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상징적’이라는 대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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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영화 ‘기생충’에 대한 문학적 시선(4)

상징: 절망의 탑 세워, 밝은 태양에 도달하는 것
봉 감독 “상징적이라는 말 신기하게 다가왔다”
‘상징적’ 단어 사용하려면 ‘희망적 결단’ 있어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들고 있는 봉준호 감독. ⓒ기생충 페이스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들고 있는 봉준호 감독. ⓒ기생충 페이스북

가능한 이 글은 영화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편한 감정으로 영화를 관람했고, 지금 생각해도 불쾌감 같은 것이 목에 차오르는 건 여전하다.

그러나 한 가지 내가 주목했던 대사가 있다. ‘상징적’이라는 말이다. 기억나겠지만 영화에서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최우식)는 스스로의 희망을 갖는 상황에서 ‘상징적’이라는 말을 몇 차례 한다.

기우의 희망적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알고 있다면 ‘상징적’이란 말의 사용이 다소 부적절(?)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상징적’이라는 말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반응에 나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봉 감독은 “‘상징적’이라는 말은 내가 써 놓은 대사지만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 말에서 나는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참으로 섬칫한 느낌이 들었던 때문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상징주의’라는 문학사적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문학사(모든 예술사를 포함)에서 상징주의란 원래 그 이전 여러 가지 경향,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 주의 등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반기를 들고 태동한 문학사의 한 경향이다.

다른 경향들의 오류란, 예를 들면 인간을 숨막히게 하는 논리나 과학 등이 포함된다. 상징주의는 그러한 것들을 버리는 대신 꿈과 음악, 영혼과 신비, 공감, 무한 절대, 이상 계시 등을 탐구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낭만주의가 감정적 위안을 주고 조형적 즐거움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반면, 상징주의는 신비나 생명력, 계시 등의 힘을 빌려 절망에 빠진 현대인의 정신과 영혼을 구제하려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그 결과 문학이나 예술이 단순히 빛나는 위안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구제’라는 절대적 도구로서의 존재론적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을 포함해 창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품을 스토리텔링하는데 있어 ‘상징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상징주의에 대한 확실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상징주의의 주안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뒤따라야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이 사회는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어떤 때는 지옥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좁혀지지 않을 계층 간의 차별적 현상은 절망적 자괴감을 유발하고, 부를 얻고 권력을 잡으려는 과대한 욕망은 주저없이 거짓과 위선을 합리화시킨다.

따라서 우리의 현실은 짜증스럽고 답이 안 나오는 곳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우리는 사회를 떠 나버리거나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징주의자들은 처한 환경에 침몰되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며, 놓여있는 그 세계를 관찰하면서 그들과 교감함으로 희망적 출구를 찾아 나선다.

따라서 상징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희망적 출구를 찾아 나서는 결단 내지 행동이 묵시적으로라도 전제돼야 한다.

▲영화 &lt;기생충&gt;의 사회적 강자 박 사장. 우한 폐렴이 창궐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 위정자들이 보이는 모습과 많은 면이 오버랩되는 캐릭터다.

▲영화 <기생충>의 사회적 강자 박 사장. 우한 폐렴이 창궐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 위정자들이 보이는 모습과 많은 면이 오버랩되는 캐릭터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1821-1867)의 시 ‘교감(Corresponndances)’을 보자.

“인간이 그곳 상징의 숲을 지나가면, 숲은 정다운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향기와 색체와 소리가 서로 화합한다.“

상징적이라 함은 니힐리즘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교감을 통해 꿈을 찾는 것이다. 인간의 영혼과 자연의 신비에 공감하면서, 신이나 무한에 대한 절대가치를 붙잡는다. 다시 이상을 꿈꾸는 것이다.

절망으로 시작하여 그 절망의 탑을 세우지만, 나중에는 그 탑이 밝은 태양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상징주의이다.

따라서 보들레르의 말처럼 “어떤 이에게 ‘묘지여’라고 말하는 것”은 상징적으로 다른 이에게 “생명과 광채여 라고 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부활의 상징이듯 말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영화 <기생충>의 상징성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 탁월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계속>

송영옥 박사(영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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