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주님, 이 시대에 무얼 하길 원하십니까?
목회를 말하다
이규현 | 두란노 | 264쪽 | 13,000원
한 목사가 전하는 ‘목회론’을 읽었다. 그냥 다가가기 어려운 큰 교회 목사로만 생각했는데, 그의 목회론은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이 들려주는 이론과 실천이 결합된 목회론이다.
목사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설교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사로서 교회를 어떻게 섬기며 영혼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제적으로 다루고 있다. 개념과 정의와 이론이 탄탄하고, 목회 현장에서의 경험은 세밀하다.
저자는 목사의 영광을 충분히 인식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피와 땀으로 샘을 파며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 큰 교회를 담임하기에 행복한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말씀에 붙잡혀 그 진리와 하나가 되고 있다.
또한 시대와 현대인을 향한 이해와 긍휼을 가지고 기도와 고난의 자리를 통과했기에 행복한 목회를 한다. 저자는 말한다. 목회자는 행복해야 한다고! 그러나 그의 행복은 목회자의 대가를 지불한 행복이다.
필자는 책을 읽고 줄을 그으며, 전문적인 학술서는 아니지만 본질과 기준과 핵심을 다루는 이 책이 신학도와 목회자의 손에 들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회자에게는 때때마다 망치로 머리를 쳐주고 두꺼운 얼음판이 깨지는 충격을 주는 선배가 필요하다. 목회자에게는 자신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하나님 앞에서 바른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가 정말 필요하다. 저자는 멘토로서 선배로서 사랑과 온유함으로 이 목회론을 도와주고 있다.
말씀목회
저자의 목회론을 보면서 필자가 느낀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말씀목회이다. 책에서도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호주에서 사역을 하고 부산에서도 목회를 하며 말씀으로 교회를 세우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았다’고 말이다.
큰 교회 담임이라 행정과 조직과 시스템과 행사와 프로그램과 엔터테인먼트와 성장주의와 리더십 등에 탁월하고 기발할 줄 알았는데, 필자의 예상과 전혀 반대였다. 그는 오히려 자신과 교회가 말씀에 지배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저자는 호주에서 사역 중 한국에 나와 여러 교회를 다니며, 자신만의 교회론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에 ‘나만의 교회론’을 정하고 ‘말씀목회’에 집중하였다.
교회의 제도를 정비하고 시스템화 시키는 것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외형은 유연하게 유지하되 한 성도를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였다는 것이다. 메시지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 생각에도 목회는 내 생각과 경험과 지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가지고 강단에 섰다는 그 권위로 하나로 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 말씀이 교회를 운영하고 통치하며 주님의 뜻이 성도를 변화시키고 회복시키는 것이다.
하나님의 메시지가 건물에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흘러가게 해야 한다. 살아서 역사하는 말씀이 교회의 제도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자유화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나만의 목회론이라 하여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말씀목회’라는 저자의 목회론을 공감한다. 교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말씀이다. 영혼에게도 간절히 요청되는 것이 말씀이다.
허기진 영혼이 목마른 심정으로 교회에 왔는데, 콜라와 사이다와 주스를 줄 수 없다. 하늘에서부터 부어지는 생수가 강단에서 흘러넘쳐야 한다.
어쩌면 우리 시대 교회가 어려운 이유는 말씀목회가 없어서가 아닐까! 생수보다 콜라를 더 짜릿하게 주려고 하는 어리석음이, 우리의 실패처럼 보인다.
본질목회
필자는 저자의 책 전체를 보며 본질에 승부를 거는 목회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도 말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있고 성령님이 역사하시고 기도의 권세가 있는데 목회자가 방법론과 성장론에 더 전문화 되어간다’는 것이다.
시대의 세속화와 현대화와 문명의 첨단화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는데, 교회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인들은 시대 속에서 빠른 변화를 몸으로 겪으며 지치고 피곤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 시대 속에 교회가 서 있다. 교회는 세속화되어 가는 곳이 아니라, 세속화를 거부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흘러가는 변화의 물결과 트렌드를 읽어야 하지만, 그것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교회는 세상과 다른 곳이 되어야 한다. 일주일 동안 첨단 문화와 세속에 찌들어 있던 자들이 교회에 와서도 세속의 향기에 젖게 하면 안 된다. 도시의 혼탁하고 오염된 공기에 살다가 산속에 가면 상쾌한 공기를 마시듯, 교회는 그러한 영적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 교회는 세속을 부러워하고 따라가려 한다. 세상을 이끌어가고 세상에 영향과 자극을 주어야 하는 교회가 세상의 영향과 자극을 더 받고 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 주고 인류가 살아가야 할 방향과 지침을 제공해야 하는데, 교회가 세상이 보여주는 방향과 목표를 기다리고 있다. 주님의 교회가 세속의 한복판에서 십자가의 깃발을 꽂고 깃발을 흔들어야 하는데 깃발이 사라진 것 같다.
저자는 책에서도 분명히 말한다. 목회자는 ‘말씀과 기도가 전부’라고 한다. 본인이 여기에 집중하고 교회도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한다. 교회의 제도와 프로그램도 이벤트와 연례행사가 아니라, 어떻게 교회의 말씀이 더 역사하고 성도의 기도의 삶이 더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 가운데 계획된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흐르기에, 자꾸만 본질이 훼손되고 변질된다. 그런 가운데 다시금 본질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저자의 목회론에 감동이 된다.
시대목회
책을 보면 저자는 시대와 인간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현대 교회에 나오고 있는 성도들의 심령과 상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 시대는 탈종교화와 소비주의와 탈권위주의와 세속화로 물들어 있다. 이런 시대 속에서 인간은 불안하고 허무와 상실과 실패와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든 문제는 죄로 인해 발생하는데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신음하는 인간실존을 보게 된다.
이런 시대 속에서 저자는 죄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주고, 자신의 죄를 보게 하여 복음의 능력으로 정결하게 해결하기를 촉구한다.
죄는 인간을 파멸로 이끌고 영혼과 삶을 불통하게 만드는데, 인간 존재에 죄가 가득하기에 자꾸만 실존을 은폐하려는 죄의 본질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죄는 빠르게 변하고 화려해지는 불빛으로 인간의 본질을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말씀은 우리의 죄를 보여주고 고쳐준다.
그래서 저자는 교회에서 죄의 문제가 해결되고 회개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하는지 점검해야 된다고 한다. 변화와 회개의 역사는 교회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에게 더 높은 고지를 올라가도록 도와주는 자극제가 기독교가 아니다. 가뜩이나 복음과 기독교를 하나의 소비와 교양으로 생각하는 세대에게 그러한 복음은 하나님을 우상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지금 교회 안에 영적 무기력증과 실패주의에 빠져있는 성도가 많다는 것을 진단한다. 복음의 감격이 식어지고 가슴이 뛰지 않는 모습을 진단한 것이다.
구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교회와 거듭남이 사라진 교회, 복음이 평범해진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이 떠난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이 시대 교회는 겉모습에 신경을 많이 써서 내면에 소중한 것들이 죽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될 것이다.
고독목회
저자는 말하길 목회자는 광야의 시간을 만들고 외로움과 고독을 친구 삼으라고 한다. 이 시대 사람들은 전문적이고 똑똑하고 지식인들이다.
설교도 마음에 차야 듣지, 자기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귀를 닫는다. 그 누구보다 말씀을 준비하고 기도에 젖어서 강단에 섰는지 그냥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안일하게 강단에 섰느니 성도들이 잘 안다.
스마트폰 들고 설교를 찾아 듣는 시절에, 보통의 준비만으로는 강단에 서는 것은 맡겨주신 성도에게 무책임한 것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목사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며 세례 요한으로 설명한다. 이전에 김남준 목사님의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에서도 세례 요한을 설교자에게 적용하며 설교하였던 말씀을 기억한다. 두 저자가 동일하게 세례 요한의 광야에서의 준비됨과 삶, 그리고 그리스도께 집중한 사역을 강조한다.
그리고 저자는 목회는 쇼가 아니라 소리라는 것을 드러내며, 보여주는 것에 관심 갖지 말고 들려지는 것이 정확한지 정곡을 찌르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한다.
광야는 불편한 장소이고 외로운 장소이다. 그러나 목회자에게 광야는 하늘이 열리는 시간과 장소이다. 따로 산 속이나 바다로 외딴 곳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나의 사무실이 나의 기도실이 광야가 될 수 있다. 이런 시간은 목회자에게 필수적이다. 모든 상황과 갈등을 객관적으로 살피며 하나님의 눈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쁘고 시달리는 목회 중에 광야는 목회자에게 생수를 얻는 시간이다.
저자는 고독목회를 말하며, 영성과 철저함과 전문성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 외에 용량이 큰 사람이 되라고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상한 사람도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사건을 접하는 것이 목회이기에, 오수와 폐수도 받아낼 수 있는 큰 바다 같은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다. 목회자의 시야와 편견이 좁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그의 크기가 교회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결론
저자의 목회론을 읽다보니, 필자도 목사로 살고 있는 시점에서 저자만큼의 나이가 들면 나만의 목회론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유의미하게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도화, 종교화, 기계화되지 말라’는 것이다. 제도화 되는 순간 기득권이 생기고 힘이 생기고 서열이 발생하고 외형에 집중하게 된다. 제도화되면 생명력이 사라지고 생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필자는 제도화를 거의 거부하는 듯한 그의 목회론을 보며, 멀리서만 보던 그가 어떤 사람인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형교회 목사이기에 제도화와 시스템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예수님이 기존의 제도와 종교를 허무셨던 것처럼, 저자는 교회가 화석화되지 않고 늘 새 부대가 되어 성령님의 새로운 역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교회가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절이다. 비대면 예배로 인해 교회와 설교는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된다.
과연 목사는 필요한 것인지, 교회는 건물이 있어야 하는지 근원적인 고민도 하게 된다. 이러한 때에 저자가 말하는 목회론이 신실하고 진실하게 교회를 섬기기 원하는 자들에게 큰 도움과 위로가 된다.
성장인가 성숙인가, 건물인가 사람인가, 형식인가 내용인가에 대한 가치와 함께, 이 시대에 목회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도전을 준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