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에릭 폴리 목사에 ‘간첩행위’ 비난
경찰, 철원서 성경 보내던 에릭 폴리 목사 적발
서울시, 운영 실태 파악 위해 합동 점검 시작해
정부와 지자체가 대북 성경 보내기 선교사역에 대해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4일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 공동대표 에릭 폴리 목사가 강원도 철원에서 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성경을 살포하다가 적발된 것과 관련,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해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간첩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에릭 폴리 목사는 지난 3일 오후 9시쯤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인근에서 성경이 들어간 대형 풍선 여러 개를 띄우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경찰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을 적용해 처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 VOM은 지난 6월 25일 강화도에서 성경책을 넣은 대형 풍선 4개를 북한으로 날려보낸 바 있다.
강원도는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5개 접경지역을 11월 30일까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위험 구역으로 설정하는 등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행정 조치를 내렸다. 위험 구역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관련 물품의 준비·운반·살포 등을 할 수 없다.
에릭 폴리 목사가 자신의 관할지역이 아닌 강원도에서 적발됐음에도,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선교를 하려면 국가 질서 안에서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해야 한다”며 “외국인이 남의 나라에 들어와 범법을 자행하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를 우발적·일회적이 아닌 상습적·반복적으로 자행하는 것에 대해선 엄정한 처벌과 추방조치가 있어야 마땅하다”며 선교사 추방 조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수많은 사람이 죽고 모든 성과물이 파괴되는 참혹한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화려한 승전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고도 했다.
문화일보는 3일 서울시는 한국 VOM이 소재한 주무관청인 성북구청과 함께 운영 실태 파악을 위한 합동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 한 관계자는 “해당 법인이 목적에 맞는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회계 운영을 잘하고 있는지 등 전반적인 운영 상황을 확인하려는 취지”라며 “법인의 관리·감독은 자치단체 위임 사안으로 돼 있어 지도를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등은 점검 후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에릭 폴리 목사는 2일 이와 관련, “어떤 나라의 정부나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은 적이 없으며 개인과 교회들의 기부금으로 100% 운영되고 있다”며 홈페이지에 비영리법인 허가증과 회계 감사 자료를 공개했다.
폴리 목사는 “비영리법인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법을 이용하기보다, 남한에서 종교·언론의 자유가 계속 공존할 수 있도록 민간 사역활동을 지속할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