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사는 담임목사보다 설교를 잘 하면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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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참된 동역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설교 잘하는 목사’ 조회수 기준 검색 결과. ⓒ유튜브

▲‘설교 잘하는 목사’ 조회수 기준 검색 결과. ⓒ유튜브

부교역자로 한 교회를 섬기던 때의 일입니다. 연말이 되면 주보를 새로 디자인하는데, 오랜 시간 고생한 디자인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사에 디자인을 넘기고 새해에 첫 번째로 주보를 인쇄했습니다.

그럴 때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10월부터 연말 준비를 해왔는데, 준비에 대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보가 그동안 보아왔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섬기는 분들을 소개하는 곳인데, ‘목사’란에 담임목사님과 부교역자로 섬기는 목사님들의 이름이 함께 써 있었습니다.

보통 주보에는 담임목사 이름이 제일 위에 올라와 있고, 다음 줄에 부목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전도사, 교육전도사 순으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해의 섬기는 분들의 이름은 좀 달랐습니다. 목사란에 담임목사, 그리고 부목사들 이름이 같이 써 있었습니다(목사: 홍길동, 김아무개, 이아무개, 정아무개). 그리고 전도사란에는 전임전도사와 교육전도사 이름이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장로님들 이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통 교회에서는 제일 먼저 장립받은 장로님들 순서대로, 그리고 같이 안수를 받은 장로님이라도 표를 많이 받은 순서대로 적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장로라고 적혀 있는 곳에는 가나다 순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후에 담임목사님께서 그렇게 한 이유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같이 안수를 받았는데, 목사/부목사가 어디에 있냐는 것입니다. 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일에 있어 담임목회자의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고, 성도들을 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로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되었다 해서, 표를 더 많이 받았다 해서 그것이 기득권이 되어 교회를 지배하고 텃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장로로 부름을 받은 것은 더 많은 책임과 섬김의 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교회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페이스북에 부목사에 대한 글이 최근 참 많이 올라왔습니다. 읽어보니 부목사도 근로자인가에 대한 논쟁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부목사라고 하는 호칭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목사면 정목사는 따로 있는 것일까요? 담임목사는 정목사고, 부목사는 반만 목사인가요?

부목사라는 개념보다는 교회 내에서 교육 담당, 행정 담당, 선교 담당 등 자신의 맡은 부서를 따라 전임목사로 부르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부목사라고 하는 호칭 자체에서 주는 높고 낮음의 이미지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한 목사님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속 깊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목사님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부목사는 담임목사보다 설교를 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늘 담임목사보다 조금은 부족하게 설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설교를 시키면 꼭 담임목사보다 교인들의 평이 좋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담임목사의 목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하시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가 설교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담임목사보다 조금 덜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설교를 일부러 실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일부러 뻔한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기도하십시오. 교회 중심으로 신앙생활 하십시오. 담임목사에게 충성을 다하시면 복을 받습니다.’ 이런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다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주께서 주신 소명 가운데 주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것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높고 낮음의 위치가 아니라 서로 동역하는 마음으로 목회를 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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