛰어넘어
이교도와 달리 사랑과 구제, 중심 의무로 강조
기독교 교리, 효과적 사회관계와 조직 지탱해

기독교의 발흥
로드니 스타크 | 손현선 역 | 좋은씨앗 | 352쪽 | 16,000원

<기독교의 발흥>은 전염병인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이다. 특히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설교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책의 특징은 종교사회학자이자 ‘불가지론자’가 썼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학적 이론과 분석 방법을 동원해 초기 기독교(초대교회)의 급성장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비기독교인들도 인정할 수 있는 제3자적·객관적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주목받는 내용은 4장, ‘역병, 네트워크, 개종’이다. 저자는 고대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이 헌신적으로 전염병에 대처함으로써, 당대 사회의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저자는 본 장에서 “고전 사회가 이런 재난에 의해 지축이 뒤흔들리고 희망을 잃는 일이 없었더라면 기독교가 지배적인 신앙으로 부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세 가지 논제를 들고 있다.

그 첫째 논제는 “역병은 이방 종교와 헬라 철학이 설명하고 위로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었던 반면, 기독교는 왜 인류가 이런 끔찍한 시대에 봉착하게 됐는지 보다 만족스러운 해명을 제시했고 희망찬, 때로는 활력적인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둘째 논제는 좀 더 구체적이다. “초기부터 기독교의 사랑과 선행의 가치관은 사회봉사와 공동체 결속으로 현실화됐다. 재앙이 닥쳤을 때 기독교인은 더 훌륭하게 대처했고 그 결과는 ‘월등히 높은 생존률’이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매번 역병이 휩쓸고 간 후, 기독교인은 새로운 개종 없이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두 논점이 ‘재활성화(reactivation) 운동’을 분석한 요소라면, 셋째 논제는 ‘순응성(conformity)’에 관한 통제 이론을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모두 사회학적 전문용어다.

저자가 설명하는 마지막 논제는 “역병을 계기로, 이교도가 주류였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기독교인이 주류인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역병으로 인구의 상당 비중이 괴멸되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과거에 그들을 기성 도덕 질서로 구속했던 대인적 애착관계를 상실한다.

특히 이교도들은 과거 그들이 기독교인이 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던 속박을 잃어버리게 된 반면, 기독교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보여준 우월한 생존률로 말미암아 이교도들의 유실된 애착관계를 기독교인과의 새로운 애착관계로 대체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

재앙이 찾아왔을 당시, 이교도와 철학자들은 무기력했다. 죽음을 불러오는 전염병이 제국에 창궐했을 당시, 소피스트 철학자들은 “세계가 늙어가며 미덕은 말라간다”는 애매한 소리를 주절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신앙으로 ‘답’을 제시했다. 다른 모든 신앙들이 의구심의 대상이 됐을 때 기독교는 ‘설명과 위안’을 선사했고, ‘행동을 위한 처방’까지 제공했다.

“충격에 휩싸인 생존자들은 실종된 친족과 친지를 위한 천국이 존재한다는 비전에서 따뜻하고 즉각적인 치유와 위로를 얻었다. … 그러므로 기독교는 역경, 질병, 폭력적 죽음이 일상을 지배하는 고난의 시기에 안성맞춤인 사상과 감정의 체계다(카르타고 주교 키프리안).”

260년경 두 번째 큰 역병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기독교인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아픈 자를 도맡아 필요를 공급하고 섬겼다. 그러다 병이 옮으면 그 아픔을 자신에게로 끌어와 기꺼이 고통을 감내했다. 많은 이들이 다른 이를 간호하고 치유하다 사망을 자신에게로 옮겨와 대신 죽음을 맞았다. 형제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반면 이교도들은 질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아픈 자들을 내쫓았고 가장 가까운 자부터 도망쳤으며, 병자가 죽기도 전에 내다버리고 매장하지 않은 시신을 흙처럼 취급했다고 한다.

▲파리의 한 카타콤. ⓒ픽사베이

▲파리의 한 카타콤. ⓒ픽사베이

이러한 차이는 ‘교리’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이교도와 기독교 저술가들 모두, 성경이 사랑과 구제를 신앙의 중심 의무로 강조할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매일의 삶 속에서 사랑과 구제를 실천했다고 공통적으로 인정한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서로 사랑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 했다. 하나님이 (십자가) 희생을 통해 사랑을 보이셨듯, 사람들도 서로를 위해 희생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했다. 현세의 삶은 ‘전주곡’에 불과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상은 현세를 중시하는 이교도들과 전혀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으로 실제 기독교인들과 이교도들의 사망률 차이가 나타났을까? 저자는 이를 긍정한다. “모든 통상적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는 상당히 기초적인 간호만으로도 사망력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일시적으로 쇠약해진 사람들이 비참하게 소멸하는 대신 스스로 건강을 되찾도록 도울 수 있다.”

여기에 역병에 의해 이교도들의 출생률이 낮아진 것까지 더하고, 기독교인들의 헌신에 감동한 이교도들의 개종 숫자까지 합치면 기독교인들의 숫자와 비율은 훨씬 늘어났으리라는 것이다. 월등히 우월한 기독교인의 생존률은 ‘기적’으로밖에 비쳐지지 않았을 것이고, 개종자들은 더 늘어났다.

“실상 기독교의 발흥은 지난한 과정이었으며, 그 여정에는 자칫하다가는 엉뚱한 샛길로 빠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본 장에서 나는 어떤 위기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기독교인은 중요하고 결정적일 수도 있는 기회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는 살아남았고, 이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저자는 두 번의 파괴적인 역병으로 인한 살벌한 위기가 이교에게 가장 큰 타격이었고, 이런 위기를 사회적이나 영적으로 직면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역병의 희생양이 됐으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외에도 기독교의 다양한 성장 요인들을 살펴본 뒤, “기독교의 중심 교리는 매력적이고 해방적이며, 효과적인 사회관계와 조직을 촉발하고 지탱했다”고 결론내린다.

“이 독특한 교리가 기독교를 가장 광범위하고 성공적인 재활성화 운동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기독교의 발흥은 이 교리가 실제로 삶의 구체적인 측면에서 조직과 개인의 행동 양식을 결정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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