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비대면 시대와 한국교회의 전망’ 발표
집단감염 이유로 국가 권력 과도 행사, 종교 자유 침해
국가 권력 기능, 참된 종교를 공적으로 보존케 하는 것
저항 없이 예배 제한 받아들인 교회, 자율권 포기 처사
‘코로나19가 불러온 비정상·비대면 시대와 한국교회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윤 목사) 제57회 공개 세미나가 24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이상규 박사(백석대 석좌교수)는 제1강연 ‘코로나 환경에서의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주제로 국가 권력이 교회와 종교활동을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는지 ‘역사적으로’ 고찰했다.
이상규 박사는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함께 어울려 사는 집단 사회구조를 비대면이라는 ‘뉴 노멀’ 사회로 바꿔가고 있다”며 “종교생활에서도 정기 집회나 종교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모이기를 힘썼던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모범이나(행 2:46), ‘모이기를 힘쓰라(히 10:25)’는 권면에도, 기독교인들은 모이기를 자제하도록 요청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보다 심각한 문제는, 방역 혹은 집단감염 방지를 이유로 국가의 공권력이 과도하게 행사되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점”이라며 “심지어 교회 집회를 행정명령이라는 이름으로 제한·금지하고 있다. 이에 국가 권력기관이 교회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오랜 역사를 지닌 난해한 문제였다. 지난 2천년간 세속권과 교황권은 타협과 제휴, 갈등과 대립을 겪으면서 고심했다”며 “결과적으로 교회와 국가의 통합과 배타적 분리, 교회우선주의와 국가지상주의 등 네 가지 형태의 교회-국가 간의 관계를 보였지만, 이 4가지 모두 이상적인 관계가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이상규 박사는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국가와 교회에 대한 바른 관계를 규정하려 힘썼다. 이는 교회와 국가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며 “루터나 츠빙글리, 칼빈 등은 공통적으로 세 가지를 인정했다. 첫째, 교회와 국가는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을 감당하는 신적 기관이다. 둘째, 국가도 하나님이 내신 선한 기관이며, 위정자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대리자로 하나님 주신 직무를 수행하고 백성들은 순복해야 한다. 셋째, 국가기관은 참된 종교와 종교생활을 공적으로 보존할 사명이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한 마디로 정부의 기능은 ‘참된 종교를 공적으로 보존케 하며, 인간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런 인식이 17세기 이후 근대적 의미의 국가-교회 관계, 곧 국가의 교회 지배권을 인정하지 않는 근대 사회 개념을 형성했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폭넓게 법제화됐다”고 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는 시민의 권리이기 전에 인간의 권리로 간주됐다. 종교의 자유란 어떤 종교를 신봉하거나 그 종교를 변경하거나 모든 종교를 신봉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하는 ‘신앙의 자유’와 종교적 집회와 결사, 종교교육 등을 포함하는 ‘종교행위의 자유’를 의미했다”며 “이러한 개혁교회 전통과 서구사회 역사에서 볼 때, 국가권력이 신교의 자유나 신앙행위의 자유를 제한·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 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이상규 박사는 “예배 모임에 대한 국가의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 국가의 권세에 속한 국민의 생명, 건강 보호의 의무와 교회의 자율권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대두된다”며 “이런 경우에도 교회의 권세가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원칙적으로 국가가 규제할 수 없다. 다만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매우 제한적인 국가의 개입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국가는 예배나 집회에 대해 규제할 수 없고, 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다만 교회에서 공공의 이익이나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개입은 인정된다”며 “교회는 예배 모임 시행 여부를 국가의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되고, 스스로 합당하게 판단해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국가 권력기관은 현실적으로 현장 예배의 가치에 대한 신학적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예배 모임 실행 여부를 결정할 자리에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가권력이 공권력을 동원해 성경의 가르침에 명백하게 위반되는 요구나 강요를 할 때 저항할 수 있다는 ‘저항권 사상’은 중세 유럽 사회 법체계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을 통해 제시돼 근대적 개념으로 전개됐다”며 “이러한 저항권 사상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교회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국민 건강과 역병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협력하고 협조해야 한다”며 “교회의 이런 적극적인 조치에도, 국가기관이 사전 협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특정한 기간에 대한 언급 없이 전국 교회에 행정명령을 하달하는 것은 코로나 환경 혹은 방역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종교의 자유와 신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상규 박사는 “교회가 정부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지침을 준수하고 협조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종교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예배금지, 교회당 폐쇄, 구상권 청구 같은 조치는 기독교에 대한 탄압일 수 있다”며 “유독 기독교회의 집회만 제한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한 처사라 할 수 없다. 또 특정 교회를 지칭해 집회 금지를 명령하는 것은 의도적인 정치방역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교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교회 지도자들에게 그 필요성을 고지하고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교회는 자율적으로 일정 기간 집회를 제한하거나 축소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체 교회가 특별한 저항 없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방역지침에 순응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종교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안이한 대응이자 교회의 자율권에 대한 포기라고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박홍규 박사가 제2강연 ‘사회와 교회의 관계’, 노영상 박사가 제3강연 ‘자연·환경과 교회의 관계’, 이승구 박사가 제4강연 ‘회복해야 할 신학·목회·교육·선교의 본질과 현실’을 각각 발표했다.
이상규 박사의 이날 발표 논문 전체 내용은 본지에 시리즈로 연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