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사 안수’와 ‘신학적 자유주의’의 상관관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조직신학자 웨인 그루뎀이 말하는 ‘복음주의 페미니즘’

복음주의 페미니즘, 신학적 자유주의 새로운 통로
성경의 권위 훼손하거나 부인하는 결과로 이어져
역사상 성경을 가장 희한하고 부정확하게 해석해

복음주의 페미니즘
웨인 그루뎀 | 조계광 역 | CH북스 | 344쪽 | 15,000원

“평등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유주의자는 아니지만, 자유주의자는 모두 평등주의를 지지한다. 오늘날 미국 내의 자유주의 교단이나 신학교에서 여성의 성직 안수를 반대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자유주의와 여성의 성직 안수를 승인하는 입장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0세기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 ‘여성 성직(목사) 안수’는 여전히 논쟁적 주제이다. 한국교회 내에도 신학적 입장에 따라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한 교단과 허용하지 않은 교단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페미니즘’ 역시 한국 내에서 뜨거운 단어다.

전작 <복음주의 페미니즘과 성경의 진리>에 이어, 조직신학자 웨인 그루뎀은 이번 책 <복음주의 페미니즘>에서 과감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여성 목사 안수 문제가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부인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기독교 내에서 여성 권리 신장 등의 이유로 여성 목사 안수를 주장하고 실현하지만, 이것이 곧 신학적 자유주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평등주의’로 일컬어지는 ‘복음주의 페미니즘’이, 복음주의자들이 신학적 자유주의로 향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 것이 몹시 우려스럽다.”

언뜻 어울려 보이지 않는 단어들이 합쳐진 용어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결혼생활이나 교회에서의 지도자적 위치가 남자에게만 주장하는 운동이며, ‘신학적 자유주의’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온전한 진정성을 소유하고 있고, 우리의 삶 속에서 유일무이한 절대적 권위를 지닌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상 체계를 각각 가리킨다.

<복음주의 페미니즘>에서 저자는 이들의 문제점에 대해 본인이 주장하는 성경적 입장과 선명하게 대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유신진화론 비판>에서 했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저자는 ‘유신진화론과 성경적 창조론의 12가지 차이점’, ‘창조에 대한 성경의 기술과 주요 기독교 교리들에 대한 유신진화론의 3가지 불일치’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저자는 미국 여러 교단들이 여성 목사 안수를 받아들인 시기를 언급한 뒤,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교단들은 다음 7가지 수순을 밟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①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다 ②여성의 성직 안수를 인정한다 ③결혼에서 차지하는 남성의 지도적인 역할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거부한다 ④여성의 성직 안수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을 배제한다 ⑤동성애를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⑥동성애자의 성직 안수를 인정한다 ⑦동성애자를 교단의 고위직으로 선출한다 등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6단계까지 다다른 교단들이 적지 않고, 감독교회의 경우 7단계까지 나아갔다. 한국에서는 교단들의 경우 2-3단계에 불과하지만, 5-6단계를 지지하는 목회자들이 존재한다.

▲저자 웨인 그루뎀 교수.

▲저자 웨인 그루뎀 교수.

저자는 여성의 성직 안수를 인정하는 교단들, 즉 평등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유주의자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하나님의 총회(순복음)의 경우 오랜 역사적 전통과 성령의 은사를 사역의 가장 우선적 요구 조건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윌로우크릭 연합은 평등주의를 지지하는 지도자의 주도적 역할과 문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우선적 가치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학적 자유주의가 여성의 성직 안수를 찬성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질문한다. “성경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자유주의 교회들이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거나, 성경의 무오성을 강하게 믿는 가장 보수적인 교회들이 그것을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존재할까?”

책의 중심인 2-3부에서는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부인하는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견해’와 ‘논거가 희박하거나 거짓된 주장에 근거한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견해들’을 각각 논박하고 있다.

2부에서는 ‘창세기가 틀렸다는 주장’, ‘바울이 틀렸다는 주장’, ‘모든 사본에서 발견되는 구절이 성경 본문이 아니라는 주장’, ‘후대의 발전이 성경보다 우월하다는 주장’, ‘목회자의 권위가 성경보다 우월한가?’, ‘준교회 단체에서는 여성이 가르쳐도 괜찮을까?’, ‘역사적 성경 구절을 농담으로 여기는 태도’ 등 15가지를 일일이 비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성경의 권위를 거부함으로써 빚어지는 결과’에 대해 “이런 주장들을 복음주의자들이 하나씩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복음주의 목회자들이 그런 주장들 안에서 발견되는 방법들을 채택해 설교를 전하게 되면, 복음주의자들은 아무런 의심이나 생각 없이 성경의 명령과 가르침, 구절과 본문을 하나씩 거부하는 습관에 젖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결국 교회는 하나님 말씀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성경에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취사선택해 평등주의 저술가들이 가르친 방법과 똑같은 방법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교회는 그런 식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21세기가 지나는 동안 한 걸음씩 새로운 자유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3부에서도 ‘고린도 교회 안에 교회를 소란스럽게 만든 여성들이 있었다는 주장’, ‘자기 집을 예배 장소로 내어준 여성들이 장로였다는 주장’, ‘남자들을 주관하거나 가르치지 말라는 명령은 에베소의 교육받지 못한 여성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는 주장’, ‘머리가 근원을 의미한다는 주장’, ‘초기 교회 안에 여성 주교들이 존재했다는 주장’ 등 10가지에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2부의 15가지 주장은 성경의 권위를 직접적으로 부인하고, 3부의 10가지 주장은 다른 방식으로 성경의 권위를 실질적으로 훼손한다”며 “확실하게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기독교 교회의 역사상 (신학적 자유주의를 제외하고) 성경을 이렇게까지 희한하고도 부정확하게 해석하는 운동이나 견해는 일찍이 없었던 듯하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이 최소한 25가지 방식을 통한 평등주의 지지자들의 교리적인 목표는 ‘남성적 특성은 무엇이든 없애는 것’이다. “예수님의 남성성은 중요하지 않다. 그분의 ‘인성’이면 족하다. 하나님은 아버지요 어머니이시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 고착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복음주의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목표다.”

나아가서 마지막 단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성애의 인정’이다. 저자는 영국 존 스토트의 뒤를 이은 복음주의 설교자가 되리라고 기대를 모았으나, 1999년 동성애 관계를 맺기 위해 가족을 떠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던 로이 클레멘츠의 다음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

“여성들은 세속적인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로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주장할 수 있는 새로운 자신감을 발견했다. 그들은 과거에 자신들의 역할을 금지하는 근거로 활용된 성경 본문들을 다르게 다룰 수 있는 해석학을 발전시켰다. … 그리스도인 동성애자들도 그와 똑같은 해석학적인 도구를 사용해 동성애의 권리를 위해 전통에 도전하고 있다. 혹시 이 일이 성공하기까지의 시간이 그리스도인 페미니스트들이 성공을 거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린다면, 그것은 명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적 열세 때문일 것이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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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저자는 그럼에도 복음주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저속하고 고압적 태도로 대하거나 모욕적 행위를 일삼는 것은 전혀 옳지 않고, 끝까지 사랑과 친절로 대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왜곡하거나 그릇 나타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비겁한 태도를 취하거나 침묵을 지킴으로써 복음주의 페미니스트들을 유리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제언한다.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일평생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길이 참된 축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그 길을 충실하게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복음주의 페미니즘으로 돌아서서 한 걸음씩 자유주의의 길로 나아가 성경의 권위를 갈수록 더 많이 부인할 것인가?”

저자 웨인 그루뎀(Wayne Grudem)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사(B.A.),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교역학 석사(M.Div.),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신약학을 전공하고 ‘고린도전서에 나타난 예언의 은사 연구’로 박사 학위(Ph.D.)를 취득했다.

그는 침례교 목사이며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성서학과 조직신학 학과의 학과장 겸 교수로 일했으며, 현재 피닉스 신학대학원 교수로 있다. 저서로 <유신진화론 비판(공저)>, <남성과 여성을 위한 50가지 핵심 질문(공저)>, <웨인 그루뎀의 조직신학>, <꼭 알아야 할 기독교 핵심 진리 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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