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왜, 존재의 의미를 묻지 않으십니까?
30년 캠퍼스 사역자의 생존 흔적
광야에서 빚고 다듬어진 다윗처럼
난해하고 모호한 정황, 믿음으로
광야를 걷고 있는 그대에게
김유복 | 죠이북스 | 240쪽 | 13,000원
삶은 흔적을 남긴다. 다윗은 ‘집안에서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13쪽)’을 받았다. 아버지에게, 형들에게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사울에 쫓기며 유대 광야와 아둘람굴과 적국에 숨어 지내기 전, 다윗은 이미 광야에 있었다.
아버지의 양을 치면서 아들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양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물맷돌 던지기를 연습했다.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새끼 양을 물고 간 곰에게 덤볐다. 그러다 어느 날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을 모욕하는 골리앗과 맞서 싸우는 전사가 되었다(16쪽)’.
다윗은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것처럼 미소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윗의 손과 팔, 그리고 몸에는 짐승들에게 할퀸 상흔이 가득했다.
소외의 현장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불렀던 노래는 다윗으로 하여금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사용됐다. 광야는 다윗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 깊이 흔적을 남겼다. 참으로 다윗은 상처받은 치유자였다.
이 책은 저자인 김유복 목사의 생존의 흔적이자 삶의 궤적이다. 스물세 살 대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면서 광야를 걷기 시작했다. 30년 넘도록 대구 지역의 청년들에게 헌신했다.
한국기독교학생회(IVF) 영남지부와 남대구 대표 간사를 역임하면서 사역의 폭을 넓혔다. 2001년, 대학생 10여 명과 함께 시작한 기쁨의교회는 암울한 청년들을 이끌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로 도약한다.
2014년 <깨어진 세상 희망의 복음>이란 제목으로 첫 인사를 나누었던 저자는 6년이 지난 2020년, 이전보다 깊이 성찰하고 묵상한 존재의 의미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광야는 창조의 공간이다. 핍절한 생존의 위기는 존재의 물음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저자는 이전보다 더 오래 우려낸 그리스도인의 본질을 광야라는 단어를 통해 꿴다.
소명의 자리, 저항과 창조의 장소, 그러나 위기의 장소인 광야에서 광야를 걷는 이들은 창조주 하나님을 통해 새롭게 창조된다. 다윗은 그렇게 빚어지고 다듬어져 영웅으로 태어난다. 다윗의 일생을 광야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다. 난해하고 모호한 삶의 정황을 믿음의 눈으로 예리하게 통찰한다. 담아둘 문장이 산을 이룬다. 존재의 적나라함을 폭로하지만, 격려와 희망 또한 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달콤 씁쓸함을 맛볼 것이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