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진화적 창조론은 왜 잘못되었나?’ 포럼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83회 월례포럼이 ‘진화적 창조론은 왜 잘못되었나?’라는 주제로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화평홀에서 개최됐다.
개회사는 ‘점진적 창조론은 성경적 창조론에 배치되는 타협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원장 김영한 박사가 전했다. 그는 “점진적 창조론(Evolutionary Creationism) 내지 유신진화론(Theistic Evolutionism)은 오늘날 진화론과 타협하는 이론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한 박사는 “방법론적 자연주의로 진화론 자체와의 조화를 꾀하는 유신진화론은 심각한 신학적 문제로 이어진다. 자연주의는 모든 것을 물리적 원리로만 설명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믿는 기독교와 양립할 수 없는 사상”이라며 “유신진화론은 창세기 1-3장이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보도하는 역사적 서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김 박사는 “현재 과학 지식으로 성경의 계시 지식을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현대 과학의 발전은 성경적 계시 신앙에 더 깊은 근거를 줄 수 있다”며 “복음주의자들은 타협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독선적인 신앙 태도에 머무를 필요도 없고, 나와 다르다고 정죄해선 안 된다.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적 창조론에 대해 학문적으로 보다 설득력 있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하나님 말씀은 진리, 진화론은 과학적 증명 안돼
성경적 창조 확신 없이 예수 그리스도 고백 못해
타협 이론 오히려 다음 세대 교회서 멀어지게 해
이후 포럼에서는 먼저 한국창조과학회 회장인 과학자 한윤봉 교수(전북대)가 ‘진화적 창조론의 과학적 문제점’을 발표했다.
한윤봉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창조를 기록한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을 믿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 지성인들이 창세기 내용을 기록된 대로 이해하고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들은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읽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나, 정작 그들은 창세기 내용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진화론’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끼워맞추고 조화시키려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진화론은 ‘우연과 자연발생’을 전제로 하기에, 계획도 목적도 방향성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주와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하는 목적’이 분명하게 있고, 그 ‘존재의 목적’에 따라 작용하고 있기에 최고 수준의 아름다움과 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우주가 가진 ‘최고 수준의 정밀도’가 조금이라도 틀어진다면, 우주와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은 ‘우연’을 기본 가정으로 하는 진화론으로 결코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에 ‘최고 수준의 정밀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그렇게 장치해 놓았음을 뜻한다. 그 장치를 ‘과학법칙’이라고 한다. 이런 사실은 과학법칙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의 결과임을 뜻한다”며 “따라서 창조와 진화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기에 결코 융합되거나 조화될 수 없다. 더구나 진화가 창조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이성적·비논리적·비과학적 추론”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진화적 창조론자들은 ‘생물학적 진화는 과학적 사실’이라는 믿음 대문에 성경에 없는 이야기를 할 뿐 아니라, 성경 말씀을 교묘하게 왜곡하기도 한다”며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이 무시되고, 하나님 말씀이 성경의 권위가 무시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윤봉 교수는 “성경에 기록된 창조의 내용을 주류 과학계가 주장하는 진화론과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님 말씀은 진리이지만,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지식에 의한 성경적 창조신앙의 확신이 없다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고백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진화론 지식 때문에 신앙적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타협 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그럴듯하게 들린다”며 “그러나 이런 주장의 결과는 기독교 교리와 복음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오히려 다음 세대들을 교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다. 진화론을 받아들여 몰락한 유럽 교회의 역사가 이를 잘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유신진화론, 원죄 교리와 복음 이해에 흠결 발생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토론의 여지 남겨둘 필요
창세기 1-3장, 지나치게 역사적으로 읽진 말아야
이어 신학자인 박찬호 교수(백석대)가 ‘유신진화론은 복음주의자들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발표했다.
박찬호 교수는 점진적 창조론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유신진화론은 복음주의자들의 선택지가 될 수 없지만, 유신진화론자들을 무조건 비판하지는 말고 어느 정도 토론의 여지를 남겨두자”며 “유신진화론이 복음주의자들의 선택지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담의 역사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원죄 교리가 무너지고,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이해에 흠결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유신진화론자들은 창세기 1-3장이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보도하는 역사적 서술이 아니라, 비유적·풍유적 문헌이라고 주장한다”며 “신학자 웨인 그루뎀은 이에 유신진화론이 창조에 대한 무해한 ‘선택 사항’이 결코 아니라며, 유신진화론이 성경의 진실성부터 하나님의 직접 창조, 자연 속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에 대한 도덕적 책임성에 대한 압도적 증거, 하나님의 지혜와 선하심과 도덕적 공의, 인류의 평등, 속죄와 부활, 자연 개선 노력의 가치 등의 교리를 부정하게 된다고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팀 켈러(Tim Keller)와 트렘퍼 롱맨(Tremper Longman III), 제임스 스미스(James K. A. Smith), 리처드 마우(Richard Mouw) 등 점점 더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유신진화론 지지를 천명하고 있다”며 “같은 복음주의자들로서, 우리는 이들을 향해 유신진화론을 수용했을 때 생겨나는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그들의 답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찬호 교수는 “복음주의자들은 유신진화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루뎀의 반대는 건전하다. 다만 창세기 1-3장 내용을 지나치게 역사적으로 읽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부분은 있어 보인다”며 “이런 주장에 대해 밀라드 에릭슨이나 프랜시스 쉐퍼도 동의한다고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개혁신학, 논리적 정합성과 학문적 타당성 갖춰야
창세기 1-2장 창조의 방법 말하나? 자의성 주의를
장르 독특성, 역사적 사실성 확보와 조직신학 해결
이후 ‘유신진화론 비판을 위한 개혁신앙의 자기정립’을 주제로 권수경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초빙)는 발제했다.
권수경 교수는 “창조와 진화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대립은, 교회가 과거 경험한 갈릴레이 시대의 세계관 대립과 매우 닮았다. 당시 교회는 비성경적 세계관을 성경적으로 오해하고 옹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른 세계관을 채택했다”며 “그런 대립과 해소 과정을 통해 하나님 말씀이 가진 풍성함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시대의 이 대립을 통해, 정통 개혁신학이 보다 논리적 정합성과 학문적 타당성을 갖춘 정통적·성경적 신학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유신진화론의 가장 심각한 도전은 진화론을 성경 및 신학과 연결시키기 위해 전통적 교리와 핵심 성경구절을 재해석한다는 점”이라며 “그들 중에는 획기적이고 기발한 것도 많지만, 어색한 해석이 많고 논리적 허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고 계속될 논쟁이라면, 이런 노력으로 학문적 깊이와 정교함을 더해갈 것이다. 이 점에서 정통 신학과 신앙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점과 새로운 이해의 가능성을 품은 것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 중심의 개혁신학은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거나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몇 가지 약점 내지 모순점들을 발견하고 있다. 개혁신학이 일관성을 갖추기 위해 꼭 보강돼야 할 부분으로서, 우리는 이미 이 논쟁에서 유익을 얻고 있는 셈”이라며 3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먼저 ‘창조의 방법에 대한 논란’에 대해 “성경은 하나님이 천지를 ‘(진화를 사용하지 않고) 말씀으로, 직접’ 창조하셨다고 강조한다”며 “창세기 1-2장 기록을 두고 창조의 방법에 대한 기록이라고 보는 입장(개혁주의)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유신진화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 내부에서도 의견 일치가 쉽지 않고, 성경에 나오지도 않고 뜻도 명백하지 않은 ‘직접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초자연적 창조’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효과적이지도 못하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창세기 1-2장의 장르 문제’에 관해 “본문이 시적 문장이라거나 신학적 본문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역사적 기록이라 한다면 2장에서 하나님이 마치 시행착오를 하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에,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과 조화시키기 어렵다”며 “따라서 창세기 첫 부분의 장르적 독특성을 확보해 성경적 세계관의 기초로서 역사적 사실성을 확보하면서도, 하나님의 속성과 관련된 조직신학적 문제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끝으로 신약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아담의 대표성을 구속자 그리스도의 보편성과 연결시키는 로마서 5장 12-21절 해석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담의 실존성 및 대표성, 아담이 과연 있었는가 또는 그가 과연 온 인류의 실제 조상인가 하는 문제”라며 “유신진화론은 만 개체 정도의 유인원이 인류로 진화했다는 입장이므로, 아담을 온 인류의 조상으로 소개하는 창세기 본문을 달리 해석해 아담이 실존하지 않았다거나 실존했더라도 온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고 결론지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권 교수는 “이 구절 하나로 진화론이나 오랜 지구창조론, 그리고 주류 지질학까지 반대하는 것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비켜간 채 본질 아닌 것을 붙잡는 일이고, 그것도 그 문구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하나만 고수하는 태도”라며 “개혁신학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는 신학이다. 성경이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특정 과학적 입장을 성경인 양 주장하다 나중에 그 구절의 참 뜻이 밝혀질 경우 성경 자체의 진리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수경 교수는 “유신진화론은 새로운 세계관에 잘 어울리는 입장으로,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훨씬 강력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개혁신학으로 유신진화론을 비판하는 일은 갈수록 힘겨운 과제가 될 것”이라며 “성경적 가치관을 고수하는 개혁주의로서는 기존 세계관의 틀 위에 형성된 영원한 생명의 복음을 어떻게 전수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내적 일관성을 갖추는 일과 성경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따르는 일은 그런 싸움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준비”라고 했다.
김영한 박사 사회로 열린 포럼에서는 세 학자의 발표 후 허정윤 박사(알파A창조론 연구소장)와 김병훈 교수(합동신대)가 각각 논평했다. 이날 포럼은 사무총장 박봉규 목사의 광고와 명예이사장 이영엽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