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교수, 부정선거 논란에 “선동 아닌 입증 주력해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법학자 관점에서 논평, ‘어리석음에 관하여’

유튜버나 통계 전문가들의 근거들 대신
입증 문제 포커스 맞춘 이들, 참 지식인
의혹·근거 집중, 입증 가능성 적다는 뜻

▲이정훈 교수.   ⓒ크투 DB

▲이정훈 교수. ⓒ크투 DB

이정훈 교수(울산대)가 4.15 총선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법학자의 관점에서 몇 가지 논평을 하고자 한다”며 ‘부정선거 논란에 대한 입장: 어리석음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5일 SNS에 게재했다.

먼저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s)과 입증의 문제’에 대해 “통계와 확률(이하 통계)은 합리적 사고를 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다. 통계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의심을 강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들을 양산해 낼 수 있다”며 “그러나 그 의심을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교수는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진범일 확률이 아무리 높아도, 검사가 법정에서 ‘물증’을 가지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합리적 의심으로 끝나고 만다”며 “그래서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했을 때, 똑똑한 사람은 ‘입증’ 가능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입증’ 여부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제기한 수많은 의혹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합리적 근거들을 가지고 ‘부정선거’를 입증할 수 있는가”라며 “증거 보전하고 재검표했을 때 당신들이 제기한 의혹이나 부정선거 방법을 입증할 수 있는가? 스스로 답해 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것은 진실(truth) 여부와도 별개의 문제다. 법정에서 피고인의 살인죄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됐다 해도 그가 진범인가 아닌가 라는 실체 진실(truth)은 또 다시 별개의 문제가 된다”며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검사가 입증에 실패하면 그냥 ‘꽝’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법정에서 지는 것과 정치적 승패는 다르다. 정치적으로는 후폭풍이 오게 된다”며 “대체로 합리적 의심을 강화시키는 통계와 사실(truth)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도 확률의 문제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심을 강화해줄 유튜버들의 조잡한 근거들 또는 (일부 통계 전문가의) 신뢰도 높은 근거들이 쏟아져 나올때, ‘입증’ 문제에 포커스를 맞춘 소수의 인사들이 이 시대의 참 지식인”이라며 “원자력공학자 주한규 교수님은 가장 먼저 ‘입증’의 문제, 즉 선거조작을 입증할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아마 실험실에서 수많은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해 보신 공학자다운 면모가 이번에도 진가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둘째로 ‘정치적 술수와 선동 비지니스’의 문제다. 그는 “‘입증’과 별개로 아무리 그럴듯한 통계와 가설을 늘어 놓아도, 그것이 입증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왜 현재 ‘입증’ 가능성이 아닌 합리적 의심을 강화할 정보들만 넘쳐나게 됐는가? 대중이 열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교수는 “의혹 제기자들은 이후 입증 여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나 사회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며 “일단 대중의 열광에 힘입어 여러 가지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고, 설령 입증에 실패해도 얼마든지 책임 회피는 가능하고 대중은 이 논란을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누가 대중의 분노에 사이다 역할을 해 주었는가?’ 나는 이 자들을 신종 우파 사이다 판매 업자라고 부른다”며 “대중은 이들의 생계와 B급 정치 비지니스 매출에 영향을 줄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김광석 아내가 실인범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던 해프닝을 생각해 보자. (자살을 법정에서 선포했지만), 누가 살인범인지는 모른다”며 “폭로 기자는 이 사건을 이슈화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매출액도 늘렸다. 이 자칭 기자가 아무리 지엽적 증거들로 의심을 합리적으로 증폭시켰다 해서, 그 주장이 법정에서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정선거와 관련해 아무도 입증 문제에 관심이 없고, 의혹 제기와 이에 따른 근거 제시에만 집중하는 현상은 입증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뜻”이라며 “좌파들은 이러한 합리적 의심의 증폭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통해 집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질 좌파들은 이 합리적 의심을 증폭시키는 선동을 정치에 관심없는 중고생이나 주부들을 상대로 확산시켜 권력을 차지했다”며 “이에 반해, 저질(찌질) 자칭 우파는 우파 내부 대중을 선동해 매출액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전체 정치적 대결에서는 우파가 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현대 정치와 프레임 전쟁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계형 유튜버 매출액 신장과 좌파의 승리에만 기여하는 우파 대중은 좌파 선동 정치의 밥”이라고 했다.

셋째로 ‘당부’에 대해 “이 입장 표명은 2020 총선이 ‘부정선거’인가 아닌가에 대한 진실(truth) 여부에 대한 나의 주장이 아니다. 부정선거 문제에서 우리가 무엇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가에 대해, 전략적으로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해, 현대 정치의 메카니즘의 차원에서 논평한 것”이라며 “입증 문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발 이기기 위해서는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일부 광신적 ‘Mergery’들이 들러붙어 폭력적 악플 달기를 할 지도 모르겠다”며 “법적으로 액션을 이미 취하신 분들은 법정에서 이기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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