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간 ‘교감의 관계’ 벗어난 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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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영화 ‘기생충’에 대한 문학적 시선(3)

선·악 모호하게 만든 비극적 분위기
비극적 이 시대에 생생한 현실 부각
이것 뒤틀어, 차별성·생명성 찾았나

▲영화 &lt;기생충&gt;은 계급투쟁이라는 주제보다는 한국인의 병적인 정신적 현실을 다루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은 계급투쟁이라는 주제보다는 한국인의 병적인 정신적 현실을 다루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선: 인간의 창조작업들은 생명성을 지향한다

일전에 인도 친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구에 내가 살고 있으니 많이 걱정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인도는 그 많은 인구와 열악한 의료시설에도 불구하고 감염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편지로 나는 인도의 추억을 떠올렸다. 한 봉사클럽의 세계 멤버로 오랜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여행 중 인도에서 가장 혼잡한 인간의 도시라는 찬드니촉으로 들어갈 때도, 타지마할을 방문할 때도 동행해 주었다.

타지마할은 인도 아그라(Agra)에 있는 무굴 제국 제5대 황제 샤자한(Shāh Jahān)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세운 묘로서, 인도 이슬람 건축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후에 황제 자신도 죽어 여기에 묻혔다.

그 날은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고, 두 어 시간 무덤을 돌아 나온 때에는 무지개가 떴다. 선명하고 길고 커다란 무지개는 내 생애에 본 가장 찬란한 무지개인 듯 생각되었다.

나의 찬탄에 답하여 친구가 한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인도 사람들은 무지개를 ‘인드라다느슈(인드라신의 화살)’라 부르며, 신에 대한 경건과 인간에 대한 신실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에 신에 대한 최소한의 경건이나 인간에 대한 신실함이 있던가. 하늘을 향해 손을 드는 겸손함이 있던가.

그러했다면 기택이 박 사장을 칼로 찌르는 것으로 결말을 지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비유야말로 기생충 적 코미디이다. 숙주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기생충의 블랙 코미디인 것이다.

예술로서의 영화의 생명성이란 신에대한 최소한의 경건, 인간에 대한 신실함, 겸손이라는 태도 가치…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다.

영화뿐 아니라 인간의 성스러운 창조 작업들은 생명성을 지향한다. 이는 자연 현상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에 있는 생명 현상의 신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생명체의 본질을 전체적으로 밝히 볼 수 있으며 본질적으로 인간은 생명성을 지향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생명성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불편한 영화 <기생충>은 글로벌한 공감을 얻어 아카데미 수상작이 되었다 이에 대해 내가 너그럽게 예술적 생명성을 굳이 부여해야 한다면, 그건 비극적인 시대(a tragic age)의 특성인 뒤틀린(?) 생명성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기생충의 주제 ‘부자와 가난한 자’의 형상화에 있어, 감독은 두 계층을 대립 구조로 다루지 않았다. ‘the poor’, ‘the rich’의 대립과 갈등 구조는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의 보편적 주제이다. 사랑만큼이나 인간의 보편적 관심사이다.

▲영화 &lt;기생충&gt;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부와 권력을 더 많이 얻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언제나 자극하는 때문이다. 기생충은 이 보편적 주제를 대립 구조로 다루지 많았다.

대립 구조 속에는 늘 선과 악이 존재하고, 선과 악의 경계는 매우 분명하다. 문학의 독자나 영화의 관객은 선한 편은 내 편이라는 심리적 기대를 갖는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 생명성을 지향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립 구도가 아닌(양편의 싸움이 아닌), 빈자 내의 이권 다툼을 더 크게 조명하여 선과 악에 대한 관객의 익숙한 기대와 충돌하게 만들었다. 이로서 극적 효과를 유도하려는 듯 보였다.

선과 악의 개념을 흔들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모호하게 만든 비극적 분위기는 비극적인 이 시대에 생생한 현실감으로 부각된다. 감독은 혹시 이러한 뒤틀린(?) 현상으로 영화의 차별성을 말하고, 예술의 생명성을 찾으려 한 건 아니었을까.

일찍이 영국의 대문호 로렌스(D.H. Lawrence, 1885-1930)는 우리의 시대를 ‘비극적인 시대(a tragic age)’라 표현했다. 현대의 인간이 본래의 인간성을 상실해 우주의 근원적인 힘과 관계를 가질 수 없는 시대라는 뜻이다.

영화 <기생충>은 사람과 자연과의 교감의 관계를 벗어났다. 단지 원래 기생충이었던 2인조 ‘부부 사기단’과 그 자리를 노려 새로 진입한 4인조 ‘가족 사기단’의 이권 다툼을 통해, 거짓말이 일상이 되도록 만든 우화에 불과하다.

생명성을 지향하는 창조 작업이 거짓이 정당화되는 세상을 부추긴다거나, 거짓을 당연한 것으로 합리화시킬 수 있을까. <계속>

송영옥 박사(영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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