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문제에는 내정간섭이란 말 성립 안 돼”
文 대통령 “민주주의와 평화 하루속히 회복되길”
정세균 총리 “자국민 향한 총부리 당장 거둬달라”
NCCK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 위한 성명’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의 민주화에 대한 한국 정치계와 교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전 SNS를 통해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폭력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더 이상 인명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고,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 민주주의와 평화가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해당 메시지를 영문 번역과 함께 게시했으며, ‘저스티스 포 미얀마(#JusticeForMyanmar), 스탠드 위드 미얀마(#Standwithmyanmar)’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정세균 총리도 이날 오후 SNS에서 “미얀마의 죄 없는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피 흘리며 쓰러진 시민들을 보며 삭혀지지 않은 41년 전 광주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며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양심이 죄일 순 없다. 그 어떤 정치적 수사와 강변으로도 정의로움을 봉쇄할 수 없고 진실을 묻을 순 없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미얀마 당국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자국민을 향한 총부리를 당장 거두어 달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얀마 국민의 열망을 성원한다”며 “그 희생과 정의로운 용기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광주시민이 흘렸던 눈물을 함께 닦아주며 힘을 보탰던 세계인들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 민주주의는 함께하는 역사이다. 그 ‘함께’에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했다.
앞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주한 미얀마 대사에게 구금 인사 석방을 공식 요구한데 이어, 지난 3월 5일 아세안 10개국 대사가 함께한 자리에서 미얀마 대사에게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이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얀마 문제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외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도 미얀마 쿠데타를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비교하면서 민주체제 회복 희망을 내비쳤다.
교계에서는 민주화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2월 24일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고, 지난 3월 4일에는 NCCK 인권센터를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을 위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기도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더 심한 인권 탄압받는 북한 주민들에는 ‘침묵’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 정부나 교계 진보 단체들에 대해, 정작 같은 민족이면서 70년 넘게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정권에 볼모 잡혀 노예처럼 생활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개선 목소리는 왜 내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오픈도어선교회가 매년 발표하는 기독교 박해 순위(WWL)에서 집계를 시작한 해부터 올해까지 20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은 지난 2017년 미국의 평범한 대학생으로 북한에 여행갔던 오토 웜비어 씨를 사실상 죽이는 등 반인권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
또 북한 주민들은 각종 자유를 박탈당한 채 기독교인인 것이 발각되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고문당하는 등 미얀마 국민들보다 훨씬 열악하게 살아가고 있다.
특히 북한에는 우리 국민들과 관련된 인권 문제도 있다. 6.25 전쟁 당시 국군포로를 비롯해 북한 정권에 납치당한 뒤 송환되지 못한 억류자들도 2000년 전까지만 516명에 달한다. 김정은 집권 뒤인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억류당한 우리 국민들도 김정욱 선교사를 비롯해 김국기, 최춘길,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 등 7명이나 있다.
그러나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과거 납북 피해자들을 비롯해 지금도 억류당해 있는 우리 국민들에 대해 언급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목소리 역시 내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과 관련돼 있는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현 정부는 유엔에서 매년 규탄 결의안을 발표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민주화 세력’이라는 현 여권은 되려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이를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측은 “한국의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적반하장’ 격으로 강력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라면, 현재 대통령과 여권의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발언 역시 “내정간섭”이 된다.
이에 보다 못한 피해자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9년 국군 포로 출신 탈북민 2인이 받지 못한 임금과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6월에는 6.25 전쟁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경석 목사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발언, 잘한 일이지만…”
1970-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에 이어 북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서경석 목사(74)는 일단 “문 대통령 등이 미얀마 민주화에 대해 그렇게 발언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밝혔다.
서경석 목사는 “그러나 북한이나 홍콩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과 중국 정부의 뜻에 반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도 제정하고, 북한인권 규탄 유엔 결의안에도 불참하고 있다. 국민들이 현 정권에 대해 가장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내정간섭’ 운운에 대해선 “인권 문제에는 ‘내정간섭’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어디서 어떤 인권 침해가 있든지, 모두가 관심을 갖고 발언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것이 내정간섭이라면, 미얀마 현 사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침묵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서 목사는 한때 민주화 운동 동지들이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것에 대해선 “제가 항상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왜 그렇게 소신이 없느냐는 것”이라며 “그들은 지금 일종의 이해관계 집단이 됐고, 문재인 정권 하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그러한 혜택과 인간관계 등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좌파 진영 내에서 계속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이득을 보려면,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저만 봐도 옛 친구들과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받은 불이익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또 “저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더 많이 출세할 수 있었지만, (북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면서) 그 길이 다 막혀 버렸다”며 “사람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소신을 펼친다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