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에 안중근, 예수님까지 소환? ‘신성모독에 조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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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명 조식과 안중근 모친 조마리아

▲조국 전 장관을 예수에 비유한 페이스북 글.

▲조국 전 장관을 예수에 비유한 페이스북 글.

배천(白川) 조씨와 임천(林川) 조씨, 그리고 남명 조식과 조(趙)마리아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의 부인 정경심 전 교수가 1심에서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따라서 조국 전 장관과 자녀들도 법 앞에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조국”이라며 조국 가족을 옹호하던 자들이 이제 무어라 할지 궁금하다.

그 가운데는 조국(曺國)을 자랑스러운 창녕 조씨 남명 조식(曺植)의 후손이라 해서, 관련 직계 후손들로부터 큰 반발을 산 인물도 있었다. 직계 후손도 아닌 조국을 ‘칼(일명 경의검, 敬義劍)’ 찬 선비였던 올곧은 대학자 남명에 비유한 것은 분명 남명에 대한 모독이었다.

아들 수사를 막으려 3중 4중의 방어벽을 치며 눈물겹게 안간힘을 다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 대해서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는 황당한 창작으로 추 장관 아들을 옹호한 자도 있었다. 군대의 속성을 그렇게도 모르다니.

크리스마스를 지나면서, 이제 조국과 그 가족은 “골고다 언덕길을 걸어가는 예수의 길”을 가고 있다는 한 칼럼니스트의 글도 나왔다. 십자가 모독이요 신성모독이다.

자랑스러운 역사 인물 중 안중근 의사와 남명 조식을 소환한 이 두 사건은 묘하게도 배천 조씨와 임천 조씨 후손들을 소환했다. 무슨 의미일까? 마치 일종의 평행이론과 유사한 교묘한 데칼코마니를 이루어 흥미를 끈다.

즉 안중근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는 배천 조씨 후예였고, 남명 조식은 임천 조씨 집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의 끈을 가진 학자였다.

안중근 의사 모친 배천 조씨, 조마리아 여사

순흥 안씨, ‘토마스’ 안중근 의사는 사형이 집행되기 사흘 전, 어머니에게 “예수를 찬미합니다. 불초한 자식은 감히 한 말씀을 어머님 전에 올리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인사 못 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 이 불초자를 너무나 생각해 주시니 훗날 영원의 천당에서 만나 뵈올 것을 바라오며 또 기도하옵니다. … 아들 도마 올림”이라는 글월을 올렸다.

이에 대해 조마리아 여사는 두 아들 안정근, 안공근을 통해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분노를 짊어진 것이다(사이토 타이켄 저, 이송은 역, <내 마음의 안중근>, 2002)”라는 답장을 보냈다.

조마리아 여사는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하여 이에 이른즉, 다른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기를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거라”고 했다. 아들에게 나라를 위해 기꺼이 죽으라니! 중봉 조헌을 배출한 배천 조씨 후예답게 그 아들에 그 어머니였다.

조마리아 여사는 일찌감치 신·구 기독교 복음이 들어와 왕성했던 황해도의 명가 배천 조씨 집안의 후예다웠던 것이다. 배천 조씨는 두 명의 조선 개국공신을 배출하며 조선시대 현달한 인물들이 쏟아졌다.

이 배천 조씨 집안에서 유학자요 임진왜란 당시 3대 의병장 중 한 분이었던 중봉 조헌 선생이 나왔다. 기독교계에서는 장로교 조향록 목사가 있다.

중봉 조헌은 자신의 책(해동명적 조천혁 주)에서 배천 조씨와 임천 조씨는 송 태조 조광윤의 후손으로 수강(송태조의 손자 유길의 제5자, 훗날 고려에서 천혁으로 개명)과 숙부 유고(훗날 고려에서 지린으로 개명)가 함께 호서 지방에 상륙한 같은 뿌리라 했다.

남명 조식과 임천 조씨(ft. 조지서, 조원)

남명 조식(1501-1572)은 퇴계 이황과 더불어 영남 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 인물이다. 다만 퇴계와 달리 남명은 임금의 강청에도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백성 편에서 세상을 걱정한 생활 철학자요 제자들 양성에 전념한 학자였다.

친히 임진왜란(1592년)을 겪진 않았으나 생시 왜구에 대한 단호한 대책을 촉구하였으며, 놀랍게도 그의 제자 가운데 55명이 왜군에 맞선 의병장이 되었음을 볼 때, 남명이 어떤 학자였는지 짐작이 간다.

그 가운데는 남명의 제자요 외손사위로 임진왜란 3대 의병장 중 한 명이었던 곽재우도 있었다. 이렇게 고경명과 더불어 중봉 조헌과 곽재우는 임진왜란 당시 분연히 일어난 국난극복의 3대 선봉장들이었다. 조식의 제자들이 없었다면 과연 임진왜란 당시 이 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명은 58세 되던 1558년 4월 10일에서 26일까지 지리산(두류산) 청학동 일대를 유람하고, 그 기록을 <유두류록(遊頭流錄)>으로 남긴다.

여기서 조식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세 명의 대학자를 소개한다. 바로 한유한과 조선 초기 유학자 일두 정여창(1450-1504), 그리고 하동을 대표하는 조선 유학자 지족당 조지서(1454-1504)였다.

성종은 자신의 아들 연산군을 과거에 3번 장원한 당대 수재요 청백리에 뽑힐 만큼 강직한 학자이자 관리였던 조지서에게 맡겼다.

연산군이 왕위에 오르자 스승 조지서는 낙향했지만, 연산군의 폭정에 상소를 올렸다가 그만 자신의 제자 연산군에게 참수를 당하고 만다. 스승을 참수하다니! 조선 인재의 애석하고 처참한 죽음이었다.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 이후 조지서는 통정대부 승정원 도승지로 추증(죽은 관료의 직위를 높이는 일)된다. 조지서의 부인은 정몽주의 현손녀(증손자의 딸)였다.

조식은 “훌륭한 사람에게 어찌 군더더기 말이 필요하겠는가”로 시작하는 조지서의 묘비 비문을 지었다. 실제 비문은 낡아서 알아보기 어렵고 <남명집>에 실린 내용이 전한다.

조식의 할머니가 임천 조씨였고 조지서가 임천 조씨였으며, 정몽주의 현손녀로 조지서의 부인이었던 정씨조차 임천 조씨 출신 조식 할머니의 친정 집안 관련 사람이었으니 임천 조씨에 대한 조식의 남다른 애틋함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또 한 가지 있었다. 병조판서를 지내고 사후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의병들을 배출한 이준민(李俊民)이 임천 조씨 사위를 맞은 것이다. 바로 명종 19년 약관 20세에 진사시에 장원 급제한 운강 조원(趙瑗)이었다. 운강보다 7살 연장자인 율곡 이이와 동방(同榜, 일종의 공동 수석)이었다.

이 이준민의 모친이 조언형의 딸이었으니, 조식(曺植)은 바로 이준민의 스승이요 외숙(外叔)이었다. 조카의 사위가 장원급제하였다니, 조식은 얼마나 기뻤을까? 조식은 조원에게 “서일병증조장원원(書釰柄贈趙壯元瑗, 칼자루에 적어서 장원 조원에게 주다)”라는 서첩을 주었다.

이 임천 조씨 후손이 지금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는 추미애 아들 군 탈영 관련 재수사의 목줄을 쥐고 있어 흥미롭다.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학교 후배요 사법고시 동기인 조상철 서울고검장이다.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조 고검장은 바로 전 국회부의장을 지낸 조부영 씨의 자제다.

배천 조씨와 임천 조씨

조씨들은 본(本)이 다르더라도 통혼을 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법적 문제는 전혀 없기에, 요즘은 자유로워진 면이 있다. 하지만 배천 조씨와 임천 조씨는 조금 다르다. 결국 같은 송 태조의 자손임을 알기 때문이다.

배천 조씨(같은 송 태조 후손인 진보 조씨 포함)와 임천 조씨는 5천만 인구 중 도합 약 0.2%가 채 되지 않는다. 배천 조씨가 약 8만 명 내외에 임천 조씨가 1만 5천명 내외다. 비록 그 숫자는 적으나 대법원장과 국회부의장을 모두 배출하였다.

인문사회 계열이 아닌 자연과학자 출신의 최초 서울대 총장(조완규)과 최초 여검사요 최초 검·판사를 모두 역임한 조배숙 전 의원도 이 가문이다. 지금은 로고스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이자 복음법률가회 회장으로 헌신하고 있다.

남진·나훈아와 더불어 또 다른 남자 가수의 양대 산맥인 조영남(배천)·조용필(임천)이 모두 이 가문이다. NASA 출신 국내 최초 아폴로 박사로 명성을 날린 조경철 박사도 이 가문이다.

배천 조씨는 모든 성씨 가운데 최초로 족보를 디지털화한 성씨로도 유명하다. 노벨상에 근접한 원로 뇌과학자 조장희, 한국을 빛낼 100인 개척가에 선발된 공학자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 교수 자제로 인천대 총장을 역임한 경영학자 조동성 박사도 이 송 태조 가문이다.

‘동네 꼬마 녀석들’로 시작하는 ‘연’이라는 가요와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당뇨병에 희망을 주고 있는 탁월한 생명과학자 조진원 교수(연세대)도 이 가문이다. 고려 시대 후반 송에서 귀화하여 숫자가 많지 않기에, 간혹 동성동본을 만나면 정말 반갑기 그지없다.

필자의 부친께서 돌아가셨을 때, 낯 선 한 분이 상가에 찾아오셨던 적이 있다. 배천 조씨라 했다. 가까운 친척 한 사람 없던 낯선 타향(혹시 6.25 때 피난민이었을까?)에서, 임천 조씨이신 필자의 부친 덕분에 자신의 뿌리를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되었고 늘 의지했던 어르신이라 했다. 인터넷이 없던 아주 오래전 일이다.

필자도 1990년대 교회를 지하에 개척을 했던 시절 영관급 장교 출신의 건물주가 조씨였다. 황해도에서 피난 내려온 배천 조씨(34세 煥자 항열) 집안이었다. 비록 서울에서 만났지만 알고 보니 필자의 충청도 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고맙게도 보이지 않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신은 가톨릭이지만 온 집안, 친척 가운데 목사, 장로가 그득하다 하셨다. 기독교 고장, 황해도 배천 출신이 아닌가!

배천 조씨는 중봉 조헌을 비롯해 유달리 호국보훈의 인물과 많은 무과 급제자를 배출한 가문이다. 임천 조씨 시조 조천혁은 강감찬 장군을 도와 거란족을 토벌한 공(功)으로 문하시중평장사(門下侍中平章事), 오늘의 국무총리급)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렇지 않은 가문이 없겠지만, 유난히 전통적으로 충효를 강조해 온 집안이다. 오죽하면 서울 종로 효자동 이름의 유래도 이 가문에서 나왔겠는가. 많은 훌륭한 가문들처럼 21세기에도 어지러운 세상의 빛이 되는 가문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모든 역사는 창조주 하나님의 역사이기에.

▲조덕영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조덕영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2020년을 보내며.

조덕영 박사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Th. D., 전 김천대-안양대-평택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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