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언론회, ‘역사를 처벌법으로 강제하려는가?’ 논평
헌법상 표현의 자유 훼손이 가장 우려돼
비판과 반대 없는 민주주의는 실현 불가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에 뭐라고 했나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소위 ‘역사 왜곡 금지법’ 입법 추진을 우려하면서, ‘역사를 처벌법으로 강제하려는가?’라는 논평을 19일 발표했다.
소위 ‘역사왜곡 금지법’과 ‘5.18 민주화운동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일제강점기 전쟁 범죄, 5.18 민주화 운동, 4.16 세월호 참사’ 등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한 사람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물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는 광범위해서, 자유로운 대화, 토론,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 참다운 민주주의를 위한 절차와 방법이다. 비판과 반대가 없는 민주주의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헌법적 자유를 모르는 바가 아닐텐데,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해서,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밀어붙이겠다는 현 여당의 자세는 다수 독재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며 “빅브라더의 출현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역사를 법의 강력함으로 가두려는 국가를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역사를 ‘처벌법’으로 강제하려는가?
21대 국회 개원 메시지가 ‘빅브라더 출현’ 알림인가?
21대 국회가 개원하고 나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역사 왜곡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소위 ‘역사왜곡 금지법’을 만든다고 한다. ‘5.18민주화운동법’도 개정한다고 한다. 그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일제강점기 전쟁 범죄, 5.18민주화운동, 4.16세월호 참사를 부인·비방·왜곡·날조한 자를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물린다’는 것이다. 특히 5.18을 부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듯하여 일명 ‘5.18역사왜곡처벌법’으로도 불린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1995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 이후에 여러 차례 개정이 되었다. 그런데 과거에도 이번 법안처럼 처벌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예술, 학문, 연구, 학설, 보도 등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할지라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하려는 법안에는 그러한 면책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강력한 내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법률 개정안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강력한 주장들이 나왔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역사 왜곡에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 한다’는 입장들을 피력했다고 한다.
5.18사건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었으며, 그로 인하여 피해자나 고통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그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큰 아픔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5.18에 대하여 첨예한 논쟁이 계속 있어 왔다. 역대 정권에서도 이에 대한 규정의 변화가 있었다. 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광주사태’로,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그리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김대중 정부에서는 ‘5.18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되었다.
이를 통하여 5.18 당시 희생되고 고통당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는 국가가 찾아준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그래서 21대 국회에서는 반대에 대한 철저한 봉쇄를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광범위해서 자유로운 대화, 토론,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참다운 민주주의를 위한 절차와 방법이다. 비판과 반대가 없는 민주주의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판단이다.
이 같은 헌법적 자유를 모르는 바가 아닐 터인데도 불구하고,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해서, 이른바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밀어붙이겠다는 현 여당의 자세는 다수 독재의 횡포에 다름 아니라고 보며, 이는 빅브라더의 출현인가? 라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역사를 법의 강력함으로 가두려하는 그 국가를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교과서의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하였다. 그 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어떠했는가? 역사 문제를 획일적이고 단순화하며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영국이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처벌하지 않는다. 이것을 역사가들의 논쟁에 맡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자유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99%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100%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앞으로 정부·여당의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역사를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을 법으로 모조리 처벌∙처단한다면, 이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세계 역사학계의 역사에 대한 정의는 ‘역사는 해석이라’고 한다. 역사는 수학공식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조급증∙강박증이 있는 것인지? 또한 역사해석을 달리하면 큰 문제라도 생기는 무슨 두려움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다수의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힘을 국민들이 만들어준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반하게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보복적이고, 처벌적이고, 협박식이고, 분노식으로 하는 정치는 독재자들이 훨씬 잘한다.
다수의 결의가 반드시 정의가 아닌 것은 역사가 증거 한다. 법을 엄하게 하여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백성 다스림을 유리하게 하려던, 기원전 3세기 중국 진나라의 이사(李斯)는 자기가 만든 그 법에 자기가 죽지 않았던가?
지금 온 나라는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하여 모두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렵고, 거기에다 북한은 별별 핑계로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온갖 협박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막강한 입법의 힘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표현의 자유”를 갈망하는 국민들을 법으로 옭아매려는 시도는 누가 보아도 비정상적이며 위험한 일로 보인다. 제발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