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신 상징’ 연세대 언더우드 동상에 ‘핼러윈 분장’?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데드풀 가면 씌우고 토르 망치 들게 해
기독교 상징물에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
학생들 “공공성 해쳐” vs “하루뿐인데”

▲연세대 언더우드관 앞 설립자 언더우드 동상에 데드풀 가면을 씌우고 토르 망치를 쥐게 한 모습. ⓒ독자 제공
▲연세대 언더우드관 앞 설립자 언더우드 동상에 데드풀 가면을 씌우고 토르 망치를 쥐게 한 모습. ⓒ독자 제공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한 연세대학교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 동상이 ‘핼러윈 분장’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핼러윈이었던 지난 10월 31일, 연세대 교정 내 언더우드관 앞에 있는 언더우드 선교사 동상에 누군가 캐릭터인 데드풀 가면을 씌우고 토르 망치를 들게 한 것. 이후 가면과 망치는 사라졌는데, 자진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

‘데드풀’과 마블 코믹스 등장인물로 ‘제4의 벽’을 파괴하는 4차원적 캐릭터이며, 천둥의 신 ‘토르’ 역시 마블 코믹스 슈퍼 히어로이다.

학교의 설립자이자 기독교 정신을 상징하는 기물에 정반대를 상징하는 ‘장난’을 친 것이 적절한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기독교 일부에서는 ‘핼러윈’에 대해 악마와 악령을 숭배하는 축제라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확대 사진이다. ⓒ독자 제공
▲확대 사진이다. ⓒ독자 제공

학내 구성원들 의견도 부정적이다. 대학생 중심 커뮤니티에 해당 사진이 게시되자, 학생들은 “선교사에게 왜 굳이 귀신 분장을 시키는가”, “흉물스럽게 보인다”, “기독교 학교에서 저런다고?”, “표현의 자유는 개인 영역에 해야 한다”, “공공성을 해치는 이기주의” 등 심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매일도 아니고 하루 쯤인데 뭐 어떤가”, “성님 유쾌하시네”, “데드풀이 토르 망치 들었네 끝났다” 등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사실을 인지했고, 누가 설치했는지 파악하는 중”이라며 “설치 주체가 학생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 여부를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매년 한 중앙 동아리에서 꾸미는 것으로 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는 호박을 씌워놨던데…” 등으로 범인(?)을 추측하고 있다.

▲故 언더우드 선교사 동상 원래 모습. ⓒ크투 DB
▲故 언더우드 선교사 동상 원래 모습. ⓒ크투 DB

동상이 세워진 언더우드 선교사(Horace Grant Underwood, 1859-1916)는 1885년 당시 조선에 최초로 도착한 서양 선교사로, 이듬해인 1886년 고아 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는 경신학교를 거쳐, 1915년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로 발전했다. 그는 연희전문학교 초대 교장을 지냈다.

1881년 뉴욕대, 1884년 뉴브런즈윅(New Brounswick)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1887년 평양과 의주 일대를 순회 전도했고, 새문안교회 등 여러 곳에 교회를 세웠다. 저서로는 <한국어 소사전(A Concise Dictionary of the Korean Language)>, <한국선교 23년(For Twenty-three Years, a Missionary in Korea, 1908)> 등이 있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언더우드 선교사 일가가 살던 연희동 사택을 복원, 개조해 만든 언더우드 기념관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기념관에는 훈장과 타자기, 언더우드 일가가 사용한 공책과 안경, 도장 등 다양한 유물과 사진, 문서들이 전시돼 있었다. 당시 복구에 1년 가까이 소요됐으며, 화재 후 6개월 가까이 방치돼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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