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얼굴 ‘자연’이란 도구로… 그분을 펼쳐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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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월든>을 다시 읽으며

‘월든’, 팬데믹에 지친 현대인의 가슴에 한 줄기 빛
자연 속에 숨은 생명과 생명 현상, 성경에 써 있네
소로는 자연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이 아닐까

▲숲 속의 호수. ⓒ픽사베이

▲숲 속의 호수. ⓒ픽사베이

“글 쓰는 사람은 모두 자연의 서기이다.” 소로의 말이다. 자연이 읊어 내는 소리를 적어내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내 삶의 길을 밝혀주었던 모든 위대한 작가들처럼, 오늘도 내 영혼을 어루만진다.

비단 필자뿐 아니리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한 세기 반이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책 <월든(Walden, 1854)>을 잊지 못한다.

어쩌면 이 책 <월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에 지친 현대인의 가슴에 한 줄기 빛 같은 책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월든>을 다시 읽기로 하였다. 필자가 소장 하고 있는 저서는 ‘옥스포드 월드 클래식’으로 출판된 책이다. 나의 학문과 내 문학적 삶의 일부인 셈이다.

서가에서 <월든>을 집어들었다. 늘 하던 버릇대로, 첫 장부터 끝까지 한 번 훅 훑어 보았다. 밑줄이 그어진 부분과 주해가 달린 곳, 여러 가지 나만의 기호로 표시된 각각의 장들이 참으로 정답다. 빠른 순간 지식의 욕구에 정신을 곧추세우며 열중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2년 2개월 동안 혼자 살았다. 혼자 힘으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으로 삶을 이어갔다. 오직 자연의 풍경을 유일한 벗으로 삼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월든>은 자연이 들려준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대한 소로의 반응으로 기록된 책 이다.

필자는 지금도 소로의 이 같은 월든 숲 속의 삶의 단편들을 매우 자주 생각한다. 자연 앞에 홀로 서 있을 때 더 그렇다. 요즘처럼 싱그러운 오월의 연한 녹색 앞에서는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바로 어제 운동 시간이었다. 나는 희미한 빛 속으로 밝아오는 새 날의 시간 앞에 섰는데, 하늘이 눈에 부시도록 신비했다. 난생 처음으로 새벽 미명의 시간을 마주한 듯 가슴이 뛰었다.

내가 티잉 그라운드로 올라서는 순간, 엄청난 기쁨이 내 혈관의 지류를 타고 흘러갔다. 그야말로 전율적인 기쁨이다. 빛과 바람과 소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순수하다. 무궁무진 한 환희를 안겨준다.

나는 신나게 드라이브 샷을 날렸다. 그리고 경쾌하게 페어웨이로 걸어 나왔다. 나는 소로의 얘기처럼 산과 들이 내 앞에서 노래하고 들판의 나무들이 박수치는 것을 들었다. 기쁨으로 나아가며 외쳤다.

“I am monarch of all I survey. My right there is none to dispute(나는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의 주인이다. 내가 이곳에 서 있을 권리를 어느 누구도 무어라 할 수 없도다, 월든: 소로의 두 번째 이야기 중에서).”

필자에게 이처럼 소로의 <월든>이 각별한 것은, 자연 속에 감추어진 생명과 그 생명 현상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최초로 깨닫게 해준 책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나의 생명을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다고 하였다.

자연 속에 감추어진 생명을 본다 또는 만진다 함은, 상징적이며 메타포이다. 내적인 힘은 그 자체로는 공간적 특성이 없다. 그러나 그 힘이 일단 질적이나 양적으로 질서를 나타내는 형태로 표출되면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예를 들면 마음의 장엄함이 산으로 표출되면 산의 풍경은 힘과 신념과 기하학적 도형으로까지 상징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모든 풍경은 상징성을 지니며, 풍경을 감상한다 함은 그 메타포를 읽어내는 일이다.

페어웨이를 밟고 산허리를 돌아 다음 티박스로 가는 동안 필자는 여러 가지 들풀과 작은 나비들, 곤충과 지렁이를 만난다. 데이시스와 마거리트도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철 모르고 오월에 피어난 들국화와 빨강, 파랑, 노랑 코스모스가 춤을 춘다. 이 아름다운 꽃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씨앗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씨앗 속에 숨겨져 있던 생명은 피어나, 오늘 처럼 전혀 다른 존재로 태어난 것이다.

소로는 자연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다. 성경 말씀대로 인간의 생명은 그리스도 안에 감추어져 있다. 그 안에서 다시 피어날 때, 우리는 자신과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월든>은 나로 하여금 이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만들었다. 서가의 책 <월든>의 마지막에는 1968년 5월에 쓴 이런 메모가 있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나는 그 분의 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서기이고 싶다. 자연을 도구로 그 분을 펼쳐 보이는 작가이고 싶다.”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송영옥 박사(영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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