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왜 철지난 문화막시즘에 ‘현혹’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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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시대의 키워드 ‘문화막시즘’

문화막시즘의 황혼
정일권 | CLC | 260쪽 | 13,000원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좌파와 우파’라는 어휘가 등장하여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언젠가는 대통령 후보들이 ‘좌파’라고 주장하면서 선명하게 자기 정체성을 표방하였다. 하지만 ‘좌파’가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1950년대 좌파는 ‘좌익, 빨갱이’였다. 그래서 지금도 좌파에 대해 ‘빨갱이, 김일성, 친북’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그런 좌파가 있을까? 시대는 변하고 사람도 바뀌지만, 정신은 변화되면서 유지된다. 당시 친북 빨갱이였던 사람은 갔지만, 그 정신은 변화되어 어떤 형태로 우리 사회에 있을 수 있다.

좌파와 우파 개념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완전히 유럽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그런데 유럽과 멀리 떨어진 극동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그러한 논쟁에 빠질까? 우리가 그들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정일권 박사는 유럽 문화에 대해 연구하여 우리에게 소개하는 전문가이다. 정 박사는 르네 지라르를 통해 유럽 사회를 읽었고, 동양의 불교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는 유럽에서 연구하는 불교와 불교 종주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이해하는 불교의 묘한 간극에서 비롯됐다. 불교를 긍정적으로 도입했던 독일 지성계의 지금 불교 사상에 대한 통렬한 반성 의식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문화막시즘의 황혼』의 정식 명칭은 『문화막시즘의 황혼: 21세기 유럽 사회민주주의 시대의 종언』이다. 정 박사가 문화막시즘과 연결시킨 키워드는 68혁명,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네오막시즘, 프랑크푸르트 학파, 프로이트막시즘(Freudomarxismus), 유토피아적 사회실험, 성소수자, 문화혁명 등이다.

저자의 박식함이 독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지도 모르겠다. 정 박사는 사상을 주창하는 연구자들의 이름을 수 없이 나열하며 사상을 설명한다. 박식한 구사는 독자가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려울 때는 단순하게 비판하는 어휘를 판단하면서 지식을 정립할 수 있다.

▲황혼녁 풍경. ⓒ픽사베이

▲황혼녁 풍경. ⓒ픽사베이

정 박사는 르네 지라르 연구가로, 지라르의 사상에 근거하여 문화를 읽고 있다. 지라르가 제시한 ‘희생염소(scapegoat)’는 정 박사가 제언하는 어휘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지라르를 번역한 번역자들은 scapegoat를 ‘희생양’으로 번역했는데, 정 박사가 활동하면서 희생염소로 제언하고 어휘를 증진하고 있다.

희생양과 희생염소를 잘 분리해서 번역해야, 지라르가 인류 문화코드인 scapegoat를 거부했으며, 기독교 코드인 희생양을 존중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철학자들은 지라르가 밝힌 ‘희생염소(scapegoat) 혹은 인간희생양(pharmakos, 인신공양)’이라는 문화 범주에 있다. 그의 문화를 진행하는 방식은 ‘성스러운 폭력(sacred violence)’이다.

정 박사는 『문화막시즘의 황혼』에서 우리 사회를 점령하고 있는 한 코드를 밝히고 있다. 그 코드가 유럽 사회에서 황혼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제시점이다. 유럽에서 지는 해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가에 대한 비평적인 내용이다.

『문화막시즘의 황혼』은 2020년 한국기독문화연구소(원장 김승규)의 학술연구 용역을 지원받아 출판됐다. 그리고 김영한, 김균진, 이승구, 신원하 교수가 추천했다. 김영한 박사는 6장까지 전체를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추천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를 읽어내는 학자의 글을 읽는 것은 동시대 사람으로 필요한 일이다. 시대를 읽는 것에 절대적 가치는 있을 수 없지만, 자기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지도자들은 시간 속에서 오는 질문에 자기 관점과 해결 방안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막시즘의 황혼』은 우리 시대 중요한 문화 읽기를 위한 제언서이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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