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 진실 알리는 대북전단, 北이 가장 싫어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탈북민들, 북한의 삐라 비난과 우리 정부 대응에 비판적 반응

결정적으로 문제 되니, 북한에서 막으려는 것
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보내서 자극을
정부, 北 대화로 끌어내는 촉진제로 활용해야

▲한국 순교자의 소리의 풍선 사역 현장. ⓒ크투 DB

▲한국 순교자의 소리의 풍선 사역 현장. ⓒ크투 DB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 운운하며 비난하자 우리 정부가 관련 법률을 준비 중이라거나 대북 전단 실은 풍선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탈북민 기독교인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북전단 사역을 하고 있는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이민복 대표는 “(우리 정부 발표가) 일리는 있다. 조용히 비공개로 하면 되는데, 일부 단체에서 너무 떠들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정부에서 법으로 막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는 (풍선에 넣을) 가스 관련 자격증과 허가받은 운반 차량으로 해야 한다. 일부 무자격자들 때문에 이렇게 혼란이 있는 것”며 “법으로 막으려면 이런 것을 막는 게 낫다”고 전했다.

대북전단의 효과에 대해서는 “북한이 가장 싫어하고, 결정적인 것이다. 그러니 막으려는 것 아닌가”라며 “김정은-김정일-김일성 3대를 신격화하고 있는데, 정권을 타도하고 조국을 해방시키자며 진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북한에서 인터넷을 왜 막아놓겠는가. 개방이 되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면, 통치가 되질 않는다. 그들은 전범자 아닌가”라며 “오죽하면 지난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때 ‘돈 달라’는 것보다 대북 방송과 삐라(대북전단)를 중단하라는 말을 먼저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삐라 보고 탈북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저도 삐라 보고 탈북했다”며 “단 한국 식으로 써서는 좀 그렇다. 이북 사람들이 잘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 식으로 쓰는) 탈북민들이 뿌리는 삐라가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북한 ‘김정은 위중설’ 당시 과장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강철호 목사(새터교회)도 “법으로 막겠다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라며 “그러면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강철호 목사는 “북한이 대북전단을 싫어한다 해서 법으로 막는다면,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싫어하니 정부가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건 아니라고 본다.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목사는 “(김여정의 주장은)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한다. 핵개발을 비롯해 북한의 모든 잘못된 것들을 강력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삐라”라며 “막을 것이 아니라,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을 자꾸 자극시켜야 한다. 정부는 이것을 잘 활용해서, 북한을 대화의 마당으로 끌어내는 촉진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북전단의 영향을 받고 탈북한 분들이 국내에도 많다. 북한 내부와 통화해 보면, 삐라가 심심찮게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이 그걸 읽고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는 신 같은 존재인데, 어떻게 보면 범죄자보다 더한 범죄자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혼자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보여준다. 그러면 김일성 일가에 대한 진실이 주민들에게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교회가 북한에 대북전단 보내는 일을 지원한다면, 정부에서 태클을 걸 것”이라며 “그러나 교회는 북한에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삐라’는 알 권리 아닌가. 신앙도 일종의 알 권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이렇듯 신앙을 확산시킬 수 있는 일들을 암암리에라도 적극 지원하고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 선교적으로도 아주 은밀하게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단체들이 있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 국내 들어온 탈북민들 중 목회자가 있고, 처음 신앙을 가졌을 때는 주체사상과 비슷하다고 여기지만 사실 김일성 사상이 신앙을 모방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호 목사는 “이제는 정치적으로 북한에 영향을 끼치기가 어려워졌다. 북한이 워낙 세게 나오면서, ‘북한을 건드리지 말고 김일성 김정일 사상을 이해하자’는 잘못된 사람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통일이 쉽지 않다. 북한 사람들의 세뇌된 사상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하지만 주체사상을 이길 수 있는 것이 복음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 복음을 어떻게 들여보낼 것인가. 한국 식으로 성경만 보내선 안 된다. 북한 사람들은 기독교를 접해보지도 못한 이들이기 때문”이라며 “신앙을 먼저 접한 국내 탈북민들은 그들에게 신앙을 어떻게 증거하고 전달할지 방법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에 나간 한국 선교사님들이 많지만, 탈북민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무슨 말인지도 이해를 못하더라. 하지만 탈북민들이 중국에 가서 대화하면 15분만 해도 마음이 통한다”며 “동질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탈북민들이 무슨 방법으로든 복음을 북한 사람들과 탈북민들에게 전달해야 통일이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4일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전단을 날린 탈북민들에 대해 “글자나 겨우 뜯어볼가 말가하는 바보들이 개념 없이 ‘핵 문제’를 논하자고 접어드니 서당개가 풍월을 짖었다는 격”이라며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이러한 김여정의 비난에 대해 대한민국 통일부는 4시간여만에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법률 정비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즉각 반응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방부 당국자도 “대북 전단을 운반하는 풍선이 9·19 남북 군사합의상 ‘기구’에 해당한다”며 사실상 북한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언론들에 따르면 청와대에서도 핵심관계자가 “삐라(대북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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