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말과 생활의 주체, ‘나’에서 ‘성삼위 하나님’으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2021년 신년 대담] 예배학자 정장복 명예총장(下)

▲정장복 명예총장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 시대 올바른 예배를 위한 10가지 제언’에 대해 “온라인 예배가 확산되고 있지만, 거기에 침몰되지 말고 예배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기본 정신을 담았다”며 “예배다운 예배 보전을 위한 요건들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경호 기자

▲정장복 명예총장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 시대 올바른 예배를 위한 10가지 제언’에 대해 “온라인 예배가 확산되고 있지만, 거기에 침몰되지 말고 예배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기본 정신을 담았다”며 “예배다운 예배 보전을 위한 요건들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경호 기자

전편에 이어 정장복 박사와의 2021년 신축년(辛丑年) 신년대담을 게재한다. 오랜 기간 ‘예배와 설교 아카데미’를 이끌던 정장복 박사는 지난해 말 출간된 2021년판 <예배와 설교 핸드북> 집필을 끝으로, 40년간의 작업을 마치고 후학들에게 비로소 그 자리를 물려줬다.

코로나 사태 직후부터 예배와 관련해 적극 의견을 개진했던 그는 지난 11월 한 세미나에서 ‘코로나 시대 올바른 예배를 위한 10가지 제언’을 내놓으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성실한 예배 참석과 뜨거운 열심만 강조했을 뿐, ‘참된 예배자들(True Worshipers)’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신학과 예배 구조나 절차에 대한 교육이 매우 빈곤했다”며 “아직도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설교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예배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예배에 대한 정확한 이해 △경건과 신비의 감각이 살아 숨쉬는 예배당 예배 △성삼위일체 하나님만을 중심한 예배 △정성을 모아 철저하고 섬세하게 준비하는 예배 △코로나19 이후 변화에 민감한 대책 마련 등을 주문한 바 있다.

코로나, 첨단 바벨탑 쌓는 선진국들에 대한 진노?
인간의 계획 하나님 생각과 다름 보여주시려는 듯
영성 없는 기기들, 우리에게 종말 가져다 줄 수도

-코로나에 담긴 하나님의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건 절대로 흔히 말하는 받은 바 ‘계시’는 아님을 전제하고 싶습니다(웃음). 저는 성결교회 초창기 이명직 목사님이 설교집에 쓰셨던 단어를 항상 제 말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속삭일 섭에 보일 시, 섭시(讘示)란 ‘성령님이 속삭여 보여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집필하기 전에도 ‘주여, 섭시하여 주시옵소서’ 기도합니다. 혹시 성령님께서 섭시하신 건 아닐까 하고 대답해 보겠습니다.

코로나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첫째, 인간의 바벨탑이 너무 치솟다 보니 하나님께서 첨단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선진국들에게 진노하신 것 아닐까 합니다.

가장 첨단을 달리는 바벨탑의 일등공신들인 미국과 영국에 이 재앙이 가장 심하게 내려진 것을 보면서, 하나님의 진노하심이랄까 노여워하심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보통은 못 사는 나라들부터 병이 생기고 그들이 가장 심하지 않았습니까. 여태껏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둘째, 그리스도인들이 죄를 반복해 지으면서도 소위 굵은 베옷을 입고 금식하면서 회개하는 형태가 점점 보이지 않고 사라져 갑니다. 이번 일이 그리스도인들의 회개하는 모습을 지켜보시길 원하시기 때문은 아닐까요?

셋째, 말씀드린 대로 연초에 화려한 계획이 있었지만 연말에 돌아보니 제 꿈이 이렇게 허무한 줄 몰랐던 것처럼, 인간의 어떠한 계획도 하나님의 생각과 일치될 수 없음을 보여주시는 듯합니다. 이사야서에서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다(사 55:8)’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정의하시는 세계와 미래는 인간의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깊으신 뜻을 알아야 합니다.

넷째로, 날이 갈수록 기상이변, 자연파괴로 인한 불가항력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의술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다가옴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은 아닐까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대책을 세워가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다섯째,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1960년대에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시대가 세 가지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먼저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얼굴과 얼굴을 대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다 활자 발명 이후 페이스 투 레터스(face to letters), 얼굴과 문자를 대하는 시대입니다. 마지막이 페이스 투 일렉트로닉스(face to electronics), 얼굴과 전자기기를 대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1960년대 그 말을 했을 때는 아무도 그런 시대를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어디를 다녀왔는데, 모두 페이스 투 일렉트로닉스(face to electronics)를 하고 있었습니다(웃음). 얼굴과 얼굴을 대하며 이야기하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로봇과 AI가 극대화되면 하나님과 인간 관계가 재수립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것일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필요를 느끼게 하는 메시지도 있다고 봅니다.

덧붙이자면 소위 스피릿(spirit) 없는 일렉트로닉스, 영성 없는 기기들이 우리에게 어떤 종말을 가져다줄 것인가도 함께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초기에 ‘온라인 예배’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셨지만, 최근 세미나 발표 내용을 들어보면 생각이 다소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제게 미래를 보는 눈이 없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태 초반 ‘온라인 예배’도 된다는 지침을 냈을 때만 해도, 한 달이면 족하리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바로 현장 예배가 지속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만큼 미래를 보는 눈이 없다는 고백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어둠의 온라인 세계가 계속되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혹시 이 온라인 예배 시대를 통해, ‘참 예배자’를 고르시는 메시지는 없을까요. ‘온라인 예배가 아무리 길어져도, 언젠가 하나님이 풀어주시는 날, 주님의 거룩한 그날, 주님의 이름으로 만든 거룩한 장소에 나아가 주님의 사랑하는 성도들, 교회와 함께 모여 존귀하신 하나님을 예배할 것이다.’ 이 결심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기회는 아닐까요?

유대 민족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을 때, 강가에서 회당을 대체해 예배드리면서도 언젠가 귀환해서 새롭게 성전을 건축하고 다시 예배드릴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이랄까 대망을 품고 고초를 참았던 것이 연상됩니다. 지금이 그러한 때는 아닐까요?

온라인 예배 상황이 더 길어지더라도 그러한 각오로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지켜야, 참 예배자들, 예배 우등생들로 존속할 수 있고, 하나님을 뵙게 될 것이고, 하나님이 찾는 대상으로서 그 품에 안기지 않을까요.”

▲정장복 명예총장은 온라인 예배조차 드릴 수 없는 북한 성도들을 향해 &ldquo;하나님의 도우심이 분명히 있으실 것&rdquo;이라며 &ldquo;우리도 그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선에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선한 길을 고민할 때&rdquo;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정장복 명예총장은 온라인 예배조차 드릴 수 없는 북한 성도들을 향해 “하나님의 도우심이 분명히 있으실 것”이라며 “우리도 그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선에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선한 길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방역체계 적대시하거나 핍박 규정, 하나님 뜻 아냐
온라인 예배·설교만 해도 5배 정도 더 수고 필요해
눈앞 모니터 설교, 토씨 하나까지 오히려 더 잘 들려

-정부가 교회나 예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성탄절 새벽, 아내가 예배당으로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성탄절 새벽이면 항상 새벽송을 부르면서 예배당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딱 가로막았습니다. ‘지금 노인들이 나타나면, 심리적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충분히 당신 주장이 맞다. 그러나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과는 맞지 않다. 여기서 무릎 꿇고 성탄송을 부르고 기도하자. 말씀을 같이 봉독하자.’ 그렇게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핍박하고 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예배를 방해한다든가 교회를 핍박한다든가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교회에서는 나만 건강해선 안 됩니다. 내 이웃도 건강해야 합니다. 이 코로나는 이상한 병인 것이, 내가 문제가 아니라 나 때문에 상대가 피해를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전염병 확산 추이를 보면서 우리 스스로 조절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오히려 칭찬받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방역단속원들 중 불신자가 많습니다. 그들의 태도에서 핍박한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시면 좋겠습니다’와 ‘마스크 쓰세요’는 분명 다릅니다. 하지만 소소한 부작용이라고 봅니다. 불쾌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방역체계를 적대시하고 교회에 대한 핍박으로 규정짓고 나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봅니다. 적대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목회자들의 설교 준비만큼, 예배 자체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온라인 예배는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설교 원고부터 대면 예배 때보다 훨씬 충실해야 하고, 언어도 선별해서 써야 합니다. 멀리서 설교하는 목사의 말보다 눈앞의 모니터에서 하기 때문에, 토씨 하나까지 오히려 더 잘 들립니다.

더 무서운 것은 자칫 교인들이 ‘바람을 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표현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보십시오. 바람이란, 앉아서 클릭 한 번으로 여러 교회를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전에는 우리 교회 목사님 설교가 전부였는데, 다른 유명 목사님 설교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들으면 비교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목사님 설교가 부족하면, 신뢰가 떨어집니다. 신뢰가 떨어지면 거리감이 생기고, 마지막에는 떠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설교 준비가 훨씬 더 정확해야 합니다.

과거 대면 예배에서는 고개 숙여 설교 원고를 읽었더라도, 이제 그래선 안 됩니다. ‘다른 교회 목사님들은 원고도 한 번 안 보고 그렇게 설교 내용이 충실한데’ 하면서, 준비 부족으로 낙인 찍을 수 있습니다. 설교만 해도 5배 정도의 수고가 더 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교단마다 헌법이 있고 거기에는 예배 모범이 들어 있습니다. 헌법에서 최소한으로 규정한 것을 임의로 생략하거나 조작·변경하는 것은 탈법입니다. 교단법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젊은이들이 싫어한다고 교독문부터 신앙고백 등을 제외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철저하게 예배 순서 하나하나의 의미를 파악하면서 예배를 진행해야, 예배의 신학적 의미도 갖추어지고 신중함도 보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설교만 준비했더라도, 이제 찬송이나 기도 등 모든 내용에서 훨씬 더 섬세하고 충분한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또 성탄절에 난데없이 십자가나 성령 강림에 대한 설교를 하는 등, 교회력에 어긋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대림절에는 대림절의 메시지를 찾고, 그에 맞는 교독문과 찬송 등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성탄절부터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오순절까지 절기에 맞게 예배 제반 순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초대교회처럼 단순하게 사는 시대가 아닙니다. 교인들이 많이 유식해졌습니다. 그러니 목사들도 유식해야 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믿습니다, 맞습니다, 아멘’만 받아내서는 목회가 되질 않습니다.”

-끝으로 2021년 새해, 그리스도인들이 품어야 할 말씀이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전해 주십시오.

“후학들에게 항상 드리는 말씀인데, 사고와 생활과 언어의 ‘주어’를 정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내’가 아니라, 성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을 내 생활의 주어와 주체자, 사고와 말의 주어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설교자들이 얼마나 많이 탈선하고 있습니까?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66권은 정확무오한 하나님 말씀이라고 선서하고 목사가 됐는데, 성경을 바울의 말로, 베드로의 말로, 야고보의 말로 전하고 있습니다. 잘못 됐습니다.

간단합니다. 주어를 밝혀야 합니다. ‘하나님은 바울을 통해 기뻐하라 항상 기뻐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야 합니다. 말씀의 주어는 하나님이시지, 바울이 아닙니다.

내 언어의 주어, 사고의 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로 하여금 이 역경 속에서, 코로나라는 이 큰 고통의 늪에서 이렇게 지켜주시는 뜻이 있습니다.’ 항상 삶의 주어를 성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으로 삼고, 생각도 행동도 언어도 그렇게 사십시오.

수년 동안 은행에 투자를 맡겨 계속 마이너스만 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화가 나서 반토막난 돈을 찾아와 직접 주식을 샀고, 그 주식이 올랐습니다. 이런 무능한 은행 직원이 어디 있냐고 했더니, ‘아니요, 나는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이제라도 깨우침을 주셔서, 반액이라도 갖고 나와서 다시 오르게 하셨으니 하나님 주신 은혜입니다’라고 했답니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님을 주어로 삼으면, 어떤 역경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해석이 달라지고, 불행한 감각이 행복의 감각으로 바뀝니다.

새해에 어떠한 역경이 찾아와도, 코로나보다 억센 것이 오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심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 예배를 받으십니다. 목숨과 뜻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예배할 때, 하나님은 우리를 찾아주시고 ‘예배 우등생’으로 만드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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