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더 고통받는 이들 위해 섬길 것”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인 1.5세 美 김지훈 목사, 장애에도 꿈 잃지 않고 신학대 교수까지

질풍노도의 사춘기 겪고, 일식 셰프로 막 자리잡다
22세 때 스노보드 타다 넘어져 목뼈 부러지는 사고
고통받는 이들 돕고 섬기는 마음 주셔 신학교 진학
하나님 사랑을 배우고 체험해, 은혜 보답하는 삶을

▲한 집회에서 간증하고 있는 김지훈 목사.

▲한 집회에서 간증하고 있는 김지훈 목사.

장애를 극복하고 신학대 교수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미국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한인 1.5세 김지훈 목사(美 덴버신학대학원)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지훈 목사는 현재 덴버신학대학원(Denver Seminary)에서 겸임교수로 조직신학을 가르치면서, 선교단체 ‘JD Kim Ministries’ 대표로 섬기고 있다.

김지훈 목사의 가족은 그가 13세 때인 1994년 미국 덴버 콜로라도로 이민을 떠나왔다. 한국에서는 교사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는 모범 학생이었지만, 이민 후 여러 문제들로 인해 학문과 배움에는 점점 흥미가 없어졌다. 그렇게 사춘기 시절 방황하며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서 잦은 문제를 일으켜 정학을 당하고 여러 차례 청소년 법원에 출두했다.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했지만,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부모의 바람으로 ‘Community College’에 입학한다.

입학 후 스시 일식집 보조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훗날 비즈니스로 성공하겠다는 꿈과 야망을 가지고 풀타임으로 일하며 실력을 닦았다. 그러던 중 덴버 다운타운 인근 고급 일식집에서 일하며 아키라 백을 만났고,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콜로라도 아스펜(Aspen)의 마쓰히사(Matsuhisa) 일식당에서 수시 셰프(chef)로 일하게 됐다.

배움의 열정과 야망, 파이팅이 넘쳤던 그는 일본 셰프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열심히 일하며 그의 꿈을 위해 달려가던 중이었다.

그러나 17년 전인 2004년 12월 13일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날은 하늘 색깔이 바다처럼 파랗고 화창한 날이었다. 콜로라도 아스펜 스노매스 스키장은 두툼한 눈으로 덮여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스키장에 많은 관광객들 사이, 22세의 한인 1.5세 김지훈 청년(J. D. Kim)와 친구들은 스노보드를 즐기고 있었다. 스키장 가장 높은 코스까지 올라간 그들은 신나게 눈을 가르며 질주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삐~” 하는 소리를 들었다. 스노보드를 탄지 몇 년째 됐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넘어진 후 예전과 같이 일어나려 했지만, 그의 손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가 들었던 소리는 20대 초반이던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전환점이었다.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였다.

김지훈 씨는 젊은 나이에 척추 신경손상으로 전신마비라는 중증 장애를 얻게 됐다. 삶의 방법과 패턴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전동 휠체어를 타야 생활할 수 있고, 양손에 타이핑 스틱을 끼고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사용해야 한다.

20분에 한 번씩 휠체어를 뒤로 젖혀 욕창을 방지해야 하고, 여러 합병증과 싸우는 것 또한 그의 일상 중 한 부분이 됐다. 그의 몸은 마비됐고, 꿈을 향한 여정도 마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전신마비라는 장애조차 그에게 주신 하나님의 비전에 대한 열정을 멈출 수 없었다.

사고 후 척추 융합 수술을 받고, 덴버의 척추 손상 재활병원으로 이송됐다. 척추 손상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 가운데 재활운동을 시작했지만, 3개월 내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 굳어진 손가락과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후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한 번 손상된 척추 신경을 재생시킬 수 없기에, 평생 전신마비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게 됐다. 지금의 과학과 의학으로는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추 C-5 골절로 어깨 밑 부분이 마비됐고, 손목과 어깨를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했다. 혼자 힘으로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등,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 수 없게 됐다.

재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주기적으로 침을 맞았으며, 신경에 효력이 있다는 볶은 곡식 요법들도 시도했다. 그러나 거듭된 실패는 남았던 소망의 불씨마저 꺼트렸다.

▲가족들과 졸업사진을 촬영중인 김지훈 목사.

▲가족들과 졸업사진을 촬영중인 김지훈 목사.

하지만 마지막 ‘옵션’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교회와 부모로부터 듣고 배웠던 ‘하나님’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시작했다. 기적을 위해 부르짖었는데, 오히려 하나님은 그에게 3가지 과제를 주셨다. 기도와 말씀묵상, 그리고 말씀 암송이었다.

외롭고 고된 광야와 같은 삶을 살면서, 오랜 시간 주님과 함께 주신 과제들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그를 만나 주셨고, 여러 기도 응답과 놀라운 은혜를 경험했다. 하나님은 그의 마음과 생각을 서서히 변화시키면서, 당신의 작업을 시작하셨다.

하나님은 공부와 담을 쌓고 좌절된 삶에 취해 있던 24살의 그를 학교로 인도하셨고, 고통받는 이들을 돕고 섬기길 원하는 마음을 주셨다. 커뮤니티 칼리지를 시작으로 University of Colorado Denver에서 심리학 학사를 받았고, 감리교신학대학원(Iliff School of Theology Denver)에서 영적 상담 석사학위를 받은 후, 덴버신학대학원(Denver Seminary)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복음주의 장로교(EPC) 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덴버신학대학원에서 정성욱 교수와 3년간의 멘토링 과정을 통해, 조직신학 연구와 고통의 신학에 대한 갈망과 비전을 주셨다. 이에 2016년 영국 아버딘 대학원(University of Aberdeen)에서 조직신학 과정을 시작해 박사 학위(Ph.D.)를 취득했다. 정상인도 힘들다는 박사 과정을 5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이루어낸 것이다.

2021년 2월 21일 취득한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은 인간의 죄와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시는가’라는 질문에 복음주의 관점으로 대답하고 있다.

김지훈 목사는 2016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고통받는 분들을 돕고 섬기는 비영리 선교단체 ‘JD Kim Ministries’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신학과 간증으로 나누면서,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위로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을 돕는 다양한 사역을 표방하며 선교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덴버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써 한국어부와 영어부에서 조직신학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지훈 목사는 방광염, 신경통, 심부정맥 혈전증, 방광에 돌을 제거하는 수술 등 많은 합병증을 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그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사랑’이다.

김 목사는 “사고 후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고, 십자가의 사랑이 마음 속 깊이 뿌리내렸다”며 “사고 전에는 제 개인적 야망과 욕심을 채우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믿고 살았지만, 사고 후 인간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이미 보여주신 십자가 사랑에 반응하며 기쁨과 감사, 믿음과 인내로 개인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 평생 걷지 못해도, 주님을 따르며 살아가겠다”고 고백했다.

그를 움직이는 두 번째는 ‘부모님의 사랑’이다. 김지훈 목사는 “제 사고와 장애로 부모님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셨다”며 “아들을 치료해 줄 수도, 대신 아파해 줄 수도 없이, 어떠한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외아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밤낮을 고생하며 사랑해 주셨다”고 말했다.

또 “그러한 부모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고 체험해,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기로 결단했다. 이러한 감사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제게 없는 것들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아닌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마음에 채우며 하나님을 의지해 사역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죄와 고통을 구속하기에, 완벽하시다. 죄로 말미암아 생긴 상처를 회복하여 주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친히 고통당하셨다”며 “주님은 세상을 이기셨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죄와 고통의 바이러스(virus)에 감염된 세상의 유일한 백신(vaccine) 되신다”고 역설했다.

김지훈 목사는 “힘들고 어려운 역경가운데 하나님이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눈물의 기도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좌절 가운데 지쳐 쓰러져 움직일 수도 없고, 소망과 꿈조차 사치로 여겨 질 때가 있다”며 “그러나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과 거룩하신 사랑 안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 날 수 있고 전진할 수 있다. 다시 웃을 수 있고 담대 할 수 있다. 다시 소망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함께 주님과 동행할 수 있고, 함께 고통을 견딜 수 있고, 함께 그 날을 꿈꾸고 세워나가는 그 천국을 우리 삶과 교회 공동체 안에, 주님과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목사의 사역과 더 자세한 이야기는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www.jdkimministri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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