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너무 걱정할 필요 없지만, 대변신 꿈꿔야
분석 대신 애통을, 부활 신앙으로 세상 섬기자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4월 12일 부활절을 맞아 ‘절망과 회복의 갈림길(행 1:3, 왕하 4:18-20)’을 제목으로 주일예배 설교를 전했다.
이 목사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가 더 문제라고 한다. 인류의 삶에 엄청난 지각변동과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도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어두운 전망을 쏟아냈다”며 “교회도 마찬가지다. 목사님들과 통화하고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걱정을 많이 하신다.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데 익숙해져, 예배당에 찾아와서 예배드리는 일이 위축될 것이고,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염려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과 비접촉,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는 것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그럴수록 교회는 오히려 요긴한 오프라인 모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난 주 말씀에서 열병으로 고립된 베드로의 장모를 향해 예수님께서 먼저 손을 내미셨다. 사랑의 접촉과 대면으로, 손 내밀어 여인의 문제를 고쳐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침받은 장모가 ‘그들에게 수종드니라’고 했다. 자신을 위해 중보하며 마음을 써준 많은 사람들을 돌보게 됐다. 이것이 대면이고 접촉”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곳이 교회이다. 사회에서 언택트(untact), 비대면·비접촉 트렌드가 심화될수록, 교회는 더 필요가 느껴지고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수 목사는 “이런 면에서 꿈을 가져야 한다. 성도님들이 한 달 반 동안 가정에서 예배드리고 있는데, 차를 몰고 송림중고교를 지나가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고 하더라”며 “건물이 그리웠던 것일까? 그게 아니라 건물 안에서 일어났던 접촉, 주님께 은혜를 받고 손 내밀어 일으키시는 은혜, 서로 섬기고 돌보는 만남이 그리워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목사는 “앞으로 비대면·비접촉 시대가 도래할 텐데, 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잘 준비하면서 기능에 맞게 변신해야 한다”며 “교회가 너무 장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대변신을 꿈꿔야 한다. 그동안 익숙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어디에 안주했는지,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보고, 여인에게 손 내미셨던 예수님의 사랑의 정신을 놓친 것 아닌지 점검하고 정비하는 기간 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교회가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비대면·비접촉 시대에 교회야말로 사랑의 접촉이 일어나고 대면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을까, 한 주간 내내 고민했다”며 “그래서 성경 두 곳을 집중적으로 읽고 묵상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본문이다. 부활 이후 행적을 담은 말씀과 열왕기하 4장에서 수넴 여인 아들이 죽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부활절을 맞아,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나아가야 할 대안은 ‘부활 신앙으로 무장하기(행 1:3)’이다. 예수님께서 남김없이 사명을 감당하시고 부활하셨는데, 바로 승천하지 않고 왜 40일간 머무셨을까”라며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 계심을 나타내시기 위함이었다. 사도들이 그렇게 놀라운 변화와 능력으로 무장하여 하나님 나라를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성령 역사 이전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40일간 나타내 보이신 은혜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찬수 목사는 “예수님께서 사도 바울을 만나주셔서 놀라운 사명을 주신 중심에 무엇이 있었나. 부활 신앙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강력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할 일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모여서 드리느냐 가정에서 드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여러분이 예배드리는 그 장소가 다메섹 도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러한 믿음이 있으면,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다.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노래한 바울의 벅찬 감격이 회복돼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천덕꾸러기 같은 초라한 공동체가 아니라 절망에 빠진 이 시대와 조국의 대안이 되려면, 이 땅 모든 목회자와 신학도들에게 사도 바울의 이 눈물의 감격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째 대안은 ‘부활 신앙으로 시대와 세상을 섬기는 것’이다. 그는 “고통과 절망은 항상 갑자기 찾아온다. 코로나19로 현재 전 세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갑자기 찾아온 비극”이라며 “얼마나 수많은 인생들이 갑자기 찾아온 절망과 비극으로 손 쓸 겨를도 없이 절망으로 절규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본문 속 열왕기하의 두 인물에 대해 ‘살리는 엘리사와 살리지 못하는 게하시’, ‘정성을 다하는 엘리사’와 ‘무성의한 게하시’라고 소개한 그는 “지난 주 N. T. 라이트가 <타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애통이라는 성경의 전통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했다”며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애통해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다. 자가격리 중이라도 성령이 우리 안에서 애통해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깃드는 작은 성전이 된다”고 했다.
이찬수 목사는 “애통이 아니라 분석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았나 많이 반성했다. 목회자는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애통해야 한다”며 “지난 몇 주간 미자립교회 월세 대납 운동과 코로나19 구호헌금에 30만여명이 모여든 핵심이 무엇인가.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 애통이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월세도 내지 못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고군분투하는 목사님들을 향한 공감 능력, 애통이 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마음이 있다면, 본문 속 엘리사의 공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또 “미자립교회 월세 대납 운동이 잘 마무리됐다. 놀랍게도 총 누적 헌금이 32억 8천여만원이고, 참여 계좌가 1만 7천여 건이었다”며 “우리 교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교단과 교회가 하고 있다. 우리는 소개만 했을 뿐, 이것은 전 세계 교회가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담당 교역자가 선정된 한 교회에 전화했는데, 사모님이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남편 목사님이 주중 건설 일용직 노동과 대리운전을 하고 있어, 사모님 번호를 적었다는 것”이라며 “남편 목사님 번호를 여쭤 전화드렸더니, 지원금 이야기 꺼내지도 않았는데 한참을 통곡하며 우시더라고 한다. 민망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이번 사역이 막막한 가운데 위로와 격려를 주시는 하나님의 위로의 손길인 것 같아 감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오늘 설교 제목이 ‘절망과 회복의 갈림길’이다. 이런 일들을 계속 시도하고 추구하고 해내는 교회들이 되길 바란다”며 “그래서 엘리사처럼 아들을 잃고 절망한 수넴 여인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자들이 되자”고 설교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