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 소장 이봉석 목사 인터뷰
데모할 필요 없어… 초기부터 조용히 잘 대처해야
찾아가는 대신, 조합이 교회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돈 많이 받는 것보다, 교회 내 갈등 없는 것이 중요
“교회 재개발, 사람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온전히 하나님께서 하셔야 합니다. 12년간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사랑을심는교회 이봉석 목사(예장 합동)는 교회가 있던 서울 성북구 지역이 재개발돼 중랑구로 교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12년간 행정소송을 비롯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막판 실거래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감정가격만 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적절한 대처로 결국 필요한 보상액을 받을 수 있었다.
“재개발 과정 마지막 1년에는 아내와 성전에서 철야기도를 했다”는 이 목사는 자신의 노하우를 한국교회에 전수하고자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를 설립해 재개발 지역 교회들의 상담과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지난달 말 세미나에 이어 목회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더 들어보기 위해 노원구 수락산 인근 연구소를 찾았다.
-재개발 지역 교회들의 현실이 어떠한가요.
“목사님들이 재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체적으로 잘 모르십니다. 그래서 기회를 놓쳐 종교부지를 받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에 배정을 받기도 하고, 원래 면적이 370평인데 170평밖에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반대로 같은 지역에 있던 교회는 170평이었는데 205평을 받기도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준비할 부분을 사실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초기 단계란 추진위원 단계부터 조합 설립시까지를 말합니다. 이때 해야 할 일은 종교부지를 요청하고, 종교부지상 우리 교회의 위치와 면적을 정하는 일입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LH나 SH·GH처럼 관청 주도형 도시 개발은 시간을 끌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초기 대응에서 80-90%가 결정되는데, 이때도 잘 대응하면 교회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도시 개발에서는 초기 대응에 모두 쏟아부어야 합니다.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시간 여유가 많기 때문입니다.
같은 재개발 지역이라도 주민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초기 단계를 모르다 보니, 대로변 사거리에 있던 교회가 구석으로 간다든지, 평수가 줄어든다든지, 종교부지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재개발에서 교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요.
“목표치가 있어도, 조합 측과의 대화에서 섣불리 꺼내선 안 됩니다. 조합 측이 다 녹음해 유리할 때 사용할 수 있고, 나중에 사법적 문제도 발생합니다. S교회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입니다. 사실 교회 건축은 음향과 냉난방 등의 설비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잘 모릅니다.
파주 한 교회의 경우도 조합 측과 합의서를 썼는데, 법적 효력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게 해 놓았습니다. 조합 직인 대신 조합장 개인 도장을 찍어놓았습니다. 불리할 때는 개인이 했다고 하고, 유리할 때는 정식 서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실수하면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초기부터 함께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세미나에서 단계별 대응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한 아이가 성장하려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각 단계를 거쳐야 하듯, 교회 재개발도 단계별 대응을 잘 해야 합니다. 재개발에는 초기 단계, 조합 설립총회 단계, 사업 시행단계, 관리 처분 단계 등 4단계가 있습니다. 각 단계별로 대처를 잘못 해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적지 않습니다.
초기 단계도 중요하지만, 관리 처분 인가 뒤 법적 단계도 중요합니다.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교회는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주택은 아파트로, 상가 입주자들은 영업권 보상까지 해 주지만, 교회는 비영리단체라는 이유로 토지만 제공할 뿐 알아서 지으라고 합니다. 건물과 토지 감정 가격만 정해주는데, 그걸로는 교회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종교부지를 넓은 면적과 좋은 위치로 배정받았다 해도, 결국 건물을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응을 자칫 잘못하면 건축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명도소송을 할 경우 전문 변호사를 써야 합니다. 조합 측과 건설사 측이 최고의 로펌으로 나서기 때문입니다. 교회 재개발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 중에도 사실상 전문가가 아닌 분들이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재개발에 대한 성공적 대응 방안 3가지를 제시하셨는데요.
“말씀드린 초기 대응과 법적 대응, 그리고 협상입니다. ‘도정법’에서는 보상금이 책정 기준이 없습니다. 법적 대처도 잘 해야 하겠지만, 협상에 따라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집니다. 마지막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금액 차이가 아주 커지기도 합니다.
저도 재개발 당시 데모까지 해 봤지만, 결국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세미나 때 말씀드렸듯, 데모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조용하게 잘 대응하고 조합에 적극 참여하면 됩니다.
초기인 추진위원 선정 단계에서 목회자들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사나 감사가 되거나, 임원이 되면 더 좋습니다. 어차피 나중에는 명도 소송을 해야 합니다.
조용하지만 잘 대처해서, 우리가 조합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교회에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베테랑 변호사들이 필요합니다. 투쟁 대신, 행정과 서류, 법적 대처로 대응해야 합니다. 큰 소리 낼 필요가 없습니다.
조합에 들어가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명도소송으로 나가라 하면 바로 나가겠다. 그러나 아직 법적으로 나가라고 하지는 않았다. 주겠다는 돈이 너무 형편없어서, 할 수 없이 명도소송을 하는 것이다. 판결로 나가라고 하면 조용히 나가겠다.’
계속 조합을 압박하고 띠 두르고 하면, 주민들 여론만 안 좋아집니다. 재개발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재개발을 하면 교회 피해가 가장 많습니다. 재개발 조합은 고층 아파트를 올리기 때문에 이익이 굉장히 많습니다. 교회에 충분한 보상을 해 줘도 되는데, 하지 않으려 합니다.”
-재개발 지역 상가 임대 교회들이 가장 큰 피해자들인데요.
“그 분들은 사실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테리어 비용과 이사비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버티면 조금 더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빨리 받고 옮겨서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버텨도 소용이 없습니다.
교회가 상가를 산 경우는 가능합니다. 조합 임원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조용히 나갈테니 잘 챙겨달라’고 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상가 교회는 억압적으로 할 필요가 더욱 없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짐을 빼지 말라, 교회를 비우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세미나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안양 한 교회는 지역 조합 선관위원장이었습니다. 원안대로 잘 해드리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지만, 서명을 받아놓은 서류가 없었습니다.
그 말만 믿고 있었는데, 명도소송 판결 후 1년이 지나갔습니다. 항소할 수도 없게 돼, 길이 없냐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명도소송에 대한 집행정지가처분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절대 교회를 비우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건물이 남아있어야, 조합과 이야기라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텅 빈 교회는 허물어지면 끝입니다.
그런데 제게 말도 없이 ‘사람들 다 나가서 동네가 험악하다’며 짐을 다 뺐습니다. 교회 안에 사람도 짐도 없으니, 조합 측에서 교회 건물을 허물어 버렸습니다. 건물이 허물어지고 나면, 대책이 없습니다. 감정가격만 받고 끝났습니다.
어떻게든 덜 주고 내보내기 위해, 마지막 단계에서는 조합에서 여러 회유가 들어옵니다. 그때도 잘 대처하지 못하면 그동안 해온 것이 소용 없어질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지역 교회 세 곳이 연합해서 대토도 받고 건물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조합 측에서 한 교회를 대상으로 ‘원래 면적대로 지어주자’고 결의한 회의록을 보여주면서, 이대로 할테니 조합에서 탈퇴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말만 믿고, 그 교회는 처분인가도 안 났는데 조합을 탈퇴했습니다. 그러면 조합에서는 그렇게 해줄 의무가 없어집니다. 한 마디로 속임수에 당한 것이었습니다.”
-교회가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감정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근본 대책이 있을까요.
“사찰은 불상 하나만 해도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여서 보상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교회는 기껏 해야 강대상 정도만 반영이 됩니다.
LH 등이 주도하는 도시 개발 형태는 감정평가액이 낮습니다. 지역 재개발은 그나마 높지만, 실거래가에 미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받고 나갈 수는 없으니, 버티게 되는 것입니다.
지역 재개발에서는 추진 위원 단계에서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 종교부지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때는 연합해야 하지만, 다음 단계부터는 굳이 연합할 필요가 없습니다.
종교부지 선정에서도 모든 종교를 한쪽으로 몰아놓거나 접근성이 힘든 자리로 배치하면, 초기 단계에서 ‘안 된다’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교회는 주민들을 섬겨야 하는데, 무작정 혜택만 바랄 수는 없지 않을까요.
“조합이 교회에 찾아와서 논의할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조합에 먼저 가서 사정하게 되면, 합의할 때도 액수가 줄어듭니다. 그들이 조용하게 찾아오도록 만드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서울 동작구 한 교회는 재개발 구역에 들어갔는데, ‘선조들의 피와 눈물이 있는 곳이기에 건물을 헐 수 없다’고 주장해 재개발 구역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60년 된 낡은 건물이었고, 동네에서 ‘외딴 섬’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제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이미 관리 처분이 나 버려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지역 재개발은 어찌 보면 60년 된 교회를 헐고 새 건물을 지을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재개발 구역 지정을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조언을 듣는 일도 필요합니다. 재개발을 하면 교회들은 보통 피해가 많다고 인식하지만, 잘 대처하면 새 성전을 짓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헌 집 주고 새 집 받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연구소에 ‘한국교회’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례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을 받지 않더라도, 연구소를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일은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 분야 전문가들을 협력자로 붙여 주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재개발을 하게 되면, 목회자들은 돈을 많이 받는데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분열되거나 갈등이 생겨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재개발 과정에서는 목회자들이 영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많기에,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재개발 과정에서 목사님들은 절차에 따라 철저히 교회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회의를 하고 서명을 받아서 잘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도 누군가 회의록을 찢어가 버린 적이 있어 곤란을 겪었습니다.
그런 여러 실패와 시행착오들을 통해, 분란 없이 한 마음으로 재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누구는 ‘교회가 왜 더 받으려 하느냐’고 하고, 누구는 ‘왜 이것밖에 못 받느냐’고 합니다. 성도들끼리 싸울 수도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과거 모든 걸 오픈했다가 분란이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의회를 통해 모든 사항을 재개발 위원회나 당회 등에 위임할 필요도 있습니다. 위원회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소위원회에 위임할 필요도 있습니다. 위원회가 10명 이상이면, 회의하다 시간 다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 건축을 맡을 건축회사도 재정이 탄탄한 곳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교회가 재개발을 하면 힘들고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작은 교회들은 없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제가 변질되지 않고 정직하게 컨설팅을 잘 해서, 교회들이 어려움 속에서 좋은 교회를 짓도록 돕는 것이 마지막 바람입니다. 어떤 분은 연구소 사역이 ‘교회 살리는 운동’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