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코로나19와 언약(2)
노아는 태어날 때 아버지 라멕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라멕은 백팔십이 세에 노아를 낳았는데, 그를 바라보며 “여호와께서 땅을 저주하시므로 수고롭게 일하는 우리를 이 아들이 안위하리라(창 5:28-29)”는 소망을 노래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노아를 통해 저주받은 땅과 그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지 않으셨다. 도리어 무서운 심판을 내리셨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이르시되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사람으로부터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들을 지었음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창 6:5-7)”.
하나님은 노아에게 정확한 규격의 방주를 만들라고 명하시면서(창 6:14-16), “내가 홍수를 땅에 일으켜 무릇 생명의 기운이 있는 모든 육체를 천하에서 멸절하리니 땅에 있는 것들이 다 죽으리라(창 6:17)”라고 말씀하셨다.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죽는 심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무서운 재앙이 예고되었다.
비는 사십 주야 땅에 쏟아졌고 깊음의 샘들이 터졌으며 이로 인해 천하의 높은 산이 다 잠겼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백오십 일 땅에 넘쳤던 물로 지면의 모든 생물 곧 사람, 가축, 기는 것, 공중의 새까지 쓸어버림을 당하였다(창 6:12-24). 오직 노아와 방주 안에 있던 자들만 빼고.
노아가 만일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우리에게 한 마디 한다면,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 겪는 재앙은 최악이 아니다.”
노아 시대, 땅 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78억 명에 달하는 오늘날 세계 인구와 비교하면, 적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이 세계적으로 약 59만 명, 확진자가 1,370만 명에 이른다 해도 치사율 4.3%인 코로나보다는, 8명만 살아남은 노아의 홍수가 훨씬 더 충격적이고 비극적이다. 끔찍하기로 유명한 재난 영화에서도 이보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려낸다. 생존자가 겨우 여덟 명이라니!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노아의 홍수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홍수 사건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오늘날 여러 국가에서 경험하고 있는 국지성 호우, 지역적 홍수로 해석하려 한다.
바벨론 설화 등을 베낀 것이라고 말하면서. 무신론자는 노아의 홍수가 과학적으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조롱한다. 사십 주야 쏟아진 비로 전 세계가 물로 뒤덮일 수 있는가?
성경에 나온 규격의 방주에 모든 동물이 탈 수 있는가? 백오십일 물이 땅에 넘쳤던 기간 동안 노아와 그 가족들, 동물들은 무엇을 먹고살았는가?
하지만 노아의 홍수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는 사실은 여덟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 동물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에 살아남은 이들이 무참히 죽은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황망함과 두려움이 있다.
쓰나미가 밀려들어 차와 집과 사람과 짐승을 생매장하는 장면을 건물 옥상에 올라가 지켜본 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낙심이 있다. 노아와 일곱 식구는 전 세계 인구가 쓸어버림을 당한 최악의 재앙 앞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까?
노아는 하나님께서 죄에 대하여 얼마나 공정한 심판을 내리실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한 사람이다. 오래 참고 노하기를 더디 하시는 하나님께서 사람의 죄에 대한 마땅한 공의를 실현하실 때, 정말 무서운 재앙이 땅 위에, 모든 죄 있는 자들에게 쏟아져 내린다.
예수님은 이 세대를 가리켜 “악한 세대”라고 말씀하셨다(눅 11:29). 코로나 19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팬데믹 현상을 일으키고 모든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노아는 우리에게 말할 것이다.
“뭘, 이 정도 가지고. 하나님이 진짜 악한 세상을 심판하시면 이 정도로 끝내지 않으실 거야. 내가 직접 경험했다고.”
“최악의 재앙이 곧 다가올 것이다.”
코로나를 겪는 사람들 중에 지구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보다 더욱 강력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것이다.’ ‘경제적인 큰 위기가 불어닥칠 것이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한땐 메뚜기 떼가 몰려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만일 노아가 그 말을 듣고 있다가 한 마디 한다면 뭐라고 말할까?
그는 “글쎄, 그런 일이 닥칠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최악의 재앙이 곧 다가올 것이란 사실이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창세기를 제외하고 노아에 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대상 1:4; 사 54:9; 겔 14:14, 20를 제외하고). 하지만 신약에 와서 예수님은 노아의 이름을 다시 언급하셨다.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가고 있으면서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인자의 임함도 이와 같으리라(마 24:37-39; 참고. 눅 17:26-27, 30)”.
예수님은 자신을 가리켜 ‘인자’라고 즐겨 부르셨는데, 구약성경에 예언된 그리스도로서 하나님을 거역한 이들을 심판하고 하나님의 왕국을 다스리실 이름이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 앞에서 승천하셨고, 하늘로 올라가신 그대로 다시 임하실 것을 약속하셨다.
노아의 때와 같이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중에 갑자기 말씀하신 그대로 임하실 것이다. 그리고 노아의 때와 같이 홍수가 세상 사람들을 다 멸한 것처럼 무서운 심판을 내리실 것이다.
요한계시록 19장 11-21절엔 인자가 임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노아의 때에 하늘의 창문이 열린 것처럼(창 7:11) 하늘이 열린다(계 19:11). 그리고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대신 백마 탄 인자 곧 그리스도께서 하늘 군대와 함께 쏟아져 내린다.
그리스도는 검으로 만국을 칠 것이고, “친히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의 맹렬한 진노의 포도주 틀을 밟겠고”, 그분을 대적하는 모든 죄인을 남김없이 쓸어버리실 것이다(계 19:15, 16-21).
아무리 극렬한 전투에서도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검을 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염성이 아무리 치명적으로 높은 질병이라도 철저한 예방과 격리로 살아남는 수가 있다. 하지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심판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노아의 때, 물이 모든 산을 덮어 피할 길이 조금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스도께서 임하시는 날, 천군과 함께 휘두르는 심판을 피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
예수님은 “창세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환난이 없었고 후에도 없으리라(마 24:21)”라고 말씀하셨다. 한 마디로 최악의 재앙이라는 것이다. 그 날이 곧 다가온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지극히 풍성하다.”
노아는 어떻게 여덟 명만 살아남은 무서운 재앙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까? 모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창 6:8)”.
물론 그는 당대 완전한 자요, 의인이었다. 하나님과 동행했던 사람이었다(창 6:9). 하지만 완벽했다는 말은 아니다. 방주 밖으로 나와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은 그가 완벽한 의인으로 보이는가(창 9:20-21)?
노아가 살아남은 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모든 육체를 천하에서 멸절하고 땅에 있는 것들을 다 죽이겠다고 선언하신 하나님은 “그러나 너(노아)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창 6:18)”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불완전한 노아에게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은혜로 일방적인 언약을 친히 맺으셨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께서 노아와만 언약을 맺으신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하나님은 노아와 함께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언약을 세우셨다(창 9:12).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멸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나와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니라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9:11-13)”.
오늘날 많은 사람이 무지개를 하나님께서 가증히 여기시는 죄를 선전하는 도구로 악용하지만, 사실 무지개는 하나님께서 노아의 때로부터 오늘날까지 세상에 선포하시는 은혜의 증거다. 이제 다시는 물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은혜의 언약을 확증하신다.
그러면 창세로부터 지금까지 없었던 환난, 다가올 최악의 심판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하나님은 죄가 가득한 오늘날 세상에서 노아처럼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일방적인 은혜의 언약을 맺으실 수 없을까? 있다! 그런 언약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죄인을 대신하여 피 흘려 돌아가시고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셨을 때, 그분의 피로 세워진 “새 언약”이 있다(고후 11:25).
노아의 때, 불완전했던 노아를 은혜로 구원하신 하나님은 지금 패역한 세대 가운데 살아가는 이들 중 완전하진 않지만, 그리스도와 동행하며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최악의 재앙에서 구원하신다는 약속을 하셨다.
그들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믿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의 약속을 하셨다.
“(그러나)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너희는 은혜로 구원을 받은 것이라) 또 함께 일으키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시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자비하심으로써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려 하심이라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 2:4-8)”.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노아가 우리에게 해줄 한 마디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지극히 풍성하다.”
수개월 방주 속에 살다가 밖으로 나와 무서운 공포감과 낙담한 마음으로 제사를 드렸을 때, 하나님께서 맺으신 놀라운 은혜의 언약과 그 증거인 무지개를 보면서 노아는 한없는 하나님의 은혜에 정말 엄청난 안도감과 위로를 얻었을 것이다.
아버지 라멕이 가졌던 희망처럼, 정말 노아와 그 후손들이 대대로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노아가 오늘날 우리를 찾아온다면, 우리가 맛본 하나님의 은혜에 얼마나 놀라겠는가? 무지개가 아니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비 온 뒤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현상이 아니다. 하나님과 함께 천지 만물을 창조하시고 홍수로 세상을 쓸어버리신 거룩하고 공의롭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친히 사람이 되셔서 사람 대신 십자가에서 목숨을 내어주셨다.
그를 믿는 자가 은혜로 하나님의 가장 무섭고 영원한 심판을 피할 수 있도록, 단지 심판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의 권세를 받고 살 수 있도록.
그러니 노아는 크게 놀라고 하나님을 크게 찬양하며 우리에게 말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참으로 지극히 풍성하다!”
그의 찬양 소리는 코로나19로 두려워하는 세상에 무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은혜를 맛본 이들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멘”으로 화답할 수 있으리라.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