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지역 선교 앞장섰던 김용은 목사·추명순 전도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군산중동교회 서종표 목사, 자료 수집·정리해 기념서적 발간

김용은 목사
6.25 때 공산군에 어머니 포함 일가족 23명 잃었지만
하수인들 보복 대신 용서·전도하고 교회 직분자 세워

추명순 전도사
고군산군도 섬 11곳 모두 복음 전하고 교회 설립해
24년간 날마다 ‘산 순교의 삶’, 백색 순교자로 불려

▲장자도교회에서 함께한 김용은 목사(뒷줄 오른쪽)와 추명순 전도사(맨 왼쪽).
▲장자도교회에서 함께한 김용은 목사(뒷줄 오른쪽)와 추명순 전도사(맨 왼쪽).

서종표 목사(군산중동교회)는 전킨 선교사에 이어 군산중동교회를 섬긴 김용은 목사와 고군산군도 선교에 앞장선 추명순 전도사의 일대기도 함께 펴냈다.

4無의 삶을 산 김용은 목사

김용은 목사(1918-2008)는 토지·주택·통장·패물이 없는 이른바 ‘4無의 삶’을 산 청빈한 목회자였고, 1951년 전도사 시절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군산중동교회를 개척해 38년간 시무하면서 많은 영혼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했다.

김 목사는 6.25 전쟁 당시 어머니 윤임례 집사를 포함해 일가족 23명이 모두 순교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고, 본인도 죽을 고비를 7차례나 넘겼다. 서종표 목사는 직접 지켜본 그의 목회와 성품을 충실하게 기록했다.

서종표 목사는 “김 목사님은 어머니를 일찍 잃은 뒤, 어머니를 생각하며 의지할 곳 없던 전신마비 은퇴 여전도사를 집으로 모셔서 무려 8년 4개월간 대소변을 받아내면서 섬겼던 분”이라며 “6.25 이후 치안대장으로 있으면서도 공산군의 하수인 노릇한 이들에게 보복하지 않았고, 가족을 죽인 가해자까지 용서하고 전도해 교회 직분자로 세우며 50년 동안 돌봤던 ‘사랑의 원자탄’이셨다”고 소개했다.

김용은 목사는 스승이자 교단 대표적 지도자였던 이명직 목사 가족을 자주 찾아가고 경제적으로 지원해, 이명직 목사 자녀들에 의해 ‘이명직 목사 기념사업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와 함께 이성봉 목사를 기리기 위해 ‘성봉선교회’를 창립해 10년간 이끌었다. 서 목사는 “김 목사님은 교단의 여러 어른들을 자주 찾아뵙고 잘 대접해 소문이 나신 분”이라고 했다.

▲섬 선교를 위해 작은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
▲섬 선교를 위해 작은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

김 목사는 군산에서 목회하며 1958년부터 미신과 가난에 찌든 섬 지역인 고군산열도에 교회를 개척해 평생 선교한 ‘섬 선교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서 목사는 “선유도, 신시도, 야미도, 무녀도, 장자도, 관리도, 방축도, 말도, 연도 등 섬마다 교회를 세우고 돌보셨다”며 “6.25 이후 누구도 돌볼 생각을 하지 못하던 섬 지역을 섬기다 풍랑을 만나 3번이나 죽을 뻔 하면서도 끝까지 섬 지역 교회와 성도를 품으셨다”고 설명했다.

‘4無의 삶’에 대해 “신학교에 들어갈 때 흥남에서 사업하며 벌어놓은 재산을 다 헌금하셨고, 은퇴할 때 교회에서 받은 퇴직금도 순교지 기념 교 회와 군산시 기독교회관 건립을 위해 다 내놓으셨다”며 “마지막 살던 집도 중동교회가 뜻있게 쓰도록 헌납하셨고, 천국에 가시면서 각막과 시신마저 전북대 의대의 의학 발전을 위해 기증하는 등 모두 내어놓으신 분”이라고 전했다.

또 “해방 직후 정읍 고아원을 설립하고, 45년간 군산 삼성애육원 이사장을 맡으며 고아들의 아버지가 되셨다. 고아들에게 개인 통장을 만들어 용돈을 넣어 주셨다”며 “고아들의 머리를 항상 쓰다듬어 주면서 ‘잘 되고 잘 될 사람(요삼 2)’이라고 축복해 주셨다. 그렇게 사랑과 믿음으로 양육해, 고아들 중 육군 군종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김 목사님은 전북 최초 맹아학교와 농아학교를 세웠고, 기초를 만드셨다. 지체 장애인들과 식사하다가 그들이 음식을 흘리면 주워 먹을 정도로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며 “한센병 환자와 친구가 되어 그 아들을 수년 동안 돌보기도 했다. 군산 지역 장애인들이 목사님께 찾아와 속사정을 털어놓으면 눈물로 기도해 주셨다”고 회고했다.

김용은 목사는 또 ‘하나님이 여성을 만드실 때 도자기와 같이 남자보다 우수하게 만드셨다’며 여성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수명으로 말하면 7-8년 더 살고, 깨끗하기로 말하면 교도소에서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1/20이며, 의리로 말하면 남편이 한센병이 들면 아내들은 소록도까지 따라가지만 남성들은 아내가 병들면 아내를 버린다”는 것.

김 목사는 “예수님을 끝까지 지킨 자들도 여성이었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여성들을 축복하여 큰 일을 하고 지도자로 만들는 일에 앞장섰다.

이 외에도 책 <4無의 삶을 산 김용은 목사>에서는 1부 김용은 목사의 생애, 2부 김용은 목사의 다양한 사역들, 지인들의 글을 엮은 3부 그리운 김용은 목사님, 4부 천국환송예배 환송사 및 추모글, 5부 김용은 목사의 형제들, 6부 설교문과 즐겨 암송한 말씀 등이 담겼다.

▲지난 1964년 도서 시찰을 마치고 군산비행장에서 촬영한 사진.
▲지난 1964년 도서 시찰을 마치고 군산비행장에서 촬영한 사진.

김용은 목사가 섬으로 파송한 추명순 전도사

전남 신안군 증도에 문준경 전도사가 있다면, 전북 군산 고군산열도에는 추명순 전도사가 있다.

‘고군산 전도의 어머니’ 추명순 전도사(1908-1994)는 김용은 목사가 섬 선교를 위해 고군산군도로 파송한 인물이다. 서종표 목사는 추명순 전도사의 이야기를 책 <고군산 전도의 어머니 추명순 전도사>에 담았다.

1908년 충남 보령군의 엄격한 유교 집안에서 태어난 추명순 전도사는 당시 분위기에 따라 15세 나이에 서천 조씨 집안으로 시집을 갔지만, 첫아들을 낳자마자 바람을 피우던 남편에게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버림을 받았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 중 한 일가친척의 전도로 예수님을 믿게 됐다. 주일마다 십리 길을 걸어 비인성결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봉사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집안의 갖은 핍박이 시작됐고, 20세 아들을 병으로 잃고 시댁에서 쫓겨나 33세에 비인성결교회에서 지방 전도사로 임명받는다.

남은 일생을 전도하면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김용은 목사를 찾아가자, 김 목사는 고군산 섬 지역 전도에 알맞은 사람이 왔다며 반겼다. 1959년 52세의 젊지 않은 나이로 신시도에서 두 달 전도하다 선유도에 들어가 금식하면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완고하던 주민들은 구호양식과 섬김으로 조금씩 달라져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를 돕기 시작했다.

▲만년의 추명순 전도사가 교회 앞에서 촬영한 사진.
▲만년의 추명순 전도사가 교회 앞에서 촬영한 사진.

추 전도사는 총 11개 섬에서 복음을 전했다. 선유도 교회 건축비를 마련한 뒤 무녀도로 건너갔는데, 그곳에서 특히 기적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에 무속신앙이 팽배하던 무녀도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늘어났고, 한 달 후 고군산군도 끝섬인 말도에 들어가 주민들을 변화시켰다.

서종표 목사는 “추명순 전도사님은 기도의 삶, 전도의 삶, 감사의 삶, 사랑의 삶, 개척의 삶을 사셨다”며 “특히 한 순간 순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4년간 날마다 ‘산 순교의 삶’을 사셨다. 이를 적색이 아닌 ‘백색 순교’라고 한다”고 전했다.

서 목사는 “추 전도사님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교회 70년사를 살펴보다 ‘1950년대 도서 지역에 교회를 세웠다’는 기록만 있고 내용이 없어 발굴하다 보니 찾아내게 됐다”며 “아무도 가지 않던 곳에 여러 날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거나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노둣길을 걷고 걸어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하나하나 세우셨다”고 설명했다.

서 목사를 이사장으로 한 추명순 전도사 기념사업회는 추명순 전도사 기념관을 말도에 설립했다. 기념관에는 기도공간과 치유공간, 순례공간 등을 두고 순례와 추모를 할 수 있게 했다.

책 <추명순 전도사>에는 1부 추명순 전도사의 생애, 2부 내가 만난 추명순 전도사, 3부 추명순 전도사와 고군산 섬 사역, 그리고 사진으로 보는 추명순 전도사 이야기 등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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