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갈등 여전… 물질·영적 유산 나누며 다가가야”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아시아계 마사지 업소 3곳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한 8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미주 한인교계 지도자들은 아시안 혐오범죄가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용의자인 로버트 에런 롱(21)은 17일 살인과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으며, 범행 전 페이스북에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은폐하려 한다”, “중국은 최고의 악(evil)”이라고 적대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총격을 가한 업소들 모두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특히 지난 2월 LA 한인타운에서 히스패닉계 남성 2명이 미 공군 예비역 한인 2세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외치며 무차별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팬데믹 이후 아시안 혐오범죄가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져 현지 한인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조병국 회장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편, 아시안 혐오범죄 예방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모든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미국에서 아시안을 표적으로 하는 증오범죄는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사건은 그 동안 한인교계와 단체들이 미 주류사회와 소통하고 다민족들과 교류해 왔지만 아직 인종 간의 갈등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또 조 회장은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 해소를 위해서는, 한인교회들이 미 주류사회와 다민족 커뮤니티와 더욱 소통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눠야 한다”면서 “우리가 가진 물질과 영적인 유산도 함께 나누며 그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갈 때, 그들의 마음 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 문석호 회장 또한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절대적으로 비성서적이고 비인간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미국이 다민족이 한 데 모여 어우러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런 사건은 그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물론 주류의 모습은 아니고 빗나간 일부 범죄자의 행위이지만, 아시아계를 혐오하는 데서 범죄가 기인한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예방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문 회장은 “총기가 자유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건국 사상과 연관이 있다고 해도 경찰 등 사회안전망이 확실히 구축된 상황에서도 규제 없이 총기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뉴욕교협이 밤 10시에 10분간 기도하는 10-10 기도운동을 시작했는데, 미국과 한국이 기독교 신앙을 돌아보고 반성하기 위한 기도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미국사회의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