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균형 잃은 설교의 균형을 잡아라
존 스토트와 옥한흠에게 강해설교를 배우다
김대조 | 아바서원 | 448쪽 | 25,000원
설교는 인간의 힘과 지혜로 절대 완성될 수 없는 초자연적인 과업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자신의 가르침이 사람의 지혜와 말이 아니라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된 것이라 말했다(고전 2:4).
참으로 성령께서 지혜와 지식의 말씀을 은사로 내려주시니(고전 12:8), 설교자는 성령이 주신 은사를 활용하여 교회의 몸인 성도를 세우고 먹이고 돌보는 일을 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인이 쓰기 좋은 도구와 그렇지 않은 도구가 있다. 주인의 쓰심에 합당한 귀히 쓰는 그릇이 될 수도 있고, 깨끗하지 못하여 천히 쓰는 그릇이 될 수도 있다(딤후 2:21).
그러므로 설교자는 더 큰 은사를 받은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시기하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설교자는 자기 은사를 계발하기 위해 자신보다 탁월한 은사를 받아 부지런히 활용하는, 주가 귀히 쓰시는 그릇을 보고 배워야 한다.
영국 존 스토트 목사가 그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라면, 국내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설교의 본으로 삼는 설교자는 옥한흠 목사일 것이다. 만일 두 영적 거장과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교제할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그 두 설교자에게 설교에 관하여 배우고 지도받을 수 있다면 정말 큰 유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저자 김대조 목사가 바로 그런 유익을 풍성하게 누린 당사자다. 김대조 목사는 영국 애버딘대학교와 런던신학대학에서 각각 신학 석사와 철학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존 스토트 목사와 교류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옥한흠 목사의 초청으로 사랑의교회 부목사로 일하면서 많은 지도를 받았다.
현재 잠실에 있는 주님기쁨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으며 <인생, 너머>, <행복한 바보>, <일어서고 싶다> 등의 책을 집필했다.
이번에 출간한 책 <존 스토트와 옥한흠에게 강해설교를 배우다>는 김대조 목사가 실제로 서양과 동양의 대표적인 강해 설교자를 통해 균형 잡힌 설교를 정립한 책이다.
그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대로 “성경을 충실하게 설명하는 것과 청중의 실제적 삶이 변화되도록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
저자의 박사 논문을 정리한 이 책의 시작은 논문이 주는 거리감을 확 좁혀주는 추억의 에세이로 시작된다. 각각 저자가 만난 존 스토트 목사와 옥한흠 목사와의 일화를 짤막한 글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저자가 단지 설교문만 가지고 두 사람의 설교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설교자로서 두 사람의 삶과 인격과 사역 전반을 이해하고 함께 맺은 관계를 바탕으로 평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해돈 로빈슨은 설교가 “설교자의 인격과 메시지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접촉하시는 것”이라 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설교자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인격을 올바르게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본론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강해설교를 정의하고, 2장과 3장에서는 앞서 정의한 내용에 따라 각각 존 스토트 목사와 옥한흠 목사의 로마서 설교를 분석한다. 두 사람의 설교 철학, 설교 원칙, 주석, 해석, 적용, 청중 간의 소통 등을 실제 로마서 설교문을 가지고 평가한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두 설교자의 장단점을 정리하고, 마지막 4장에서 종합적으로 균형잡힌 강해 설교를 어떻게 추구해야 할지 결론을 내린다.
책 대부분이 두 설교 대가의 설교문을 분석하는 내용이지만, 설교문을 직접 인용하거나 설교 개요를 보여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자가 분석한 내용을 입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예리하고 냉정한 분석과 연구 결과를 담고 있으면서도 지루하거나 난해하지 않다.
저자는 각각 자기 문화권에서 대표적인 설교자로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을 존중하고, 그들 설교가 가진 장점과 영향력을 인정한다.
존 스토트 목사 설교의 장점은 성경 본문의 원래 의미를 찾기 위해 언어학적, 문화적, 역사적 주석과 해석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설교를 듣는 성도의 현재 상황에 필요한 교훈과 적용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옥한흠 목사 설교의 장점은 설교의 주석, 주해, 적용에 있어 교회와 성도의 필요를 깊이 고민하고, 설교를 통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성도의 삶에 영향을 주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스토트 목사는 설교 내용에 있어 연역적이고, 옥한흠 목사는 귀납적이다. 스토트 목사는 설교 전달에 있어 이성에 호소하고, 옥한흠 목사는 감정에 호소한다. 스토트 목사는 적용에 있어 ‘무엇을’에 관심을 두고, 옥한흠 목사는 ‘어떻게’와 ‘왜’에 관심을 가진다.
김대조 목사는 책의 결론에서 “성경적인 강해설교는 본문의 의미를 밝히고 설명하는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성도의 실제 삶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설교자는 자신의 특정한 문화나 개인적 성향에서 비롯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설교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425쪽)”라고 주장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항상 설교자가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할 때 씨름하는 요소이다. 비행기의 양쪽 날개처럼 설교는 견고한 성경적 기반을 바탕으로 구축되어야 하고, 항상 성도의 삶을 고려하여 현재 하나님 백성의 삶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를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매번 설교자는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존 스토트 목사와 옥한흠 목사의 설교를 분석한 저자의 결론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 설교 준비와 전달에 있어서 또 다른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령 하나님의 나타나심과 능력이라는 설교의 초자연적 측면과 그분의 은사를 받아 부지런히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가르쳐야 하는 설교자의 역할이다.
설교자는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고 연구하여 성령께서 어떤 의도와 의미와 목적을 두고 본문을 기록하셨는지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성령의 도우심을 부지런히 구해야 한다.
동시에 설교자는 자신이 다 파악하고 헤아리는 데 한계가 있는 성도의 상황과 필요를 모두 다 아시는 성령께서 설교를 준비하고 전파할 때,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역사하여 주시기를 간구해야 한다. 동시에 목사로서 영혼을 돌보고 이해하고 돌보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저자가 분석한 것처럼 국내 설교가 주로 성도의 삶이나 교회의 틀에 맞춰 본문을 이용하고 때로는 오용하는 설교가 주를 이룬다면, 본문으로 돌아가 성경 중심적인 강해설교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절실할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 존 스토트 목사와 같은 본문이 이끄는 강해설교를 배우고 실천하는 설교자는 혹 자신의 설교에서 성도가 삶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고통, 슬픔, 도전, 시험, 장애물 등이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김대조 목사의 이 책이 모든 설교자에게 다시 한번 설교의 균형을 바로 잡는, 그래서 저자의 바람대로 모든 강단마다 “예수의 복음이 흘러 생명이 살아나는 역사가 있기를”, 또한 “말씀으로 인해 한국교회에 부흥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13쪽)”.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