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과 타협했던 교회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어윈 W. 루처의 <국가가 하나님을 잊을 때>

공적 영역, 정부 정책에서 하나님 배제 위해
언어 순화와 선전 등 동원 치밀하게 움직여
하나님 빠진 자리에 나치당과 자신 채워넣어

국가가 하나님을 잊을 때
어윈 W. 루처 | 모영윤 역 | CLC | 184쪽 | 9,000원

“오늘날 우리는 그리스도를 다른 종교와 결합하려 하거나 그리스도를 정치적 또는 이념적 과제들과 결합하려는 문화적 압력을 받고 있다. 나치 독일교회의 경험은 그리스도가 항상 홀로 서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스도는 이 세상 정부 지도자와 함께 있는 분이 아니라, 왕들의 왕이자 지배자들의 지배자로서 그들 위에 서 계신 분으로 경배되어야 마땅하다.”

오늘날 적지 않은 성도들이 구원의 감격을 상실한 채, 그저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군말없이 따라가고 있다. 2천년 전 제국을 뒤흔든 복음의 급진적 메시지는 온데간데없다. ‘십자가’는 결기가 아니라 장신구가 됐고, 헌신은 헌신짝처럼 취급당하며, 희생의 가치는 희생당해 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예배 논쟁은, 가타부타를 떠나 경건의 모양은 있으되 능력이 사라진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20년 한국교회는 세련되고 아름답지만, 차지도 덥지도 않다. 유튜브에는 메시지가 넘쳐나지만, 신앙은 이념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책 <국가가 하나님을 잊을 때>는 나치 독일 당시 독일 교회의 ‘무관심과 타협’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왔고, 그것이 오늘날 교회에 주는 7가지 교훈을 소개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히틀러는 공적 영역, 특히 정부 정책에서 하나님을 배제시키기 위해 언어 순화와 선전 등을 통해 치밀하게 움직였고, 마침내 하나님이 빠진 자리에 나치당의 가치와 그 당수인 자신을 채워넣었다.

제1차 세계대전 패배로 빚더미에 앉은 나라의 국민과 교회는 ‘자유보다 빵’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강화된 국가의 통제력은 전쟁과 무고한 유대인 600만명 학살로 이어졌다. 절대적 진리와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와 낙태법 폐지를 비롯한 각종 혼란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

▲&lsquo;나치&rsquo;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 있는 모습. ⓒ픽사베이

▲‘나치’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 있는 모습. ⓒ픽사베이

미국적 상황에서 쓰여졌지만,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되풀이되고 있기에, 분명 생각할 지점들은 있다. 세속적 가치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강요되지만, 정작 ‘종교의 자유’는 침해당할 위험에 처한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다. 각종 정책에서 반기독교적 가치가 횡행해도, 기독교인들은 ‘정치적 입장’ 등을 이유로 방관하거나 오히려 동조한다.

저자는 이제 청교도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 미국의 정부와 법원이 기독교인들에게 유리하지 않게 된 것을 받아들이고, 소명감을 갖되 사랑과 은혜로 진리의 편에 설 것을 권면하고 있다.

저자는 “부르심에 충실하기 위해, 전투에서 반드시 이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과거 역사에서 많은 사람이 이 땅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천국에서 승자가 됐다. 우리가 비록 열심일지라도 승리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다스리시고 결국에는 그분의 능력과 의를 나타내실 것을 믿고 낙심하지 않아야 한다.”

당시 독일에서도 그런 인물들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위험을 무릅쓴 그들의 용기가 변화를 이끌었다. “고난이 없었다면, 하나님께 그들의 ‘금보다 더 귀한 믿음’을 보여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의 은혜에 충실한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영광으로, 가득 찬 기쁨으로 보상을 받을 것이다.”

평신도 사역자인 역자는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들은 공직을 금지당했고, 상거래뿐 아니라 음식마저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왔으며, 종국에는 최종 해결책이라는 이름으로 가스실에서 죽어갔다”며 “우리는 어떤가? 우한 폐렴으로 인한 코로나19 정도에 당황하면 안 된다. 우리는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복음을 전한다는 이유로 생명을 잃으면서도 일반적 방어기제인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진리를 사수하고 복음을 전했던 초대교회를 본받아야 한다”

저자 어윈 W. 루처(Erwin W. Lutzer)는 위니펙성경대학(B.A.)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달라스신학교(Th.M.)와 로욜라대학교(M.A.)를 졸업한 후, 웨스턴침례신학교에서 신학박사(Th.D.)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부터 시카고무디교회 담임목사로 36년간 재직한 후 은퇴했다.

전작 <히틀러의 십자가(Hitler’s Cross)>로 미국기독교출판협의회 ‘골드 메달리언 상(the Gold Medallion award)’을 받았고, 이 외에도 <실패: 성공으로 향하는 비상구(Failure: The Back Door to Success)>, <낙원의 독사(The Serpent of Paradise)>, <하나님과 영원히 함께 있게 될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 것인가?(How You Can Be Sure That You Will Spend Eternity with God?)> 등 30여권의 저서가 있다.

국내에는 <하룻밤에 읽는 종교개혁 이야기(국제제자훈련원)>, <왕이 오신다>, <회복의 하나님을 붙들라(토기장이)>, <나는 너를 용서하였다>, <당신이 죽은 1분 후>, <십자가를 바라보다>, <하나님의 사탄(이상 디모데)>, <다빈치 코드 깨기(규장)> 등이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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