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정치적이었던 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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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영화 ‘기생충’에 대한 문학적 시선(5)

정치에 종속될 때, 예술은 반드시 타락한다
정치적 이념 실현 위한 구체적 방법 제시해
감독 성향 따라 좌편향 사회로 정치적 도구

▲자신의 빈곤한 반지하 집을 떠나 상류층이 모여사는 동네로 올라가는 기우. 영화 &lt;기생충&gt;은 오늘날 한국 서민들이 기득권층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비틀린 심성을 포착해 조명한다.

▲자신의 빈곤한 반지하 집을 떠나 상류층이 모여사는 동네로 올라가는 기우. 영화 <기생충>은 오늘날 한국 서민들이 기득권층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비틀린 심성을 포착해 조명한다.

러시아가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이던 때에 나는 그 땅의 문학 기행을 시작했다. 공화국으로 선언되기 직전인 1989년 봄이었다.

톨스토이의 생가를 방문한 그날 밤, 나는 모스크바의 스베드르로프 광장 정면에 있는 국립 아카데미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공연을 보게 되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발레를 보기로 했던 것은 여고시절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 1881-1931)의 어록을 접하고, 러시아 발레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던 때문이다.

동경이란 정치적으로 동토의 땅인 그곳에서 안나 파블로바는 어떻게 쇼팽 음악의 찬란한 슬픔과 아름다움을 춤출 수 있었을까, 그 땅에 발레가 예술의 실재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런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하였다.

더구나 근대 발레를 시작하게 한 루이 14세는 발레를 권력 확보에 이용했고, 스탈린도 발레를 사랑했으며, 발레는 동구의 공산당이 자랑하는 예술이다.

발레를 합쳐 볼쇼이 극장의 레퍼터리는 약 70여편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내용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무대 장치도 꿈이 있는 교회의 첨탑이며 배경 음악도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 찬송가를 읊조리는 듯한 농민들의 노래이다.

공연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어느 봄 들판에 서있는 듯 마음이 따스해졌다. 부드러운 생명성으로 영혼이 고양됨을 느꼈다. 예상치 못한 느낌이다.

그 순간 인간의 생명성을 고양시키는 예술은 붉은 깃발이나 혁명이나 투쟁, 당의 정치적 이념과 거리가 먼 인간의 예술로 정녕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예술은 권력의 칭송으로 울려 퍼지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사의 거장들 중에도 독재와 침략과 전쟁의 미화로 그 음악을 연주한 자들이 있다. 영국 문학사에서 국가주의나 제국주의라는 혐의를 받는 작가들도 있다.

그러므로 영화가 얼마나 정치적인가 하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사랑받으며 그 생명성을 지켜내는 예술은 그 창작자들이 예술이 하는 일을 바로 알고 있었던 때문이다. 반면 예술의 사명에 대한 의식 없이 정치에 편승하는 예술은 반드시 타락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름지기 예술의 하는 일이란, 생명성을 추구하고 생명성을 확산하는 일이다. 예술은 생명 현상의 신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명체에서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감지해서는 안 된다. 생명체의 본질을 근원적이고 전체적으로 밝혀보려는 일에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집결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에술은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개인의 생은 근원적인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때문이다.

때문에 무릇 “예술이 하는 일이란 살아있는 순간에 인간과 그 우주를 둘러 싸고 있는 우주와의 관게를 밝히는 것이다(The business of art is to reveal the relation between man and his circumambient universe , at the living moment)”라고 영국의 대문호 로렌스(D. H. Lawrence, 1885-1930)는 말했다.

▲김기택의 집 근처.

▲김기택의 집 근처.

영화 <기생충>은 참으로 정치적이다.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술이라기보다는 봉준호 감독의 성향대로 좌편향적 사회로 가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의 도구로 여겨질 만큼, 정치에 종속되어 있었다.

내가 <기생충>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이유는, 정치에 종속될 때, 예술은 반드시 타락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2020년 2월 10일 로이터(Reuters)가 소개한 영화 <기생충> 기사이다.

‘Parasite reflects deepening social divide in South Korea’라는 제목 하에 영화에서 부자(금수저)와 가난한 사람(흙수저)의 갈등이 후자의 욕망 충족을 위해 어떻게 전개된 것인가를 언급하고, 기생충의 정치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어간다.

“while inequality in South Korea is not necessary worse than many other countries, the concept has exploded onto political scene in resent years amid runaway home prices and stagnating economy, undermining support for President Moon Jae-in.”

(한국은 다른 많은 나라들보다 불평등 정도가 심하지 않지만, 지난 몇 년간 집값이 떨어지고 경제 발전이 더뎌지면서 그러한 불만이 정치적으로 폭발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도를 감소시켰다.)

“Moon, in his congrating message, said Parasite had moved the hearts of people around the world with a most uniquely Korean story. but the films massege is a sharp critique of South Korea's modern society, and director Bong Joon-ho turned to many familiar scenes around Seoul to highlight the divide between the city’s haves and have-nots.”

(문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에서 영화 <기생충>이 가장 독특한 한국의 이야기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영화에는 대한민국 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 담겨 있다. 봉준호 감독은 서울시와 주변의 많은 친근한 장면들을 통해 부자와 빈자 간의 차이를 드러냈다.)

▲기우와 함께 사기극에 적극 가담하는 제2의 주모자, 기정(박소담 분)

▲기우와 함께 사기극에 적극 가담하는 제2의 주모자, 기정(박소담 분)

“The scene reminded some South Koreans of ongoing scandal that led to the resignation of Justice Minister Cho Kuk.”

(‘그 장면’은 적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사임으로 이끈 스캔들을 떠올리게 했다.)

송영옥 박사(영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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