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일 작가 “우리가 찾고 있던 새로운 음악, 이승윤 같아”
좋아하는 일과 생계 사이 고민, 어떻게 버텼을까
자신의 특별함 인정해준 가족이 큰 힘 되었을 것
좋아하는 것과 사랑 빠진다면, 행복한 사람 될 것
본지에 ‘책 읽는 그리스도인: 이정일 작가의 독서노트’를 연재 중인 이정일 목사가 ‘싱어게인 30호 가수 이승윤’에 대한 글을 기윤실 ‘좋은나무’에 지난 15일 게재했다.
이정일 목사는 “그가 특별한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가 ‘싱어게인’에 나온 이유는 단순했다. 어떤 음악인이 되어야 할지 몰라 그 답을 알고 싶어서 나온 것”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도 모를 때가 있다. 나에게는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있지만 그걸 깨닫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서툴지만 자기만의 느낌을 자기 스타일로 드러낼 때, 그런 모습을 이승윤은 ‘애매하다’라고 표현한 것 같다”며 “그 다음은 나다운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승윤을 보면서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이승윤은 서른 둘이다. 고민이 많은 나이고 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고민을 하게 된다”며 “다들 생계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과 달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기적이다, 철이 없다, 유별나다’는 말을 듣게 마련이다. 이승윤은 그런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을까”라고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특별함을 인정해준 가족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신(神)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갈 수 있도록 재능을 주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제대로 써내는 이가 적다”며 “자기 자신의 특별함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채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해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정일 목사는 “이승윤에게 음악은 나답게 살자는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노래를 통해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며 “그가 부른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엄청났다. 분명 아는 노래인데, 처음 듣는 것처럼 들렸다. 유희열도 몇 년간 봤던 무대 중 최고라는 평을 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듣게 하는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라고 했다.
이 목사는 “가끔 ‘한 끗 차이’라는 말을 듣는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나는데, 그걸 본인이 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미세한 차이가 일반인의 눈과 귀에까지 들게 되면, 그는 스타가 된다”며 “작가가 되고 가수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대중에게 인지될 때까지,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자기 자신만이 아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들이 처음에 지면을 얻기 무척 어렵다. 작품을 완성해도 지면을 찾을 때까지 몇 년을 보내기도 한다. 투고를 해도 단번에 통과되는 일은 없다”며 “소설 『경애의 마음』으로 알려진 김금희 작가도 5년 만에야 첫 책을 낼 수 있었다. 그 5년은 뾰쪽한 방법이 없었기에, 매일 ‘너는 작가야’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노력했던 시간이었다”고 썼다.
또 “이승윤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2011년 23세 때 대학 가요제에 나갔다. 자작곡으로 출연했지만, 입상은 못 했다. 아마 호불호가 분명한 음악 스타일 때문일 것”이라며 “그 자신도 ‘애매하다’고 표현한 음악에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가 ‘싱어게인’ 우승자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것을 알아내고 채우는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일 목사는 “이승윤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꽃이 하나 피는데 사계절이 필요하고, 또 꽃은 피지만 그 피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그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며 “어느 시대나 뛰어난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인물이 제 자리를 찾기까지, 그 뒤에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기만이 아는 인고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목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사랑에 빠진다면 내가 장담할 수 있는데,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문학을 읽으면서 배웠고, 또 이승윤을 보면서 확인한다”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삶이란 정답표가 뜯겨 나간 문제집과 비슷할 수 있다. 정답표가 없어도 그 답을 확인할 방법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이승윤이 그걸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글 전문.
싱어게인 30호 가수 이승윤
음악 마니아들이 찾던 음악
겨울 끝자락에서 봄이 오는 것을 느낀다. 「싱어게인」 30호 가수 때문이다. 사람이 이성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살아가면서 본능적으로 뭔가를 알아챌 때가 있다. 30호 가수 이승윤의 음악이 그랬다. 그의 노래를 우연히 만났지만 그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봄이 오듯, 오랫동안 준비되었던 무언가가 때가 되어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63호 가수 이무진 때문이다. 한영애의 「누구 없소」 노래를 딱 한 소절만 듣고도 심쿵했다. 굉장한 가수가 나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승윤의 노래를 들었다. 듣다 보니 유희열 씨가 몇 해 전 한 오디션 프로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왔을 때 한 말이 기억났다.
“들을 음악이 없다가 아니라 들을 음악을 우리들이 찾지 않았다. 어딘가에 있다.”
나는 우리가 찾고 있던 새로운 음악이 이승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도 모를 때
이승윤은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면서 ‘애매하다’는 표현을 썼다. 기존의 음악에서 말하는 해석의 틀 어디에도 잘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특별한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가 「싱어게인」에 나온 이유는 단순했다. 어떤 음악인이 되어야 할지 몰라 그 답을 알고 싶어서 나온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도 모를 때가 있다. 나에게는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있지만 그걸 깨닫는 게 쉽지 않다. 서툴지만 자기만의 느낌을 자기 스타일로 드러낼 때, 그런 모습을 이승윤은 ‘애매하다’라고 표현한 것 같다. 그다음은 나다운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승윤을 보면서 느낀다.
영화 「아가씨」에 명대사가 나온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파격적이면서도 공감을 부르는 대사이다. 작가에게 문학이란 존재를 설명할 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작가에게 문학은 구원자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학은 삶을 괴롭게 한다.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까지 견뎌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 때문이다.
그때의 기분을 김금희 작가는 혼자만 벌을 받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자신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가 없는데 소설을 쓰는 그 마음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도 그런 시간을 가졌다. 문학을 하며 살 각오는 했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니까 힘들었다. 작가의 인생은 진짜 기자가 되기 직전, 박찬욱 감독을 만나면서 바뀌게 된다.
이승윤은 서른둘이다. 고민이 많은 나이고 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고민을 하게 된다. 다들 생계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과 달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기적이다, 철이 없다, 유별나다’는 말을 듣게 마련이다. 이승윤은 그런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자신의 특별함을 인정해준 가족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신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갈 수 있도록 재능을 주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제대로 써내는 이가 적다. 자기 자신의 특별함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채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해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만이 아는 노력
이승윤에게 음악은 나답게 살자는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노래를 통해서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그가 부른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엄청났다. 분명 아는 노래인데 처음 듣는 것처럼 들렸다. 유희열도 몇 년간 봤던 무대 중 최고라는 평을 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듣게 하는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가끔 ‘한 끗 차이’라는 말을 듣는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나는데 그걸 본인이 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미세한 차이가 일반인의 눈과 귀에까지 들게 되면 그는 스타가 된다. 작가가 되고 가수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대중에게 인지될 때까지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자기 자신만이 아는 노력이다.
작가들이 처음에 지면을 얻기가 무척 어렵다. 작품을 완성해도 지면을 찾을 때까지 몇 년을 보내기도 한다. 투고를 해도 단번에 통과되는 일은 없다. 소설 『경애의 마음』으로 알려진 김금희 작가도 5년 만에야 첫 책을 낼 수 있었다. 그 5년은 뾰쪽한 방법이 없었기에 매일 ‘너는 작가야’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이승윤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2011년 23세 때 대학 가요제에 나갔다. 자작곡으로 출연했지만 입상은 못 했다. 아마 호불호가 분명한 음악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그 자신도 ‘애매하다’고 표현한 음악에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가 「싱어게인」 우승자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것을 알아내고 채우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승윤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꽃이 하나 피는 데 사계절이 필요하고, 또 꽃은 피지만 그 피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그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어느 시대나 뛰어난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인물이 제 자리를 찾기까지 그 뒤에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기만이 아는 인고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사랑에 빠진다면 내가 장담할 수 있는데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문학을 읽으면서 배웠고 또 이승윤을 보면서 확인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삶이란 정답표가 뜯겨 나간 문제집과 비슷할 수 있다. 정답표가 없어도 그 답을 확인할 방법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이승윤이 그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