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복 목사의 6.25 회고 “교회 가려고 집 나섰는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남북통일보다 남한 통일, 한국교회 통일이 먼저”

1. 통일 위해 합심해 중보하며 간구해야
2. 더 급선무인 남한 통일 위해 헌신해야
3. 성령 안에서 한국교회 통일 먼저 돼야

▲김상복 목사. ⓒ크투 DB

▲김상복 목사. ⓒ크투 DB

한국복음주의협의회 6월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에서는 ‘6.25 70주년과 우리의 나아갈 길(고후 5:17-20)’이라는 제목으로 김상복 원로목사(할렐루야교회)가 설교했다.

먼저 6.25 당시를 회고한 김상복 목사는 “1950년 6월 25일, 저는 평양에 있었다. 형제들이 교회에 가려고 9시쯤 집을 나섰는데, 집 앞 전봇대 아래 어른들이 긴장된 얼굴로 모여 말없이 서 있었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김일성 장군이 곧 연설을 한다고 했다. 들어보니 ‘남조선 괴뢰군이 우리 조국을 갑자기 침공해 인민군대가 반격을 시작했다’고 하더라. 모두 분개했다”고 전했다.

이후 평양 길거리에는 한반도 지도가 세워졌고, 하루가 지나면 북한이 점령한 남한 도시들 위에 인공기를 붙였다. 수많은 크고 작은 남한 도시에 인공기가 붙었고, 폭격기들이 평양 상공에 나타나 평양 비행장을 폭격하더니 산업시설들과 주요 건물들을 하나씩 폭격했다. 때로는 제트기와 전투기들이 소리 없이 나타나 김 목사의 집 바로 옆 경찰서 건물도 파괴했다.

그는 “얼마 지나자 여기저기 세워놓았던 한반도 지도가 갑자기 사라지고, 종종 붕대를 감은 인민군들이 총을 메고 지친 모습으로 힘없이 길거리를 지나가는 것을 봤다”며 “평양시 대폭격으로 집 앞길에 죽은 사람들의 팔다리가 전깃줄에 걸려 있는 광경도 봤다”고 했다.

김 목사는 “원자폭탄이 평양에 떨어진다는 소문에 시외로 피난을 가기도 했다. 결국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갔던 유엔군은 중공군의 진입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며 “그 해 12월 엄청난 피난민 물결 속에서 부모와 나이 아래 동생을 두고 형 둘과 누이, 저는 집을 떠나 부산까지 내려가 이산가족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상복 목사는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된 6.25 전쟁은 아직도 남북이 대치된 상태에서 70주년을 맞이했고, 우리는 80을 벌써 넘긴 사람들이 됐다”며 “우리 시대에 분단된 민족이 우리 시대에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이 없는 한, 75년 동안 부르짖은 통일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며 “남한이 북한을 침공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남한에도 제법 있다. 심지어 북한을 사모하는 사람들까지 생겨 염려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남북통일은 우리 민족의 환상적 염원이다. 인위적인 정치적 타협만으로는 통일이 요원하다”며 “오늘에 와서 보면, 70년 동안 남한과 북한 사이 체제 경쟁에서는 결과적으로 북한이 패배했다. 그러나 남북은 아직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상태에서 한국교회의 사명에 대해 먼저 “통일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기에, 통일을 위한 하나님의 특별한 자비와 긍휼을 베풀어 주시도록 한국교회가 합심해서 중보하며 간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민족이 일본으로부터 해방을 받은 것은 우리가 독립운동을 잘 해서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떨어뜨려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자유를 얻게 된 것”이라며 “해방은 은혜의 큰 선물이고, 6.25 전쟁이 종식된 것도 미국과 유엔, 북한과 중국의 정치적 합작이었다. 가난하던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된 것도 우리들만 잘 해서 된 것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을 위해 시장을 활짝 열어줘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한국교회는 남북통일보다 더 급선무인 남한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류 역사에 유례가 없는 완전 독제 체제를 유지하고 인민을 노예처럼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북한과, 75년간 발전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익숙해진 남한과 현 상태에서는 하나 될 수 없다”며 “남한도 통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남한 지체가 좌와 우, 여당과 야당, 영남과 호남, 노(勞)와 사(社)가 심하게 분열돼 있고 서로 적대시하고 있어, 양 진영간 화해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상호 이성적 대회와 토론을 통해 더 높은 시너지를 함께 창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배우고 개발해서, 남한 사회의 통일을 시도하는 것이 남북통일보다 더 시급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남북통일이나 남한의 통일 이전에, 한국교회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단과 신학은 다르더라도 기본적 신앙을 공유하는 한국교회가, 지엽적 차이로 서로를 거부하고 무시하고 배척하는 일은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심을 부인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김상복 목사는 “교회 밖에서도 교회의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도록, 교회의 하나 된 문화와 행동을 차분히 일으켜 나가야 한다. 남한의 통일, 교회의 통일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모순이요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라며 “남한의 통일된 모습을 보고 북한도 부러운 변화를 원할 때, 그들이 변하고 우리민족의 통일도 가능하다. 한국교회는 이 화해의 사명과 말씀을 받은 그리스도의 대사와 편지와 향기로서, 기도와 노력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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