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판결, 빽 없고 돈 없는 서민이라면 어땠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교회언론회, ‘제헌절에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대법원’ 논평

대법원 권위와 신뢰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
정의 잃은 법, 맛 잃은 소금처럼 버려질 뿐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지사 페이스북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에서 ‘제헌절에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대법원: 공직자가 방송에서 거짓을 말해도 된다고 하시네!’라는 제목의 논평을 17일 발표했다.

이들은 “과연 빽 없고 돈 없는 서민이었다면, 이런 호혜적 결정이 내려졌겠는가”라며 “대법원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오늘날 법이 도덕의 최소한이 되지 못하고, 법을 이용하여 여타의 범법도 ‘면죄부’를 받는 파렴치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정의를 잃어버린 법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아서, 길에 버려져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제헌절에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대법원
공직자가 방송에서 거짓을 말해도 된다고 하시네!

오늘은 72년을 맞는 제헌절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국가의 근간이 되는 법을 먼저 만들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제헌절”로 삼은 것이다. 법은 인간의 도덕성을 규율하기 위한 방법이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중요한 항목이다.

물론 법률은 입법부인 국회가 만든다. 그러나 이 법률을 적용하고 응용하여 판결하는 것은 사법부인 법원의 몫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철저하게 삼권분립 제도를 운용하여 국가 권력의 집중이나, 독점을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어제(16일)는 대법원(대법원장 김명수)에서 괴상한 판결이 나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는데, 이 지사가 2심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아 사실상 도지사의 ‘당선무효형’이 예측되는 사안에 대하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KBS TV 토론회에서 상대편의 질문에 대하여 거짓으로 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3가지 사안에 대한 고소가 있었다.

이 사건은 지난 해 9월에 대법원에 올라왔고, 대법관 4명에 의하여 소부(小部)에서 심리하던 것을, ‘전원합의체’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대법원 심리에서는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여 7대 5로 무죄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되었지만, 캐스팅보드 역할을 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으로 알려지고 있다(6대 6이면 파기환송이 안 됨)

법의 정신은 정의이다. 정의는 누가 누구의 편이 아니라, 옳음에 대한 판단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법원이 그 불변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정치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들의 이러한 생각은 앞으로 법 정신과 법원판결의 후진성과 사법부 신뢰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관들은 법으로 판결하고 말해야지, 정치적 판결로 세상을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을 놓고 생각해보면, 과연 빽 없고 돈 없는 서민이었다면, 이런 호혜적 결정이 내려졌겠는가? 2018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가장 예민한 부분은 자기 형을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느냐’의 문제였다. 그런데 그는 방송에서 ‘그런 일 없다’고 대답한 것이 문제가 되었고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했지만,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개인적 도덕성 문제와 공정선거를 위한 측면에서 방송에서 거짓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의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다.

결국 법의 추상(秋霜)과 같은 준엄함과 법의 기본인 정의를 도외시한 결정이 대법원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것은 5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으로 ‘이재명 경기 지사의 강제입원 관련 발언은 절차를 적극적으로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 한다’고 본 것이다.

오늘날 법이 도덕의 최소한이 되지 못하고, 법을 이용하여 여타의 범법도 ‘면죄부’를 받는 파렴치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의를 잃어버린 법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아 길에 버려져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다.

법원의 굴곡진 역사를 잊었는가? 법이 정치에 예속되지 않고,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고, 공정하고, 공평하고, 공의로운 판결을 한다는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날은, 엄중한 역사적 심판이 있은 후에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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