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신 목사, ‘탈북민 교회 현황과 코로나19의 영향’ 발표
탈북민 교회 전국에 58곳, 성도는 2천여명 존재
통일목회 혹은 통일선교 차원 새롭게 정의 필요
북기총 등 통합창구 통한 지속적 소통 노력해야
한국교회 ‘북한선교의 열매’인 탈북민 교회들의 지난 십수 년간의 결실과 그간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정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2021 제1회 탈북민 교회 통일준비 포럼’이 10일 오전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 종합관 세미나실에서 북한기독교총연합회(회장 김권능 목사, 이하 북기총)와 총신대 평화통일개발대학원 주최/주관, 불씨선교회 후원으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먼저 정형신 목사(뉴코리아교회)가 ‘탈북민 교회 기본 현황과 코로나19가 목회 현장에 미친 영향’을 발표했다.
탈북민 교회란 북한 출신 목회자들에 의해 개척되거나 남한 출신 목회자들이 국내 탈북민 사역을 주 목표로 개척된 교회, 성도 구성원 대부분이 탈북민인 교회를 통칭한다.
2021년 3월 말 현재 전국에 68곳의 탈북민 교회가 세워져 있다. 2000년 이전에는 정부부처 내 교회 2곳뿐이었지만, 2000년대 17곳이 세워졌고, 2010년대 47곳, 2020년 이후 2곳이 설립됐다.
목회자들은 북한 출신이 42명, 남한 출신이 26명이다. 설립된 교회들 중 10곳이 없어져, 현재 58곳의 탈북민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지역은 서울 27곳, 경기 14곳, 인천 5곳으로 수도권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비수도권은 경북 2곳, 광주 2곳, 제주 2곳, 충남 2곳, 경남·대구·부산·울산 각 1곳이다.
정형신 목사는 “북한 출신 사역자를 통한 교회 개척은 2004년 첫 시작 이후 2005년과 2007년을 제외하고 매년 있었던 반면, 남한 출신에 의해 개척된 교회는 2014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며 “북한 출신 사역자들이 사역 현장에 대거 등장하면서, 남한 출신 사역자들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내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많은 탈북민 교회들이 탈북민이라는 특정 대상을 주요 사역 목표로 삼던 초기 사역에서 벗어나, 통일선교의 큰 틀에서 남북한 성도들의 통합을 이루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제 담임목회자 출신 지역이나 성도 출신 비율만으로 탈북민 교회를 정의하는데 한계에 다다랐다. 따라서, 통일목회 혹은 통일선교의 큰 틀에서 탈북민 교회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0년 12월 기준 교회 52곳의 교세는 20명 미만이 14곳(27%), 20-40명 22곳(42%), 40-60명 11곳(21%), 60명 이상 5곳(10%) 등이었다.
정 목사는 “52개 교회 전체 교인 숫자는 성인 1,340명, 아동 413명으로 총 1,753명으로, 평균 한 교회에 34명의 교인이 있는 셈”이라며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6곳까지 합하면 탈북민 교회에는 2천여명의 성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신앙생활하는 탈북민 숫자를 대략 1만 명으로 잡는다면, 약 12-14%가 탈북민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탈북민 교회의 주요 모토 중 하나는 ‘북한에 세워질 교회의 못자리 혹은 모델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 교회들이 북한선교뿐 아니라 민족복음화와 복음통일, 열방선교를 비전으로 삼고 있고, 북한 어느 지역에 어떤 형태의 교회를 세울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탈북민 교회들은 일반 사역과 더불어, 탈북민 정착지원을 위한 NGO 사역, 북한선교 동원을 위한 선교회 사역, 그룹홈, 대안학교 혹은 방과후 학교, 북한 내지사역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형신 목사는 “북한선교의 핵심은 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하나님은 수만 명의 북한 사람들을 남한 땅에 보내주셨고, 탈북민 교회는 이들을 보듬고 만나는 가장 좋은 장소”라며 “탈북민 교회는 한국교회 북한선교의 열매인 동시에, 북한선교의 현장이고 실제이자 통일준비의 길잡이다. 과거에 대한 열매인 동시에 미래를 향한 길잡이인 탈북민 교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 함께 동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북한선교와 통일의 매개체로서 탈북민 사역자 혹은 성도를 주제로 한 연구 발표들은 있었지만, 탈북민 교회 자체는 그다지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선교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미자립교회 중 하나로 탈북민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와 탈북민 교회
코로나19가 탈북민 교회 목회 현장에 미친 영향으로는 교회 2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교인 수 변화의 경우 11개 교회(55%) 교인 숫자가 줄어들었고, 전체 교인은 684명에서 650명으로 약 5% 감소했다. 성인들은 6%, 주일학교는 4% 줄어들었다.
월간 수입은 100만원대 교회가 두 곳 줄어 8곳이었고, 300만원대, 400만원대 교회는 한 곳씩 늘어나 2곳, 1곳이 됐다. 100만원 이하 교회는 4곳, 200만원대 교회는 3곳, 500만원 이상 교회는 2곳으로 작년과 동일했다.
이에 대해 “2020년부터 비대면 예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제 출석 성도가 급감하고 헌금 수입 역시 큰 폭의 하락을 예상했지만, 각 교회 재정 상황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기존 탈북민교회와 동역했던 교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섬김, 교단들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때문으로 보인다. 재정지원 외에도 일부 교회와 기관에서 영상장비 지원, 음향시설 교체, 생필품 지원 등 실제적 도움이 있었다”이라고 전했다.
정형신 목사는 “다만 교회 재정과 별개로 목회자들의 삶의 질은 큰 폭으로 하락됐으리라 생각된다. 전체 목회자의 71%가 100만 원 이하의 사례를 받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고정 사례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외부 강의와 사역 나눔, 아르바이트, 비정기적 후원으로 생활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거의
모든 외부 사역이 중단되고 수입과 후원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그럼에도 목회자들은 탈북민 가정이 직면한 어려움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예년보다 더 많은 수고와 헌신을 했다”며 “탈북민교회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목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목회자와 가정의 손을 잡아주는 동역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또 “각 교단 내에 북한선교위원회 혹은 통일선교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만들어져 있지 않거나 군소교단에 소속된 탈북민 교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북한기독교총연합회 같은 통합 창구를 통해 지속적 소통을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땅 58개의 탈북민 교회와 목회자들의 형편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마요한 목사(새희망나루교회)가 ‘탈북민 교회가 한국교회 북한선교 방향에 미친 영향’, 허남일 목사(그날교회)가 ‘탈북민 교회와 성도들을 통한 북한선교와 통일 준비’를 각각 발표했다. 논평은 김의혁 교수(숭실대), 길이진 강도사(나뭇가지교회), 강웅산 교수(총신대), 질의응답은 하광민 교수(총신대 평화통일개발대학원)가 각각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