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내 나라의 지난날 그리워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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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생의 한 가운데, 나라가 참으로 걱정입니다.

▲송영옥 박사(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송영옥 박사(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새벽에 친한 친구의 이메일을 받았다.

“… 꿈꾸는 보통 사람인 나의 열망이, 세계 최고에 가까운 무대를 사로잡은 조국(祖國)의 세련된 외모와 실력의 눈부심이, 그 외교적 카리스마가 여지없이 무너져가는 것을 본다. 창조적 에너지를 맘껏 분출하고자 하는 생명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간다. … 내 나라는 죽어 가고 있다. … 친구야 나는 결국 조국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에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

메시지 말미에는 이민을 결정한 ‘구차한 변명(친구의 표현이다)’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그의 심경을 표현 한 것이다. “이제까지 나는 조국을 위해서 헌신해 온 세대이다. 이젠 편히 쉬어야 되지 않을까?” 다른 하나는 그레픽으로 멋있게 도안된, 조금은 자조 섞인 다음 내용이다. “한바탕 잘 놀았소. 고마웠소. 그럼 안녕히.”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로 모욕을 쏟아붓던 때, 친구는 처음으로 나에게 이민 계획을 이야기했다. 문 정권의 원칙 없는 대북 정책에 친구는 이 나라가 사회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는 불안을 느낀 것이다.

현 정부와 정치인들의 정책 중 꽤 많은 부분에서 거짓과 속임수를 알아차렸다. 개인의 사유 재산권마저 박탈당하는 위기를 보았다.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은 평등이라는 미명 하에 평준화된다. 인간성 말살의 위기에 자신이 서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친구의 경우 이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친구가 새벽 시간 급하게 이메일을 보낸 것에는 문재인 정권에 의해 야기된 모든 혼란이 코로나19 우한 폐렴 사태와 맞물리고, 재난에 가깝게 계속되고 있는 비 때문에 일상이 우울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애써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나라 일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나라의 대통령 문재인 씨의 말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국은 무엇이며 개인의 삶은 무엇인가?’라고.

답을 주듯 떠오르는 한 작가의 작품, 아마도 친구의 이메일 마지막에 그래픽으로 그려진 멋있는 글씨 때문인 듯 하다.

작품은 러시아계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본명은 로맹가리(Romain Gary, 1914-1980) 의 <자기 앞의 생 1975>이다. 소설은 14세의 모하메드(모모)의 힘들고 불행한 삶의 순간 순간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어느 창녀의 아들로 태어난 아랍계 모모는 창녀의 아이들을 숨겨 기르는 유태인 로자 아주머니 손에서 자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로자 아주머니는 뇌혈증을 앓으면서 점점 죽어가고 있다.

모모는 그 때까지 자신의 양육자였던 로자 아주머니를 자신이 보호자가 되어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모모는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사랑하는 존재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 “생”이라고 깨닫는다.

이 작품의 원제는 ’La vie devant soi ’이지만 영어제목은 ’The Life Before us’이다. 앞으로의 남은 생을 의미한다.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 사랑의 대상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가 메인 메시지이다.

지금도 나를 울리는 모모의 말 한 마디를 전한다. “죽어가는 로자 아주머니를 튼튼한 다리로 생기 있게 서 있는,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 아줌마를 아름다운 처녀로 만들었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해야 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런지. 찬란했던 내 나라의 지난날을 그리워해야 하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을 듯 싶다.

자조 섞인 이 말, “한바탕 잘 놀았소. 고마웠소. 그럼 안녕히”는 로맹가리 작가의 마지막 말을 인용한 것 같다. 작가는 불란서 문단을 헤집고 이 말을 쓰고는 혜성처럼 떠났다.

우리는 얼마나 더 죽어가는 대한민국의 찬란했던 시절을 추억하는 아픔을 가슴에 안고 있어야 할까. 그 아픔까지 받아들이는 것이 조국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라고, 얼마나 많이 더 다독여야 할까.

길을 잃고 표류하는 위태한 나라를 바라보며,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얼마나 많이 기도해야 할 까.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나라가 참으로 걱정입니다.

송영옥 박사(영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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