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칼럼] 베드로의 장담과 3번 부인
불치병 진단 받고, 비로소 죽음과 부활 반신반의 깨달아
진심과 진심대로 할 수 없는 실제적 진실 다를 수 있어
오늘 우리도 죽음과 부활에 대한 반신반의 신앙 보게 돼
설교자로서 잘 전해왔지만 정작 피부 와 닿게 경험 못해
매일 매 순간 죽음이 자신의 문제라는 종말론적 의식을
머리만 아는 추상적 지식 넘어, 부활에 대한 체험 신앙을
미국 리디머 교회 담임이었던 팀 켈러 목사가 암투병 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한 단계 더욱 성숙해졌던 과정을 고백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지난 2일 보도했다.
팀 켈러 목사는 지난해 4월 췌장암 선고를 받기 전, 크리스천포스트와 나눈 인터뷰에서 그의 저서 <두려움의 시대에 희망(Hope in Times of Fear): 부활과 부활절의 의미>의 원고를 집필하던 중, 기독교의 부활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지난 5월, 당시 70세이던 그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팀 켈러 목사는 인터뷰에서 “당신이 아주 빨리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신은 기본적으로 죽음을 부정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갑자기 그런 일이 닥치면, 내가 이 일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실제로 일어났고, 내가 예수를 믿고 죽으면 그 부활도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가? 반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16년 출간된 <감춰진 크리스마스(Hidden Christmas)>의 설명서로 기획되었으나, 코로나 팬데믹과 자신의 암 선고 이후에 “그 책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켈러는 회상했다.
이후에 그는 SNS을 통해 “부활에 관한 책을 쓰고 있으며, 내가 죽을 것이라고 반쯤 믿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나는 돌아가서 깨달았다. 나도 부활에 대해 절반밖에 믿지 않는다는 것을. 단지 지식적으로 많이 믿는 차원이 아닌,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믿는 것 말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활에 대한 더 크고 깊은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켈러 목사는 이후 몇 달 간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역사적 증거를 들여다보았고, “지적 및 정서적 작업”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오로지 기도와 성경에 몰두하며, 성령께서 자신의 마음을 현실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고 고백했다.
켈러 목사의 이런 고백을 보면서, 필자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가 어떤 분인가? 미국의 대표적인 설교자요 신학자 중 한 분이라 할 수 있는 대단한 인물이다. 그간 목회도 잘했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와 출간한 저서들은 많은 기독교인과 목회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 그가 부활에 대해 절반밖에 믿지 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하는 말에, 실망감과 당혹감을 가질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의 고백의 내용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아무리 대단한 성경의 진리를 확실하게 믿고 남에게 잘 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확신과 실제로 부딪치는 현실적 진실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님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베드로와의 대화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주님이 잡히시면, 제자들 모두가 배신하고 도망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베드로가 뭐라고 답했나. 다른 이들은 다 도망가더라도 자신은 절대 주님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거짓이었을까? 아니다. 그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치자, 당시 자신의 진심대로 고백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주님을 저주까지 하면서 부인하고 말았지 않은가.
왜 그랬을까? 자신의 진심과 그 진심대로 할 수 없는 실제적 진실은 다를 수 있음을,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알고 믿고 있는 진심이 사실이나 진실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대단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막상 어려운 순간이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기의 상황이 왔을 땐, 평소 갖고 있던 신앙과 알고 있던 지식이나 진심이 무력함을 깨닫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유명했던 로버트 슐러 목사의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환란과 시험이 다가와도 늘 감사와 기쁨이란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강조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자기 딸이 세상을 떠나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자신과 상관 없었을 땐 남들에게 그렇게 잘 전해왔었지만, 막상 자신이 예기치 못한 극한 슬픔과 비극의 주인공이 되자 평소 전한 대로 하지 못한 채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만 것이다.
팀 켈러 역시 그런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가 다 부활을 믿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문제없이 평탄한 삶을 살고 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과, 견디기 힘든 위기나 환란의 순간을 맞았을 때의 신앙에 차이가 있음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게 된다.
세상에 살아가면서 자신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지식을 다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을 매일 매순간 피부에 와 닿게 사실로 인지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일까? 언젠가는 경험해야 하는 죽음이 지금 당장은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생각해 봐도 언젠간 나도 죽을 테지만, 아직은 그 죽음이 전혀 내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오랫동안 내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살고 있는 것 같다.
3년 전,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화장하기 바로 직전 어머니 관 앞에서 울면서 울부짖은 내용이 있다. “아이고, 우리 엄마는 안 돌아가시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실 줄 알았는데…”였다.
그랬다. 사실이다. 언젠가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도 내 동생들도 다 떠난다는 사실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땅에서 오랫동안 늘 함께 살아갈 줄 알았다. 맞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죽음의 문제에 관한 한 나 자신도 배제될 수 없는 문제임을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어떤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기 전에는 자신에게 잘 적용하지 못하는 문제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이들의 죽음은 자주 접하고 있지만 자신과 죽음의 관계는 생각조차 거의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가, 부활에 대해선 또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게다.
죽음이 있어야, 부활이 필요하다. 죽음을 자신과 리얼하게 연결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부활에 대해서만큼은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불치의 병이라 알려진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을 때에라야 비로소, 그간 그가 그렇게 자주, 그리고 확실하게 전해온 자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있었음을 켈러가 깨달은 것이다.
부활절을 보내면서 켈러 목사의 이런 진솔한 고백은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해 준다.
오늘 내게도 죽음과 부활에 대해 팀 켈러와 같은 반신반의의 신앙이 존재함을 보게 했다. 성경의 진리를 가르치고 전하는 설교자로서, 지금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남에게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여러분의 죽음과 부활도 된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잘 전해왔음에도 정작 그 내용을 나 자신과 관련된 진리로 피부에 와 닿게 받아들이지 못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췌장암 4기와 같은 심각한 사형선고를 받지 않더라도, 매일 매순간 죽음이 남의 문제이기 전에 자신의 문제라는 종말론적인 의식을 갖고 살아간다면, 하나님이나 부활이나 천국의 실재성에 대한 인식은 지금의 모습과는 현저하게 달라질 것이다.
머리로만 알고 가르치는 앵무새와 같은 추상적인 지식이 아니라, 날마다 처절하게 죽음을 살아내는 체험적인 신앙으로 죽음과 부활을 전했으면 좋겠다.
신성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